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밤이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9일, 출구조사 결과부터 초박빙 접전 구도가 피말리는 접전이 벌어지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표정은 번갈아가며 달라졌다. 경합 우세를 점치면서도 장담은 못 했던 민주당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 때 “이재명”을 외치며 먼저 웃었다. 하지만 자정 넘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역전에 성공하자 이번엔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외치며 다시금 달아올랐다.
민주당은 이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까지 ‘끝까지 가봐야 안다’며 ‘신중 모드’를 이어갔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1시간 전인 오후 6시30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 도착한 의원들은 서로 고생했다고 격려하면서도 “어떻게 될 거 같냐”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며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송영길 대표는 곧 출구조사가 발표된다는 예고가 나오자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치며 초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출구조사가 발표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지상파3사 출구조사에서 이재명(47.8%) 후보와 윤석열(48.4%) 후보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피습 사건으로 머리에 붕대를 감고 나온 송 대표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눈물까지 흘렸다. 이낙연 전 대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의원들은 다같이 “이재명”을 연호했다.
특히 제이티비시 출구조사에서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각각 48.4% 대 47.7%이란 결과가 나오자 “제이티비시는 이겼다”는 외침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뒤이어 지역별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뒷자리에 앉은 의원들은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고개를 빼고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특히 이 후보의 본진인 경기에서 앞선 데 이어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도 이 후보가 80%가 넘는 득표율을 얻은 걸로 나오자 환호성은 점점 커졌다. 일부 의원들은 “우리가 이긴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초박빙 격차로 엇갈린 2개의 출구조사 결과에 민주당에선 투표함을 다 열기 전엔 결과를 알 수 없다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송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에스비에스>(SBS)와 한 인터뷰에서 “새벽까지 봐야 확실한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면서도 “이 후보가 (막판에) 계속 상승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뒤쳐져 있다가 1% 안 접전이 됐다는 건 저희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왼쪽 세번째)과 송영길 대표(네번째) 등 당 지도부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기쁨은 끝까지 가진 않았다. 개표 시작 이 후보가 앞서갔지만, 자정을 기점으로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급속도로 줄어들더니, 10일 오전 0시30분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처음으로 역전을 당했다. 남아있던 의원과 당직자들은 “아직 모르는 것이다” “그래도 잘 싸우고 있다”며 개표방송에 집중했지만, 상황실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아이패드를 들고와서 실시간으로 투표율을 확인했다. 경기도당 위원장인 박정 의원은 직접 전화를 걸어 개표가 늦어지고 있는 부천 상황을 확인하며 “경기 서부가 우리에게 유리한데 아직 개표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시8분 개표 상황실을 찾은 우상호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고생많다. 아직 안 끝났어”라며, 의원·당직자들을 다독였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성남시 자택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봤다. 이 후보는 출구조사 뒤에도 별다른 내색 없이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선대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수천표, 수백표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마지막 부탁을 드린다”며 “투표가 종료되는 순간까지 단 한분이라도 더 설득하고, 단 한 분이라도 더 투표하도록 애써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4일 사전투표 첫 날 투표를 한 이 후보와는 달리,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는 이날 오후 경기 성남 초림초등학교에 마련된 수내1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에 참가했다. 김씨가 언론에 모습을 나타낸 건 지난달 9일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으로 기자회견을 한 지 꼭 한 달 만이다.
20대 대선개표가 시작된 9일저녁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이 설치된 국회도사관강당에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출구조사 발표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 모인 당직자들은 박빙으로 나온 방송사 출구조사에 당황하다가 윤 후보의 추격세에 불이 붙고 자정 넘어 역전에 성공하자 다시 들뜬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저녁 7시30분 지상파 방송 3사와 제이티비시 출구조사 결과의 승패가 엇갈리며 초접전 상황이 확인되자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 개표상황실을 메운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직자 사이엔 정적이 흘렀다. 일부는 “아~” 하고 탄식했고, 일부는 “오~”라며 조용히 탄성을 질렀다.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기 1시간 전인 오후 6시30분부터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선대본 핵심 인사와 당 지도부가 자리를 채웠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30분 전에 이미 300석 규모의 개표상황실 객석은 취재진과 당직자로 꽉 들어찼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깜깜이 기간 동안 진행한 당내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최소 4%포인트, 최대 8%포인트 안팎으로 윤석열 후보가 승리한다고 자신한 참석자들은 서로 사진을 찍고, 방송사 중계 카메라를 향해 ‘브이’ 자를 그리는 등 들뜬 분위기였다. 권 본부장과 이 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직전 서로 수고했다며 포옹을 했다.
하지만 저녁 7시30분, 무대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10개에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뜨자, 몇몇 참석자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상파 방송 3사의 결과가 0.6%포인트 차이(윤석열 48.4%-이재명 47.8%)로 나타나자 일부는 당황스러워했고, “그래도 이기고 있다”며 스스로 다독이는 이들도 있었다. 이준석 대표는 지역별 출구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윤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격차 수치를 소리내어 읽었다. 이 대표는 30% 득표를 목표했던 호남에서 출구조사 결과 득표율이 13% 정도로 나오자 “최고치이긴 한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우세한 조사 결과를 공표한 <제이티비시> 방송에는 “와, 제이티비시가 어떻게 저렇게 나와. 이기는 건 진다고 하고”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대부분의 당직자가 빠져나간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은 3시간가량 대부분 취재진들만 자리를 채우며 고요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자정께 개표율이 40%를 넘어서고 윤 후보가 이 후보를 0.9%포인트 차로 추격하자 자리에 앉아있던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철규·정진석 의원이 “이긴다”, “뒤집자”고 했고, 상황실로 돌아온 김기현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자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김 원내대표는 “골든크로스를 이루면 환호하자”고 참석자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당직자들은 “이상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0시29분께 개표율 51% 상황에서 두 후보가 48.3% 동률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당직자와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며 “윤석열” 이름을 외쳤다. 이어 역전에 성공하자 이들은 윤 후보의 ‘어퍼컷’ 동작을 따라하며 “정권교체”를 외쳤다.
같은 시각 윤 후보는 서울 서초구 집에서 티브이(TV)를 통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자택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본 뒤 당선 윤곽이 드러나면 개표상황실을 찾아 자신의 생각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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