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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석열 자택→지하벙커 11㎞…‘3곳 생활’ 위기대처 가능할까

등록 2022-03-22 18:51수정 2022-03-23 02:32

“취임해도 청와대 절대 안 들어가”
집무실 이전 때까지 거점 3분할
서초동 집, 통의동 집무실, 청 벙커

‘청와대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뒤 일과 시간엔 서울 통의동 당선자 집무실, 퇴근 뒤엔 서초동 자택에 머물고 유사시 청와대 지하벙커(국가위기관리센터)만 활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윤 당선자 쪽은 현재 당선자 업무 공간인 금융감독원 연수원(통의동)에서 ‘용산 이전’ 때까지 일할 계획이지만 경호·보안을 위한 추가 비용은 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집무실 이전 속도전’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설명하지만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초동 집에서 청와대 벙커까지 30분 이상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22일 오전 기자브리핑에서 “(당선자가 통의동 집무실까지) 서초동에서 오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청와대에서는 절대 묵을 수 없으니 용산으로 집무실이 이전될 때까지 서초동 집에서 통의동 집무실까지 출퇴근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서울 시내에서 12㎞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는 것도 경호와 안전, 시민 불편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퇴근 이후 상황이다. 대통령은 국가 안보의 책임자로 안보 위해나 재난 상황은 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다. 윤 당선자의 서초동 집에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까지 거리는 약 11㎞다. 평상시 30여분 거리로, 아무리 교통통제를 한다고 해도 청와대 관저에서 지하 벙커로 이동할 때(1분 안팎)보다 대응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합참 의장은 대통령 명령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물론 차 안에서 이동하며 지시할 수 있지만, 안보시설에서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유사시에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초동 집에서 청와대까지 헬기를 탈 수도 있겠지만 서초동 주변 헬기장에 헬기가 도착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이동시간 단축에는 한계가 있다. 전직 청와대 경호처장은 “서초동 주변에 헬기 탈 곳은 있지만 소음이 엄청 크게 발생할 수 있다”며 “차량 이동이 더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의동 집무실은 청와대까지 그나마 거리가 가깝지만 청와대 집무실에서 이동하는 것보다는 번거롭고 시간이 더 걸린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청와대 안에서 이동하는 것보다 3~4분은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통의동 집무실 경호·보안 ‘취약’

윤 당선자가 현재 쓰고 있는 금융감독원 연수원(통의동) 집무실은 대통령 전용 공간이 아니어서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곳은 5년마다 한번씩 대통령 취임을 준비하는 당선자에게 제공된 공간으로 방탄유리나 도청방지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 윤 당선자가 대통령 신분으로 이곳에 머물면 보안과 경호 수준이 올라가야 하는 필요가 생기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당선자가 ‘나를 위해서 돈을 들이라’는 스타일이 아니다. 혈세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용산 집무실 이전’에 제동을 걸어 취임 뒤에도 통의동 집무실에 머물게 됐지만 그로 인해 추가의 비용 지출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에 경호·보안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중요 기밀이 새어나가거나 대통령의 안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선자와 대통령 신분은 다를 수밖에 없다. 대통령 안위는 국가 안위이고, 방호가 되고 지휘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근무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방호나 경계가 제대로 안 되는 곳에서 근무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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