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데 총 496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계산서’에는 오롯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비용만 반영되고, 이전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게 될 부대 비용은 고려되지 않아, 실제 규모를 두고 향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 위해 청와대 대통령실·경호실 이전과 리모델링에 352억 3100만원,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에 25억원, 국방부 이전과 리모델링 비용에 118억 3500만원 등 총 496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는 “거기에 들어가는 예산을 기획재정부에서 뽑아서 받은 것”이라며 “지금 1조원, 5천억원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공개한 대로 ‘496억원’은 순수하게 ‘대통령 집무실 이전’만을 위한 비용이다. 국방부의 합동참모본부 이전에 따라 발생하는 연쇄 수반 비용 등은 고려되지 않아 여전히 소요 비용을 가늠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윤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대통령 관저 건축과 영빈관 신축 뜻을 밝혔지만 이 비용은 물론, 국방부 이전에 따른 방호시설·전산망 이전 비용과 기존 청와대 안보 인프라 폐기에 따른 매몰 비용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윤 당선자는 또 합참 청사를 남태령 지역으로 옮기는 구상도 밝혔는데, 이 역시 이전 비용에 들어가지 않았다. 물론 ‘용산 청와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후생 등이 이 비용을 상쇄할 수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비용과 편익을 비교할만한 분석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 보니 ‘용산 청와대’를 위해 소요될 비용을 두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 이전 비용과 그에 수반되는 국방부와 합참 등의 ‘줄이사’에 총 1조9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이동 대상에 포함되는 군사시설을 모두 신축한다는 가정에 따라 집계된 것이다. 국방부도 청사 이전 시 최소 5천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방호시설 재구축과 전산망 이전 비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원 규모뿐 아니라 재원 마련 절차도 첩첩산중이다. 윤 당선자는 ‘취임 전 집무실 이전을 마치겠다’며 관련 예산을 정부 예비비에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일정 한도에서 미리 책정해둔 금액을 말한다. 현재 남아있는 예비비는 2조원이 조금 넘는다. 일각에서 ‘청와대 이전’은 예비비 투입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기재부는 국무회의 의결만 있다면 예비비 투입에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행정안전부와 국방부가 예비비를 상정한 뒤 국무회의의 의결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윤 당선자는 이와 관련 “예비비 문제라든지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인수인계 업무의 하나라고 보고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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