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도봉구 도봉산 입구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사통팔달 도봉, 서울의 신경제중심지! 이재명은 합니다!’ 도봉 집중유세에 참석한 시민들이 이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사흘 앞두고 여야가 모두 서울 민심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서울은 전체 유권자(4419만명)의 20%에 이르는 833만명의 유권자가 포진한 명실상부한 ‘최대 승부처’다. 1997년 이후 역대 대선에서 2012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서울에서 이긴 후보가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에 <한겨레>는 지난 3일 서울 시내를 돌며 이번 대선의 핵심 의제인 야권 단일화와 부동산 민심, 자영업자, 2030세대 등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이재명, 윤석열 다 뽑기 싫어서 그나마 깨끗하고 똑똑한 안철수 뽑아야겠다 싶었는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단일화’를 전격 선언한 지난 3일 낮, 서울 중구에서 고깃집을 하는 유아무개(39)는 가게 안 티브이(TV)에서 나오는 단일화 뉴스를 보면서 혀를 찼다. 안 후보를 지지했다는 유씨는 “투표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재명과 윤석열 중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돼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단일화 선언 직후 <한겨레>가 만난 서울 시민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자들은 단일화 효과에 따른 기대감을 내비쳤지만,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는 시민들은 혼돈에 빠진 모습이었다. 윤 후보 지지로 곧바로 옮겨가기 보단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답도 적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도 ”안 대표가 ‘1년만 지나면 윤석열을 찍은 내 손가락 자르고 싶어질 거’라고 하더니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누굴 찍을지 이제 정말 고민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안 대표의 ‘네 번째 철수’에 “그래도 이번엔 믿었다. 앞으로 다시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직장인 백아무개(41)씨는 “아침에 뉴스 보고 ‘끝났구나, 난 투표하러 안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단일화 발표로 윤 후보로 지지를 굳혔다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서울 광장시장에서 5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는 조아무개(74)씨는 “윤 후보가 너무 ‘정치 초보’라서 답답했는데, 안 후보는 그래도 똑똑하니까 윤 후보 옆에서 좋은 조언을 많이 해줄 수 있을 거 같다”며 “그전까지는 마음을 사실 못 정했는데 단일화하고 윤 후보를 찍어야겠다고 마음이 기울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서울 노원구에서 30년 이상 살았다는 택시기사 문광선(69)씨도 “늦었지만, 단일화 잘됐다. 안철수 지지율 절반만 윤석열한테 가도 다행아니냐”며 “지난 대선때 문재인 찍었고 민주당 밀어줬는데 5년 동안 질리도록 싸우기만 했다. 너무 지쳐서 이번엔 윤석열한테 기회를 줘보고 싶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6일 서울 강동구 광진교남단사거리에서 환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야권단일화의 ‘반작용’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층은 더욱 결집하는 모습도 보였다. 광장시장에서 만난 송아무개(61)씨는 “엊그제 안철수 후보가 여기(광장시장) 다녀갔는데, 세상에…끝까지 할 것처럼 하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며 “안철수 미워서라도 (윤 후보를) 찍지 않을거다.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했다. 조아무개(59)씨도 “눈에 보이는 선거용 단일화인데 무조건 윤 후보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존에 민주당에 소극적이었던 사람들이 더 뭉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 당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서울 민심을 잡기 위한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기동민 의원은 <한겨레>에 “관건은 소극적 지지자들과 이탈민주층을 얼마나 끌어내느냐”라며 “내부 분석을 통해서 이런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3만 장소를 찍어서 각 지역위원회에 할당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골목유세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인 박성중 의원은 “서울의 핵심 전략은 무엇보다 부동산 문제다. 집 가진 사람은 세금 때문에 난리였고, 집 없는 사람은 전월세가 올라서 고생하지 않았나. 그런 차원에서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물고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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