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선 뒤 처음으로 만난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자는 문 대통령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건의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윤 당선자 쪽은 14일 “16일 회동하는 게 맞다”고 확인했다. 청와대와 윤 당선자 쪽은 대선이 끝난 뒤 그동안 회동 일정과 의제 등을 두고 조율을 해왔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만남은 지난 9일 대선이 치러진 지 일주일 만이다. 두 사람이 대면하는 것은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으로 있을 당시, 지난 2020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 이후 21개월만이다.
이번 회동에선 원활한 정권 인수·인계 방안을 비롯해 코로나19 대응,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동향 등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선 이후 최우선 과제로 ‘국민 통합’을 꼽은 만큼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가 국정 공백 없이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겠다”면서 “무엇보다 지금은 통합의 시간이다. 선거 과정과 결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치유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문 대통령에게 이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에 “(윤 당선자는) 오래 전부터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쪽에서도 ‘국민 통합’을 이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윤석열 당선인을 선택한 국민의 표심은, 진영 갈라치기는 이제 그만하고 국민통합을 통해 화합과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달라는 것”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과 복권 문제를 이젠 매듭지어야 할 때”라고 썼다. 1997년 김영삼 대통령도 김대중 당선자의 건의를 받아들여 전두환·노태우씨를 사면한 전례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말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했지만 당시 청와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익을 챙긴 범죄이고 복역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다며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