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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새벽 긴 줄 이어지다 뜸해”…사전투표보다 한산한 투표소, 왜

등록 2022-03-09 11:29수정 2022-03-09 11:50

부산·경기·울산 등 대다수 지역 아침 투표율 저조
높은 사전투표율 때문인 듯...일부 지역은 투표행렬
이재명 후보 자택 주변엔 취재 차량 북적
9일 아침 8시께 부산 북구 만덕2동 제1투표소인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에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9일 아침 8시께 부산 북구 만덕2동 제1투표소인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에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20대 대통령 투표일인 9일 전국에선 새벽부터 투표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이어졌지만 대체로 사전 투표일보다는 덜 혼잡했다.

부산 북구 만덕2동 제1투표소인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는 아침까지 한산했다. 선거사무원 장아무개씨는 “새벽엔 70~80대 어르신들이 20여m 줄을 섰지만 이후 뜸하다. 아무래도 사전투표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침 8시30분께 투표소를 찾은 김아무개(88)씨는 “지금까지 투표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몸이 불편하지만 이번에도 투표하기 위해 직접 걸어서 혼자 왔다”고 말했다.

울산에선 이날 이른 아침 사전투표 때처럼 투표소 앞에서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으나 거리 곳곳에서 투표소로 향하는 시민들 모습은 자주 눈에 띄었다. 아침 7시30분께 울산 남구 신정2동 제1투표소(행정복지센터)에서 투표를 마친 정아무개(59)씨는 “4·19에서 촛불혁명까지 면면히 이어온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배신하는 선거가 안 되길 바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한 표를 찍었다”고 말했다.

아침 7시40분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 제4투표소가 마련된 역북초등학교도 투표소를 찾는 발길은 드물었다. 사전투표를 뺀 유권자 2800여명 가운데 아침 7시30분 기준 150여명만 다녀갔다. 처인구선관위 쪽 관계자는 “앞서 치러진 사전 투표일에 이른 아침부터 투표행렬이 이어진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선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 앞에 줄을 선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투표소를 향하는 유권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파트와 빌라가 많이 들어선 제주시 오라동은 오전 9시께 오라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 100여m 정도 줄을 선 모습이 보이고, 자녀들의 손을 잡고 투표소를 찾은 부부도 있었다. 투표를 끝낸 뒤 돌아가던 장아무개(47)씨는 “아이들에게 대통령 선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선거의 의미가 무엇인지 직접 보여주기 위해 아이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최남단 마라도나 가파도 등 제주도 도서지역 유권자들은 대부분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투표를 한 지한봉 마라리 어촌계장은 “지금 바다는 바다 사막화 현상으로 해산물이 고갈된 상태이다. 해녀들의 조업에도 어려움이 있다. 어민 소득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정책을 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9일 오전 7시40분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투표소는 드문드문 유권자들이 방문하는 등 한산했다. 이정하 기자
9일 오전 7시40분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투표소는 드문드문 유권자들이 방문하는 등 한산했다. 이정하 기자

사전투표 열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침부터 투표행렬이 이어지는 곳도 있었다. 대전 중구 태평2동 제4투표소인 신평초등학교는 투표가 시작된 새벽 6시부터 시민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아침 8시45분께 투표를 마치고 나온 부부 배경수(47)·최진희(47)씨는 “이번 대선은 국민에 대한 공약은 없고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만 있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탑대성동 2투표소(일신여고)도 새벽 6시부터 유권자들이 몰려 길게 줄지어 선 모습이었다. 이 투표소에서 생애 첫 투표를 한 이동석(18)군은 “출근 때문에 일찍 나왔는데 생각보다 유권자가 많다. 기분이 묘하고 뭔가 좀 재미있다. 정치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시 동면 장학초등학교에 마련된 제5투표소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한 듯 지팡이 짚은 배순옥(89)씨는 “한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도 있다. 소중한 한표를 꼭 행사해야겠다는 생각에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임길혁(78)씨는 “코로나19 등으로 요즘 다들 살기 어렵다. 다음 대통령은 공정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일 아침 대전 중구 태평2동 제4투표소. 송인걸 기자
9일 아침 대전 중구 태평2동 제4투표소. 송인걸 기자

전반적으로 오전 투표율은 높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부산 투표율은 7.9%로 5년 전인 2017년 5월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 투표율 9.3%에 견줘 1.4%포인트 낮았다. 2020년 4월 치러진 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 투표율 8.4%에 견줘선 0.5%포인트 낮았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울산지역 투표율은 19대 대선 때의 8.5%, 21대 총선 때와 같은 8.4%를 기록했다. 오전 9시 기준 경남의 투표율은 8.4%로 19대 대선 때 9.2%에 견줘 다소 낮은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 자택이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초림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20분께 처음 투표에 참여한다는 한아무개(21)양은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인생의 첫 한 표를 행사하게 돼 뜻깊은 생각이 든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부모님 편하게 살게 해주시고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소망을 말했다.

9일 오전 9시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자택 주변에 취재 차량이 몰려있다. 김기성 기자
9일 오전 9시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자택 주변에 취재 차량이 몰려있다. 김기성 기자

한편, 이 후보의 집 주변에는 경찰버스 2대가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아파트 단지 안 도로에는 방송차들이 진을 치고 이 후보의 동선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이 후보의 지인이나 지지자들로 보이는 시민들이 자택이 있는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이 간간이 보였으나, 취재진만 빼면 이 후보 자택 주변은 평소 휴일처럼 한산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전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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