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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제왕적 권한’ 내려놓겠다더니… ‘민관합동위’ 구색 맞추기만

등록 2022-03-23 04:59수정 2022-03-23 09:01

집무실 이전과 함께 권한 분산 상징
전문가 “권력 나눌 제도 개선 없이
구체적 구성·검증 방안 아직 없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겠다며 집무실 이전과 함께 민관합동위원회를 통한 국정운영 방안을 강조하고 있지만 위원회의 구체적인 구성과 검증 방안은 흐릿한 상태다.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한 구체적 제도개혁안 없이 민-관 협업만 강조하면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당선자가 지난 1월27일 ‘광화문 집무실’ 공약을 공개했던 국정운영계획의 핵심은 대통령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민관합동위원회’의 구성이었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에게 둘러싸인 ‘청와대 내각’으로는 제대로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며 그 대안으로 학자, 전문가, 언론계 인사 등이 ‘사외이사’처럼 민간인 신분을 유지한 채 각 분야별로 주요 현안이나 미래전략을 논의하는 티에프(TF)방식의 국정협의체를 제안한 것이다. 당시 윤 당선자는 “광화문 집무실을 만들고 청사 안엔 대통령실의 여러 참모들과 민관합동위원회와 사무처, 회의실 등이 들어갈 것”이라며 “현재 청와대 구조는 그렇게 하기에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민간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대통령과 국정을 논하게 하려면 폐쇄적인 지금의 청와대 구조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었다. 윤 당선자가 취임하기도 전에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집무실 이전이 실질적으로는 민관합동위원회 운용을 위한 방법론인 셈이다. 윤 당선자와 가까운 한 의원은 “최소한의 사무국만 두고 민관합동위원회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윤 당선자의 의지가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자가 “공간의 의식을 지배한다”며 집무실 이전 구상을 확정했지만, 정작 핵심목표였던 민관합동위 구성과 인사 검증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인수위 관계자는 22일 <한겨레>에 “지금은 인선 작업을 하고 있는 단계다. 아직 위원들이 추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기본적인 검증은 당연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 또한 이날 브리핑 뒤 민관합동위 검증 방식에 대해 “모든 국정에 함께 하시는 분들은 검증을 하지만, 어떤 인사 검증일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윤 당선자는 지난 20일 ‘용산 이전’ 기자회견에서 “외부 전문가들, 경륜 있고 국가적 어젠다 설정과 (관련해) 도움 주실 분들이 많은데 인사청문회 등 제한이 따르지 않나”라며 외부 위원에 대한 ‘검증 간소화’ 방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검증을 소홀히 하면 외부 전문가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간과할 수 있고 기업의 음성적 로비스트로 변질될 위험도 있다. 민관합동위원 검증은 주진우 전 부장검사가 주도하는 인수위 ‘인사검증팀’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자가 실질적인 대통령 권한 분산 노력은 하지 않고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으려 했다는 ‘구색 맞추기’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관합동위원회에 권한을 얼마나 부여하고, 위원회의 정책 결정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는지 등 결정되지 않는다면 옥상옥에 불과할 것”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막으려면 대통령이 인사권을 자제하고 입법권, 예산권, 국정감사권에 대한 국회의 자율성을 더 보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만약 정책이 실패한다면 민간이 어떻게 책임지겠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부가 모든 책임을 민관합동위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 교수도 “그간 청와대 안에서 설치됐던 위원회는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을 제공하는, 구색 맞추기용이었다”며 “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려면 더 많은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결국 대통령 의지의 문제 아니겠냐”고 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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