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집무실 이전의 법적 근거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취임 전 집무실 이전은 인수위원회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윤 당선자 쪽은 ‘대통령 업무 인수인계 사안’으로 설명하고 있다.
윤 당선자는 이날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밝히면서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현 정부와 인수인계 업무의 하나라고 보고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집무실 이전 명분이나 법적 근거와 관련해 안팎에서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국민을 납득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제가 말씀드리고 또 국민께서 제기하는 여러 가지 궁금한 부분에 대해 계속 설명해드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대통령직인수법)에서 인수위의 업무는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 현황 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 준비 △대통령 취임행사 업무 준비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검증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으로 규정돼있다. 당선자가 취임하기도 전에 인수위 단계에서 집무실을 이전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인수위법에 따르면 집무실 이전은 인수위 업무가 아니다. 법치를 강조해 온 윤 당선자가 취임도 하기 전부터 불법을 자초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다”고 적었다.
하지만 윤 당선자와 인수위 쪽은 집무실 이전을 대통령직인수법의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으로 해석한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윤한홍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다음 정부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업무 인수인계이기 때문에 집무실 이전도 인수인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법률위원장인 유상범 의원도 “공약 이행 차원에서 근무장소를 변경하는 건 당연히 인수위 업무에 포함된다”며 “인수위법에 안된다고 볼 명확한 근거가 없는 이상 당선자로서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법조계 인사들의 해석도 분분하다. 국회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청와대 이전이 ‘그밖에 인수에 필요한 사항’으로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건 맞는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위법이냐, 아니냐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윤석열 당선자가 집행하는 집무실 이전은 문재인 정부의 협조 등 ‘정치적 양해’를 통해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선자는 법적으로 아무 권한이 없다. 현 정부가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다만 인수위법 기본 취지는 새 정부가 출범하고 바로 업무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 정부의 협력 의무를 바탕으로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인도 “인수위법이 법적으로 쟁점이 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항 자체도 애매하고, 해석되는 전례도 없어 위법 근거도 없다. 결국 정치행위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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