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한겨레> 자료 사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부산시장 유력 후보 가운데 한명으로 거론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21일 “정치를 그만둔다.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은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 오래 정치를 해온 개인의 문제로 바라봐주시면 좋겠다”고 밝혔지만 대선 패배 이후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의 첫 퇴장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김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시대가 변하고 있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느낀 우선적인 소감”이라며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등 거대담론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정치의 시대가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저를 정치에 뛰어들게 만들었던 거대담론의 시대가 저물고 생활정치의 시대가 왔다면 나는 거기에 적합한 정치인인가를 자문자답해봤다”며 “선거만 있으면 출마하는 직업적 정치인의 길을 더이상 걷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1984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그는 민정당사 점거농성을 주도해 구속됐다. 같은 해 같은 학번(1981년)이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맡아 민주화운동을 함께했고, 이때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공동의장이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집행유예로 풀려나 노동운동을 하다가 198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해 1993년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16대 총선 때 한나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서울 광진갑)이 됐으나 탈당해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했다. 당시 김 전 장관과 함께 동반탈당한 김부겸 국무총리, 이우재, 이부영, 안영근 전 의원 등을 ‘독수리 5형제’라고 불렀다.
김 전 장관은 17대 총선 때 재선 의원이 됐지만, 2011년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고향 부산으로 내려와 총선·지방선거에서 내리 고배를 마시다 20대 총선 때 3선에 성공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지난해 4·7 보궐선거 당시 부산시장에 출마했지만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에 패한 김 전 장관은 “오거돈 전 시장이 저질러놓은 사고의 수습과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제가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또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의 기회로 삼고자 한 것도 출전의 중요한 동기”라며 “그런 목표들은 이뤄졌다”고 돌아봤다.
김 전 장관은 “일당 독점의 정치풍토 개혁과 추락하는 부산의 부활에 목표를 두고 노력해왔다”며 “아직도 기울어진 운동장이긴 하지만 이제는 국민의힘 후보라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방심은 곤란한 지역이 됐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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