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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광화문 대통령” 청와대 개혁 앞세워…윤 당선자 공약은?

등록 2022-03-11 14:17수정 2022-03-18 13:32

윤석열 당선자 주요 공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6일 서울 강동구 광진교남단사거리에서 환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6일 서울 강동구 광진교남단사거리에서 환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공정과 상식으로 만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겠다며 청와대 조직해체와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경제 정책에선 규제 완화와 디지털 데이터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행복경제시대’를 열고, 성장을 바탕으로 복지 재정을 마련하는 ‘생산성 복지’ 구상을 내놨다. 외교·안보 정책에선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중국과는 거리두기를 하는 등 ‘국익을 위한 당당한 외교’를 표방했다. 남북관계에서도 대북 선제타격 역량 강화 등으로 ‘강한 국방력’을 기조로 삼고 있다. 최저임금과 노동시간에서는 기존의 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유연화’를 표방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와 함께 ‘검찰권 강화’를 거론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을 뒤집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광화문 대통령 되겠다”

‘윤석열 정부’는 전문가 중심의 기용을 통해 ‘일 잘하는 정부’를 표방했다. 핵심은 국정 운영 콘트롤타워격인 대통령실의 ‘슬림화’다. 윤 당선자가 지난 1월27일 발표한 정치개혁 공약을 보면, 대통령실은 비서실장 등 ‘정예 참모’와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가 함께 하는 방식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수석비서관·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민관합동위에는 학자, 전문가, 언론계 인사 등이 ‘사외이사’처럼 민간인 신분을 유지하면서 주요 현안이나 미래전략 별로 운영되는 티에프(TF)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영부인 의전과 연설 지원 등을 담당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고, 대통령실 인원은 30% 줄인다. 민관합동위원회에 힘을 싣고 대통령의 참모는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함으로써 참모 중심이 아닌 전문가 중심의 국정 운영이 전망된다.

이런 구상에 맞춰서 윤 당선자는 후보 시절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고, 청와대 공간은 국민에게 개방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정이다. 주요 부처가 자리한 세종시에는 제2집무실을 설치한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집무실 이전으로 수반되는 문제는 모두 국회에서 예산 승인이 필요한 부분이라 ‘민주당 180석’ 구조를 뚫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면서도 “윤 당선자가 직접 주관해서 준비한 대표적인 공약인 만큼 반드시 실현시키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인수위에서 가장 먼저 논의할 공약으로, 윤 당선자의 첫 출근지는 광화문 대통령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또 총리 및 장관 자율성, 책임성 확대 등을 약속하며 `책임총리제'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런 전망 속에서, 윤 후보와 야권 단일화를 이루며 ‘국정파트너’를 자처한 안 대표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당선자의 이같은 정부 구상안이 안 대표의 대표적 공약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안 대표는 후보 사퇴 전 대선후보 공약으로 대통령 권한 축소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책임총리 및 책임장관제를 발표한 바 있다.

IT·신산업·빅테크…전방위 규제완화 예고

윤 당선자의 경제 정책은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 전략이다. 반도체·전기차·배터리·수소·태양광·원자력 등 국내 제조 대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정보기술 및 신산업 분야와 관련한 규제를 풀고 정부의 금융·세제 지원 등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독점 및 개인정보 침해 우려 등이 있는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플랫폼 산업 쪽도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주요국의 정책 흐름과 달리 정부 규제는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당선자 진영에 합류한 한 경제학계 인사는 “정부의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은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와 달리 성장률, 고용 목표치 등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나라살림 측면에선 팍팍한 재정 운용이 예상된다. 윤 당선자는 청년 원가 주택과 역세권 첫 집 주택 총 50만호 공급, 병사 월급 200만원 보장, 출산 급여 1년간 월 100만원 지급, 기초연금 10만원 인상, 농업 직불금 예산 2배 확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확대 등 굵직한 공약을 내놨다.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5년간 266조원(윤 당선자 추산)이다. 반면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통합,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기업과 서민 세제 지원 확대 등 각종 감세 공약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윤 당선자의 복지 공약을 설계한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 세금폭탄론, 성장우선주의 등에 밀려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교육·보육·요양·간병·고용 서비스 등 보편적 복지 서비스 강화와 양질의 사회 서비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성장 친화적 복지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 최우선…중국과는 거리두기

윤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반미·친중 기조인데다 북한엔 굴종적인 태도를 보여 한-미 동맹 약화를 초래했다고 진단한다. 이에 윤 당선자는 공약집에서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를 약속했다. 한-미 간 전구급 연합연습(CPX), 야외기동훈련(FTX) 정상 시행, 한-미 외교·국방(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실질적 가동과 전략자산(전략폭격기,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 전개 등이다. 지난달 3일 열린 대선 후보 티브이(TV) 토론에서 당선 뒤 정상회담 순서를 “미국 대통령, 일본 수상(총리), 그리고 중국 시진핑 수석과 김정은 위원장 순서로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윤 당선자는 공약집에서 중국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드 기지 정상화(환경영향평가 완료 및 임무 수행 여건 보장), 사드 추가 배치 및 SM-3 적기 전력화 등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약속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상호주의를 내세우며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 유지 등을 강조한다. 지난 1월24일에는 국방 공약을 발표하면서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및 대량응징보복(KMPR) 역량 강화 등 북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선제타격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주적’이라고 명시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남북관계가 다시 냉전시대의 적대관계로 회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전제로 ‘과거 직시, 미래 지향’의 한-일 관계를 지향했는데, 2012년 이후 일본에서 우경화 바람이 분 뒤에는 전제가 된 반성과 사죄가 사라진 상태다.

최저임금·근로시간 탄력 적용 강조

윤 당선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재정 50조원을 집권하는 즉시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다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예산 마련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보건의료 공약에는 민간병원의 기능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들이 담겼다. 중증외상센터, 분만실, 신생아실, 노인성 질환 치료 시설에 공공정책 수가를 적용해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고,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국민 간병비 부담 완화도 약속했다. 출산 때 1년간 매달 100만원씩 ‘부모급여’도 지급한다. 다만 공공병원 확충과 관련해서는 공약이 없다.

노동 정책은 대폭 전환이 예상된다. 윤 당선자는 선거 막바지인 지난 7일 경기도 안양 유세에서 “최저임금을 200만원으로 잡으면, 150만원, 170만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 해야 하느냐”며 최저임금제 탄력 적용을 거듭 주장했다. 주 52시간제와 관련해서도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확대, 신규 스타트업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포함, 전문직·고액연봉자 근로시간 규제 제외 등 ‘유연화’ 방안을 공약집에 담았다. 최저 노동조건 보장을 강행하게 하는 근로기준법을 사실상 무력화하겠다는 얘기다.

교육 정책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 인원 비율을 확대하고 대입전형을 단순화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으로 예정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도 무위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자가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보낸 답변서에서 “극단적인 평준화의 폐해를 완화하기 위해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평등성뿐만 아니라 수월성도 추구돼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공수처 폐지·검찰권 강화 예고

최초의 검사 출신 대통령인 윤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반대 방향으로 ‘검찰권 강화’를 앞세운 검찰개혁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공수처 폐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당선자는 지난달 14일 사법분야 공약을 발표하면서 공수처에 우선권이 부여된 고위공직자 수사 권한을 검경도 함께 수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당선자는 “공수처 제도에 국민들의 회의가 있다면 폐지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검찰의 중립성 및 독립성 보장책으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청 예산 법무부와 별도 편성 등의 공약도 내놨다. 윤 당선자는 경찰이 수사하고 불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2차 수사 조건, 경찰 사건을 검찰이 가져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조건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의 수사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연서 박준용 박태우 이유진 박종오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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