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을 뽑는 이번 대선은 역대급 혼전이었다. 유력후보들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며 ‘비호감 경쟁’으로 불렸고 유권자들은 그런 ‘악조건’ 속에서 앞으로 5년을 이끌어갈 차선 또는 차악의 리더를 선택해야 했다. 혼전과 접전이 이어졌던 이번 대선 경쟁을 5가지 장면으로 결산했다.
20대 대선은 ‘네거티브’로 시작해서 ‘네거티브’로 끝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정 운영의 비전이나 정책으로 경쟁하기보다, 상대 후보의 과오나 약점을 파고들어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해가려는 ‘네거티브’가 수차례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고소·고발, 여야 후보가 모두 수사 대상이 된 초유의 선거가 펼쳐지며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꼬리표마저 붙었다.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서로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아니면 말고 식 폭로가 이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충돌이 빈번했던 대선이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때부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을 둘러싸고 일대 난타전에 들어갔다. 특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대선 기간을 관통하는 핵심 소재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해 10월 두 차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이 민간 개발로 밀어붙이려던 것을 공공개발로 돌려 성남시가 5500여억원을 환수한 것’이라고 말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고, 민주당도 곽상도 의원 등 이른바 ‘50억원 클럽’의 면면이 국민의힘과 연결고리가 분명한 인사들이라는 역공을 펼쳤다. 그러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이재명 게이트’로 명명하고, 이를 대선후보 티브이(TV) 토론회와 전국 유세장에서 수시로 꺼내 들며 집요하게 이 후보를 공격했다.
반면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9월 떠오른 고발사주 의혹은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다. 지난해 9월2일 온라인 매체 <뉴스버스>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여권 주요 인물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김웅 의원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에 맞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육탄전을 벌이는 등 공수처와 야당의 대립이 격렬하게 벌어졌다. 이후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차례 기각되었다. 공수처는 대선 뒤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서로를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선거 직전 <뉴스타파>의 보도로 등장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녹취록’을 둘러싸고 민주당은 대장동 의혹의 초점을 윤 후보에게 돌리는 데 집중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투자금은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출이 1000억 이상 발생하면서 시작된 것인데, 김씨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박영수 전 특검에게 소개했고, 조씨는 박 전 특검을 통해 당시 주임검사이던 윤 후보로부터 수사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주장이 담긴 녹취록이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여전히 ‘대장동의 몸통’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에는 <제이티비시>(JTBC)가 2020년 당시 이 후보의 첫 수행비서였던 백아무개씨가 은수미 성남시장의 정무비서관과 한 통화에서 “대법원 라인이 우리한테 싹 있다. 우리가 대법원을 한다. 그동안 작업해 놓은 게 너무 많다”며 ‘대법원 재판 로비’를 한 것처럼 말하는 발언이 담긴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이 후보를 기사회생시킨 선거법 무죄 판결의 재판 거래 의혹에 관해 경천동지할 만한 증거가 새로 드러났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보도된 녹취록 내용은 백씨가 지극히 사적인 대화에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발언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대선 막바지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부동시 병역기피 의혹’을 놓고도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로 윤 후보의 ‘고무줄 시력’이 확인됐다며 허위 부동시 진단을 통한 병역 면탈을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시력 검사만으로 부동시를 판정하지 않는다며 “저급한 정치 공세”라고 맞섰다.
쉼없는 네거티브 과정에서 ‘헛발질’도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이 후보 아들 부정입학 의혹, 이 후보와 조폭 유착설의 근거라며 지난해 국감 도중 공개됐던 ‘조폭 돈다발’ 사진 등은 모두 허위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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