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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역대 최소 표차, 첫 ‘0선’ 대통령…국민통합·협치력 과제

등록 2022-03-10 05:51수정 2022-03-10 11:53

장모 리스크, 무속 논란, 고발사주 의혹 등
결격 사유까지 모두 용인한 정권 교체론
“여가부 폐지 등 분열 강조한 선거운동
본인이 만든 갈등의 축 완화 노력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27년 검사’에서 대선 무대로 직행해 1년 만에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치로의 첫발을 ‘대통령직 도전’으로 뗐고, 곧바로 당선되는 한국 정치사의 신기록을 세웠다.

정치 입문부터 당선까지 줄곧 ‘대세론’을 이어오게 된 배경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민심 이반, 집권여당의 ‘내로남불’ 논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맞서며 존재감을 키운 윤 당선자가 정권교체를 위한 ‘적임자’로 받아들여졌고, 그는 지난해 8월 ‘무주공산’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발판 삼아 결국 대통령 당선에 이르렀다. 1987년 체제 이후 대한민국이 처음 경험하는 ‘0선’ 대통령의 앞날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흠결도 용인한 ‘정권교체 여론’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지 371일째 되는 날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각 9선, 6선의 의회정치를 경험했고,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5선 의원, 문재인 대통령도 19대 국회를 거쳐 청와대에 들어갔다. 수년에서 수십년 정치 훈련을 거친 뒤 최고 권력을 얻게 된 전임 대통령들과 윤석열 당선자가 가장 다른 지점이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정치 신인으로서의 장점을 앞세우며 “누구에게도 정치적 부채를 지지 않았다”, “오로지 국민에게만 빚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분노한 민심의 정권교체 여론이 정치 신인에게 최고 권력을 부여한 것이다.

윤 당선자는 정치 입문 뒤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정권교체 여론을 오롯이 흡수하며 몸집을 불려나갔다. 선거 기간 내내 그를 따라다녔던 부인과 장모 리스크, 무속 연루 논란, 고발 사주 의혹 등 갖가지 결격 사유가 불거졌지만 정권교체 여론은 이를 모두 용인했다.

그래서 윤 당선자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인정받아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치 신인다운 개혁적이고 새로운 목소리를 냈느냐는 질문에도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채 검찰총장에서 물러나, 곧바로 대선에 도전해 당선된 것이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치적 훈련이나 계획의 기간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특히 공안기관장에서 바로 제1야당 대선 후보, 대통령까지 된 점에 대해서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드러난 윤 당선자의 메시지와 철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그는 젠더·이념·계급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보다는 조장하는 쪽으로 메시지를 집중했고 ‘갈라치기’ 전략을 선거에 노골적으로 도입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극빈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른다”는 발언으로 기업·자본 쪽에 경도된 비뚤어진 의식을 드러냈고 약자 배려, 차별 배제, 소수자 등에 대해서는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중국에 적대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향후 글로벌 다자 외교 무대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지층 결집에 사활을 걸었던 우클릭 행보에서 국민 통합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점을 윤 당선자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대선을 앞두고 통합 목소리가 아닌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전면에 내세운 ‘과감한’ 선거운동이었다”며 “2030 남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효과를 봤지만, 대통령직의 최우선 과제가 국민 통합임을 기억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 교수도 “임기 시작 뒤 본인이 만들어놓은 갈등의 축을 완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협보단 명령’ 검사 리더십…협치 가능할까

윤 당선자는 2024년 총선 때까지 최소 2년1개월간 현재의 국회 구성대로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을 상대하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운영의 필수요소인 대의회 정치력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은 윤 당선자에게 통합과 외연을 확대하는 동기가 될 수 있으나, 자칫하면 임기 초반 국정운영 동력을 잃고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정부조직 개편과 조각, 입법·예산안 등 윤 당선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지점이 적지 않아서다. 범야권의 주도적인 ‘법안 통과’를 지켜만 봐야 할 수도 있다. 윤 당선자도 ‘식물 대통령’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현장 유세 때마다 “양식 있는 민주당 분들과 멋진 협치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고 이 나라의 경제 번영을 이룩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의회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초보 협치’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역동성이 있는 대통령제 아래에서 윤 당선자 특유의 돌파력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리스크도 커 보인다”며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주당을 무시하고 갈 수 없고, 통합이 안 될 경우 지지율 추락이나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당위적이든 아니든 윤 당선자가 국정운영을 해나가기 위해 민주당과의 타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짚었다.

탄핵당해도 5년 만에 집권…2030 남성 보수화 주목

윤 당선자 개인의 당선만큼 조명되는 것은 대통령 탄핵을 거친 보수 정당이 5년 만에 최고 권력을 가진 여당으로 ‘회귀’했다는 점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한나라당-민주당 계열 정당은 10년 주기로 정권을 주고받았으나, 이번엔 그 룰이 깨졌다.

탄핵 사태를 겪은 뒤 그야말로 초토화됐던 당이 5년 만에 여당으로 부활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 교수는 “보수 세력의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여전히 그대로인 ‘도로 새누리당’에 국민이 손을 들어줬다는 것은 민주당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반영됐다는 것으로 설명된다”고 짚었다.

국민의힘의 소생 방식이 내부 개혁이 아닌 외부 수혈이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채 교수는 “대통령 탄핵 이후로 쪼개졌다가 합치는 여러 과정을 통해 팽배한 정치 불신이 윤 당선자를 중심으로 진화하면서 대통령 당선까지 성공시켰다”며 “보수 정당에서 그간 수차례 실패한 내부 개혁이 결국 ‘외부 수혈’을 통해서 바뀌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점은 정당 역사에선 어찌 보면 딱한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지 교수도 “한국 정당이 국민의 대표자를 육성하고 키워내는 데 있어서 제 기능을 못 했다는 점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불공정에 대한 반발과 성평등 피해의식에서 시작된 2030 남성의 보수 성향이 이번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자를 앞세운 “신보수의 등장”이라고도 했다. 그는 “기존 태극기 보수나 꼴통 보수와는 다른, 신보수 세력이 불러올 사회 파장에 주목해야 한다”며 “윤 당선자가 줄곧 내세워온 공정이라는 가치가 새 정부에서 어떻게 투영되는지에 이들의 결집이 달려 있다. 인수위원회 구성과 윤석열 정부의 첫 인선 과정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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