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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탈 청와대’ 공약에 졸속추진?…‘용산 집무실’ 속도조절론

등록 2022-03-17 20:23수정 2022-03-18 13:31

광화문→용산 급선회…비판여론에 일단 후보지 답사
“정말 시급한 과제냐” 국민의힘 내부서도 신중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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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7일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인수위원회 회의를 소집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18일 후보지 2곳 현장을 인수위원들이 방문해 점검하기로 했다. 여론의 비판에 일단 ‘숨 고르기’를 한 것이다. 그러나 추가 검토를 통해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을 확정할 경우 ‘업무 효율을 높이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공약 취지와 어긋난 결정을 졸속으로 내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후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윤한홍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에게서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와 광화문 외교부 청사로 옮기는 방안과 장단점을 상세히 보고받았다. 회의에는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권영세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브리핑 뒤 회의 참석자들은 현장 방문과 추가 검토를 거친 뒤 이전 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권영세 부위원장은 회의 뒤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정부만 근무하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 않나. 국가대계라서 경솔하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사안”이라며 “신중하게 이런저런 점을 다 보자는 의견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주로 의견들을 들었다고 한다.

윤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대선 공약이었다. 그러나 그가 “5월10일 임기 첫날 새 집무실로 출근하겠다”고 못박음으로써 기한에 쫓기고 있다. 윤 당선자는 지난 1월27일 국정운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대통령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서울청사에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진, 민관합동위원회 사무실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15일 공식 선거운동 출정식에서도 그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민과 동행하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선 사나흘 만에 ‘광화문 집무실’ 대신 ‘용산 국방부 집무실’ 론이 급부상했다.

윤 당선자는 당선 직후 ‘청와대 이전 티에프’를 구성하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티에프는 광화문 정부청사의 경우 고층 건물에 둘러싸여 경호가 어렵고 공간이 협소해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가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윤 당선자는 지난 1월 국정운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경호나 외교 접견 문제는 우리가 충분히 검토했다. 인수위 때 준비해서 임기 첫 날부터 거기(광화문 청사)에서 근무를 하겠다”고 호언했지만, 허언이 됐다. 바로 옆 외교부 청사 활용 방안이 거론됐지만 경호 우려는 여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말(11∼12일)께 서울 용산 국방부 이전안이 급부상했다. 경호처장으로 내정된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국방부 출입기자에게서 얻은 아이디어로, 주변 고층 건물이 상대적으로 적고 경호가 용이하며 기존 지하 벙커와 헬기장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이곳을 최상의 카드로 꺼냈다는 것이다. 티에프는 지난 14∼15일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실측을 했다. 이후 국방부 부지 이전 계획을 1안으로 담은 최종 보고서가 지난 16일 완성됐다. 고작 1주일 가량 만에 졸속으로 만들어진 계획인 셈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군사시설 지역인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면 △외부와 단절된 현재의 청와대 구조와 다를 바 없고 △자연재해나 인적 재난에 대응하는 국가위기관리센터를 활용할 수 없으며 △합참 등 연쇄 이전 비용이 엄청나다는 반론이 거세다.

윤 당선자 쪽은 ‘탈 청와대’라는 윤 당선자의 의지에 맞춰 이전 계획을 밀어붙이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기도 했다“지금 청와대는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까지 올라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앞서 윤 당선자도 지난 1월 후보 시절 “지금 우리는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 본관까지 차를 타지 않나. 그래서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집무실이 아닌 참모들의 사무실이 있는 여민1관 3층 집무실로 출근한다. 문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아래층에는 비서실장실이 있고, 1층에 수석비서관과 비서관실이 있다. 참모들과의 소통에 공간적인 장애가 없는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청와대 구조에 대한 오해의 말씀이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시절 본관에 위치한 집무실을 사용할 때를 착각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관한 비판이 나왔다. 임태희 대통령 당선자 특별고문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호 경비나 긴급사태에 대비하는 데 좀 차질이 적은 쪽에 아무래도 위치하는 게 좋다”면서도 “시한을 정해두고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매우 무리가 따를 가능성이 많다. 정말 국정에 시급하고 중요한 게 뭔가 하는 걸, 국민 여론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해야 할 정도로 시급한 국정과제냐는 반문이다. 한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도 <한겨레>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뿐 아니라 부처 이전 문제까지 얽혀 있기 때문에 이전 정부에서는 왜 하지 못했는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충분한 시일을 두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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