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초대 국무총리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총리 후보군이었던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스스로 고사 입장을 밝힌 뒤, 윤 당선자 쪽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본격적인 후보 검증 및 압축에 돌입했다. 총리 후보자 발표 시점은 다음달 초가 유력하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위원장 거취가 관건이었는데 오늘 본인이 확실하게 입장을 정했으니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실질적으로 4월 초에 발표해야 하니까 늦지 않게 잘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장 비서실장은 “몇 배수로 (후보군이 좁혀졌다는) 얘기는 오보”라고 선을 그었지만, 윤 당선자가 그간 거듭 강조해온 ‘경제’와 ‘통합’을 열쇳말로 대여섯명의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날 안 위원장의 총리직 고사로 후보군 중 ‘경제통’ 발탁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 특히 통상전문가로 꼽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총리직을 지내 검증 부담이 적고 민주당이 반대하기 어려운 후보라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 이밖에도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도 총리 후보군이며 경제부총리 후보로도 언급된다. 정치권에서는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등이 통합에 방점이 찍힌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윤 당선자는 전날 일부 후보들과 만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당선자의 지향점이 어느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최종 후보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회복이냐, 정치 통합이냐’라는 방향타를 설정하는 것이 인선에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총리 인선은 새 정부 출범 전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해 다음 달 3일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에 걸맞은 참신한 인사들이 총리 후보로 고려되지 않는 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깜짝 발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우나, 인수위원 구성을 통해 본 윤 당선자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첫 총리로는 안정감 있는 인사를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윤 당선자 쪽은 총리 이외에도 부처 장관 후보자들도 추렸고 인사검증팀도 본격적인 검증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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