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접전은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초반의 박빙세로 이어졌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우위를 가늠할 수 없는 판세가 이어지면서 양쪽의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로 보인다.
10일 오전 2시40분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를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각각 47.78%, 48.62%의 득표율을 나타냈다. 0.84%포인트 차이로 윤 후보가 앞선 모습이다. 앞서 9일 저녁 7시30분 공개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와 <제이티비시>(JTBC)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두 후보의 격차가 1%포인트 이내로 나타났다.
애초 국민의힘은 선거운동 기간 막판 야권 단일화의 효과로 압승을 공언했으나 안심할 수 없는 수치가 나오자 개표 내내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초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동안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윤 후보가 많게는 8%포인트 안팎 차이로 이 후보를 앞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단일화가 생각만큼 위력을 나타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일화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효과가 극대화되는 대신 피로감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야권 단일화는 이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던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날 저녁 공개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이 후보는 전남(83.7%), 광주(83.3%), 전북(82.6%) 등 호남에서 몰표를 얻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진 유권자들, 특히 이 후보 지지에 미온적이던 호남 유권자들을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까지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추격하는 상황이었는데, 야권 단일화 뒤 호남 등에서 이 후보 쪽으로 결집하며 격차가 줄어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후의 부동층’이었던 2030 여성 표심의 결집도 박빙 판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별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 58.0%, 30대 여성 49.7%가 이 후보를 지지했다. 앞서 발표됐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30%대에 머물렀던 것과는 큰 차이다. 윤 후보는 이른바 ‘이대남’ 표심을 잡겠다며 투표 전날까지도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를 거듭 강조하는 등 ‘성별 갈라치기’를 반복했다. 전날 공개된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의 페미니스트 관련 발언 철회 논란도 있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 후보의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 발언’으로 친문재인 지지층이 1차로 결집했고, 윤 후보가 성별 갈라치기를 이어가면서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20대 여성들의 결집 현상이 감지됐다”고 짚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박빙 판세에서 무엇보다 2030 여성층 결집이 확실히 두드러졌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과 ‘전략 지역’으로 꼽혔던 부산 등에선 윤 후보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박빙 판세 속에서 전통적 지지층도 투표장으로 향한 셈이다. 다만 야권 내부에 번진 ‘압승 기대감’이 대세 표심을 따른다는 ‘밴드왜건 효과’ 대신 이 후보를 향한 ‘언더도그 효과’(이길 확률이 적은 후보를 응원하는 현상)로 이어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여당이 절실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짚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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