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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사전투표↑, 초박빙 판세… 출구조사 적중, ‘보정값’에 달렸다

등록 2022-03-06 14:12수정 2022-03-06 16:14

JTBC 첫 도전장, 지상파3사와 출구조사 경쟁구도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서 있다. 김태형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서 있다. 김태형 기자

코로나 투표의 혼란이 있긴 했지만 4일과 5일 실시된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역대 최고치인 36.9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초박빙 선거로 예상되는데다 사전투표율까지 올라가면서, 대선 출구조사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이번 대선엔 지상파3사 외에 비지상파로선 처음으로 제이티비시(JTBC)가 독자 출구조사에 뛰어들며 도전장을 냈다.

사전투표, 코로나투표, 재외국민투표는 해당 안 돼

공직선거법상 출구조사는 투표 당일 아침 6시~오후 6시까지, 투표소 50m 밖에서만 하게 돼 있어 사전투표는 직접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지난 19대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인한 ‘보궐선거’였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오후 8시까지 투표가 실시되고 출구조사 시간도 2시간 늘었다. 코로나 투표를 하는 유권자의 경우 조사원들의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재외국민투표도 제외된다.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등 지상파3사는 이번에도 한국방송협회와 방송사 공동 예측조사위원회(KEP)를 구성해 출구조사에 나섰다. 1990년대 국내에 처음 출구조사가 도입될 땐 현장 출구조사보다 전화여론조사 의존도가 높았고 방송사별 실시가 많았지만, 2010년부터 지상파 3사의 공동 현장출구조사가 자리 잡았다.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동조사로 바뀐 데는 우선 비용부담 문제가 있다. 총선 출구조사 경우 각사의 부담금이 20억원을 넘는데, 대선은 그보다 적다곤 하지만 역시 만만찮은 부담이다. 혼자 틀렸을 때 ‘돈만 쓰고 욕먹는다’는 점도 작용했다. 출구조사는 성별, 연령별, 학력별, 직업별, 소득수준별 정당·후보 지지율 같은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의미도 있지만, 뭐라 해도 당선예측의 정확성이 관건으로 받아들여진다. 18대 대선 당시 와이티엔(YTN)은 전화예측조사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우세를 예상했다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사과방송을 한 바 있다.

그래도 선거구가 많은 총선에 견줘 전국 단일 선거구로 표본수가 큰 대선 출구조사는 높은 적중률을 보여왔다. 지난 19대 대선의 경우 출구조사에서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차이가 18.1%포인트였는데 실제 결과는 17.1%포인트였다. 오차범위가 ±0.8%였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정확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역대 가장 박빙이었다는 18대 대선 때보다도 더 양당 후보의 지지율이 근접해 있는 초박빙 판세다. ‘사전투표’ 변수도 점점 커지고 있다. 재·보궐선거를 제외하고 사전투표가 전국 단위에서 첫 실시된 2014년 6회 동시지방선거 당시 11.49%였던 투표율은 2017년 19대 대선 26.06%, 2018년 7회 동시지방선거 20.14%, 2020년 21대 총선 26.69%로 뛰었고 이번에 35%를 훌쩍 넘었다.

물론 전체 투표율이 크게 오른다면 사전투표 비중이 낮아질 순 있다. 하지만 최근엔 사전투표가 본투표 견인보다 ‘투표일 분산’ 성격이 강해진다는 분석들이 많다. 진보 쪽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보수 쪽 유권자가 본투표를 많이 해온 경향이 있지만 이 또한 점차 변화의 과정에 있다. 사전투표를 출구조사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는 질문이 나올 법하다. 이에 대해 최선호 케이이피(KEP)위원장(SBS 선거방송기획팀장)은 “2014년 이후 계속되어온 이슈인데, 국회에서 결정해야 할 법 개정사항인데다 사전투표 출구조사 결과가 본투표 마감 때까지 며칠 동안 보안이 지켜질 수 있냐는 현실적 문제가 크다”며 “이 문제를 포함한 정교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공표금지기간 샘플 늘리는 등 ‘보정’ 작업 치열

선관위가 제공하는 것은 사전투표자들의 나이, 성별, 지역 등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뿐이다. 결국 현재로서 대안은 현장출구조사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과 함께 사전투표 경향 등을 감안한 ‘보정’ 작업 정도다. 방송사와 조사·분석업체는 역대 조사에서 쌓인 데이터와 노하우, 그리고 여론조사공표금지기간 동안 실시하는 전화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보정값을 정하는데, 어디에 얼마만큼 가중치를 둘 것인가 등은 일종의 ‘영업비밀’이라 할 수 있다.

최선호 위원장은 “선거가 끝날 때마다 스터디를 한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갖고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해왔다. 특히 이번엔 사전투표와 본투표 사이 기간에 실시할 전화조사의 샘플을 평소 2천~3천명에서 1만명으로 늘렸다. 사전투표한 사람이 통계적으로 3천명 넘게 나올 텐데, 이들의 응답 데이터를 갖고도 여러 시뮬레이션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구조사처럼 ‘누구를 찍었냐’를 묻는 건 선거법상 금지지만, 전화여론조사에서 사전투표 여부와 ‘누구를 지지하냐’로 묻는 방식은 가능하다. 케이이피(KEP)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 코리아리서치, 입소스코리아 등 조사기관 세곳이 맡아 전국 330~350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서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서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 21대 총선 당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메타 분석에 기초해 독자 예측조사를 실시했던 제이티비시는 이번에 첫 출구조사에 나섰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의 인용보도로 소송전까지 갔던 2014년 지방선거 이후 8년 만에 ‘독자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제이티비시 선거방송기획단은 “지상파3사만의 콘텐츠였던 출구조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4일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사전투표 경향이 반영되도록 제이티비시와 여론조사 기관 글로벌리서치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추가로 대규모 전화면접과 온라인 패널조사를 통한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지역·성·연령에 따라 추적모형을 만든다. 제이티비시 쪽은 “유권자 감염방지를 위해 대면 접촉시간 자체를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며 기존 여론조사와 달리 성별, 나이, 선택 후보 3가지 질문만 답하도록 해 조사참여에 10초~1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대상 투표소 숫자 등 규모에 대해선 선거 당일 공개할 방침이다.

케이이피와 제이티비시의 출구조사는 각각 9일 저녁 7시30분에 자신들의 방송을 통해 발표된다. 과거엔 발표 1시간 전까지 조사결과를 끊어 분석을 돌려 투표마감 직전 유권자들이 몰리는 선거의 경우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이번엔 코로나 투표로 인해 발표까지 시간 여유가 생긴 만큼 저녁 6시까지 실시한 조사결과가 모두 분석에 활용될 전망이다. 방송사들도 발표 15분~20분 전에야 엑셀로 정리된 형태로 결과를 받는다고 한다.

다른 언론사들의 출구조사 수치 인용 보도는 저녁 7시40분부터 가능하다. 노하우와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지적재산’인만큼, 엠바고를 지키지 않고 무단 인용할 경우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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