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8일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남부수도권 시대, 대구 경북의 재도약, 이재명은 합니다!' 대구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선이 임박했지만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살얼음 판세’가 이어지면서 양강 주자인 이재명·윤석열 캠프가 ‘말실수’ 경계에 나섰다.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실언·망언 등 말 한 마디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부동층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선 172명 의원 전원에게 ‘에스엔에스(SNS) 자제령’이 발령됐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의총에서 “에스엔에스에 문제가 될 만한 건 올리지 말라. 에스엔에스 막말하면 문제가 된다”며 “우리 후보 지지율이 오름세에 있으니 이럴 때 정말 겸손하게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긴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 본부장이 직접 ‘에스엔에스 단속’에 나선 건, 이 후보의 지지율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 의원 개인의 말실수 하나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28일 <한겨레>에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소수점까지 같은 상황인 만큼 0.1%포인트라도 지지율 깎아 먹을 실책이 나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도 지난 9일 “에스엔에스에 쓸데없는 글 올리지 마라. 중도층은 그런 것에 눈살 찌푸린다”며 경고했다.
하지만 발언을 가장 조심해야 하는 사람은 후보 본인이다. 민주당 선대위 참모들은 대본을 보지 않고 길게 설명하는 이재명 후보의 ‘강의식 유세’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울산 유세에서도 윤석열 후보의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 발언’을 겨냥해 “세상에 어떤 대통령 후보가 정치 보복을 공언하느냐. 하고 싶어도 꼭 숨겨놨다가 나중에 몰래 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정치 보복을 몰래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었다. 선대위 관계자는 “말이 길어지면 중언부언 실언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강원 동해시에서 열린 ‘환동해권 물류거점 항만도시 동해의 새로운 도약’ 동해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치 입문 뒤 잇따른 실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막판으로 갈수록 색깔론과 음모론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현 정권을 ‘좌파 사회혁명 이념을 공유하는 이권 결탁 세력’이라고 공격하는 등 노골적인 색깔론을 매일 주장하고 있다. 정부 비판용 음모론도 서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장기 집권을 위해 집값을 의도적으로 올렸다’거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부풀려 발표해 선거 당일 투표를 막을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이다.
당내에서는 윤 후보의 이런 발언이 문재인 정부에 반감을 가진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일부 기대할 수 있지만, 중도·부동층의 거부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지지자들만 잔뜩 모여든 유세장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중도층과는 멀어질 수 있다”며 “이제는 스윙보트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도 “지역 유세는 분위기에 따라 후보가 미리 작성한 메시지에서 가감하는 게 있다 보니 말실수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선거 막판 말실수가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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