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13년 1월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인수위 사무실 현관 앞에서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진영 부위원장, 인수위원, 비서실 관계자 등과 함께 현판식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9년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선거 직후 곧바로 취임해 인수위를 꾸리지 않았다.
윤석열 당선자 임기는 두달 뒤인 5월10일 0시부터다. 하지만 통상 당선 2∼3주 안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차기 정부가 지향하는 국가비전·목표·과제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행전안전부는 인수위 구성 준비(조직실), 취임식 준비(의정관) 등과 관련해 복수의 방안을 마련해 당선 직후 당선자 쪽에 제안할 예정이다. 최승환 행안부 의정담당관은 “당선자 쪽에 보고할 방안을 마련해 놓았지만, 인수위·취임식 등 세부내용까지 모든 사항을 당선자 쪽에서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2월19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이명박정부 국정운용에 관한 합동워크샾'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마지막 마무리 발언에서 국정운용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인수위 업무를 총괄하는 인수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도 관심사다. 노무현 정부 땐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이명박 정부 땐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이, 박근혜 정부 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임명됐다. 대통령 당선자에 이은 ‘넘버 2’ 자리이지만, 뒤끝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 전 총장은 “영어 표기법을 ‘오렌지에서 오륀지’로 바꾸자”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됐고, 김 전 소장은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됐다가 아들 병역면제 관련 의혹 등으로 낙마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을 보면 인수위는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 파악 △새 정부 정책 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 준비 △대통령당선자 요청에 따른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위원장·부위원장 각각 1명과 24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된다. 또 선거캠프와 당, 정부부처 등에서 실무인력들이 차출돼 실무를 담당한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인수위 전체 규모는 240여명, 2008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180여명, 박근혜 정부 인수위는 150여명이었다.
2003년 2월12일 제주시 중소기업센터에서 열린 인수위 전국순회 국정토론회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우근민 당시 제주지사의 현황보고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인수위 구성과 행보가 시선을 끄는 이유는, 인수위 운영기조가 새 정부 국정운영 기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 뒤 인수위 운영 기조는 제각각이었다. 노무현 정부 인수위는 ‘국민참여형 열린 인수’, ‘토론을 강조한 설득형 정책인수’를 지향했다. 지방순회 국정토론회, 국민제안 접수 등을 통해 일반시민·시민단체·외부 전문가 등 사회 각계각층의 현안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려 했다. 노무현 당선자는 매주 인수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물론 분과위별 정책간담회에도 직접 나서 ‘참여’ 가치를 실천하려 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일하는 인수위’, ‘섬기는 인수위’, ‘작은 인수위’를 추구했다. 외양보다 내실을 기하는 데 초점을 둔다며 1월1일에도 쉬지 않는 등 휴일없이 활동을 이어갔다. 이명박 당선자는 매일 새벽 인수위에 출근해 실무를 일일이 챙겼다.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선거 때 목포 대불공단에 가봤는데 공단 옆 교량에서 대형트럭이 커브를 트는데 폴(전봇대)이 서 있어 잘 안된다”며 실태점검을 지시해 실제 전봇대가 철거되도록 하는 등 ‘내가 해봐서 아는데’에 바탕한 강력한 업무추진력을 선뵀다.
인수위는 정권교체기 신·구 권력 갈등이 표출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뒤인 2008년 1월4일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인수위는 기존의 정책이나 당선자의 공약에 대해 찬반을 강요하는 곳이 아니며, 나아가 호통치고 자기반성문 같은 것을 받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나와 정권이 심판받은 것이지 모든 정부 정책이 심판받은 것은 아니다”며 이명박 정부 인수위를 비판하기도 했다. ‘점령군 같은 인수위’라는 말이 이때 나왔다.
전임 때를 반면교사 삼아 박근혜 정부 인수위는 ‘성실하고 조용한 인수위’, ‘점령군이 아닌 낮은 자세의 겸손한 인수위’를 지향했다. 하지만 ‘철통 보안’을 강조하면서 윤창중 당시 인수위 대변인으로 언론창구를 일원화한 뒤엔 일방적으로 각종 발표를 이어가 ‘불통 인수위’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박근혜 당선자는 인수위 현판식에만 참여하고 각 부처 업무보고도 따로 받지 않고, 진행 상황만 측근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한다. 당선자 사무실에도 외교사절 접견 때를 제외하면 출근하지 않았다. 국정농단 사태를 부른 현직 시절 스타일이 인수위 시절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던 셈이다.
인수위 사무실은, 당선자 의사에 따라 선정된다. 다만 서울 도심에 대규모 빈 사무 공간을 찾기 어려워 이전 사례처럼 삼청동 금융연수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1987년 헌법개정 이후 대통령 취임식은 모두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이뤄졌다. 새 대통령 취임식도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취임식 준비 시간이 없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약식 취임식을 진행했다. 그동안 취임식은 취임 첫날인 2월 25일 이뤄졌다. 새 대통령 취임식도 취임 첫날은 5월10일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행안부는 “취임식 방식은 물론 시기·장소까지 당선자 쪽에서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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