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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대선 막판 분수령은 양당 지지층의 절박감

등록 2022-02-27 09:05수정 2022-02-27 10:30

[한겨레S]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17

초박빙 선거 균열점은?

노무현 기적은 지지층 절박감 통해
박근혜 역전은 예상 넘는 결집 영향
올해 윤 막말·단일화 무산에 초박빙
절박함·후보 정체성에서 승부날 듯
23일 충남 당진시 당진어시장 들머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세를 벌이는 가운데 인근에 대선 후보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당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3일 충남 당진시 당진어시장 들머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세를 벌이는 가운데 인근에 대선 후보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당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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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 선거를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합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대선에서 여당과 제1야당 후보의 비호감 지수가 이번처럼 높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역대급 불투명 선거’라고 합니다. 틀린 얘기입니다. 1987년 이후 모든 대통령 선거는 예측이 쉽지 않았습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겨뤘던 1987년부터 그랬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후보가 겨뤘던 1992년에도 그랬습니다. 1997년 대선 전에 김대중 후보 당선을 자신 있게 예측했다거나, 2002년 대선 전에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100% 확신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두 사람의 당선 여부는 투표 당일까지도 불확실했습니다. 2012년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대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과거 대선 결과 흔든 사건들 보니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1위와 2위의 득표수 차가 가장 적었던 선거는 1963년 5대 대선이었습니다. 민주공화당 박정희 후보가 470만2640표, 민정당 윤보선 후보가 454만6614표로 15만6026표 차였습니다.

득표율 차가 가장 적었던 선거는 1997년 15대 대선이었습니다.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40.27%,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38.74%로 1.53%포인트 차였습니다. 2002년 16대 대선은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 48.91%,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46.58%로 2.33%포인트 차였습니다. 2012년 18대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51.55%,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48.02%로 3.53%포인트 차였습니다. 정말 아슬아슬했지요?

과거의 역사는 필연입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선거의 승패는 필연이 아닙니다. 모든 선거는 어쩌면 우연의 연속과 집적으로 결판이 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1997년과 2002년 두차례 대선에서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이회창 후보는 회고록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선거에서는 이기고 보아야 한다. 어설픈 정의나 도덕론은 쓸데없다. 이것이 정치의 현실이다.”

“12월18일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정몽준 후보가 느닷없이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벼락을 맞은 것은 노 후보 쪽이었지만 놀라기는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동대문 의류시장 골목을 돌다가 이 소식을 들었다. 일행 속에서 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고 상인들도 축하해주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우선 지지 철회가 투표 시간을 몇 시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게다가 벼락이 떨어진 노 캠프에서는 수습을 위해 더 뛰겠지만, 벼락을 구경하는 이쪽은 이제 안심하고 주저앉을 우려도 있었다.”

“정 후보의 지지 철회를 듣고 노 후보는 정 후보를 찾아갔으나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갔는데 이 장면이 노 후보의 지지자들을 더욱 결집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지지 철회 당사자인 정몽준 후보도 뒷날 자서전에 비슷한 내용을 남겼습니다.

“대변인에게 지지 철회를 발표하라고 말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외부와의 모든 접촉을 끊었다. 노 후보 측과도 어떤 접촉도 하지 않았다.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그때 우리 집에까지 찾아온 노 후보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아 결과적으로 박대한 듯한 인상을 준 것이다.”

그랬습니다. 정몽준 후보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는 역풍을 불러왔습니다. 2002년 12월19일 투표 당일에 벌어진 무척 강렬한 몇 장면이 아직도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첫째, 신문 수거 사건이었습니다. 정몽준 후보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 소식이 실린 신문을 보지 못하도록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이 이른 새벽 집집이 돌며 신문을 거둬들인 것입니다.

둘째, 민주노동당 지지층 설득이었습니다.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지지자들에게 밤새도록 “이번만 노무현을 찍어달라”고 애걸한 것입니다.

셋째, 민주당 지지자들의 급거 귀국이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 나가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몽준 후보의 지지 철회 소식을 듣고 투표 당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귀국해서 투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세 장면의 공통점은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의 애타는 절박감이었습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기적은 그렇게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2012년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대결에서는 반대로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의 절박감이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절박감보다 더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3년 펴낸 책 <1219 끝이 시작이다>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12월15~16일 무렵에는 선거전에 돌입한 이후 여론조사에서 제가 처음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앞서는 지지율의 역전, 이른바 ‘골든 크로스’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선거 당일 투표율이 75%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을 때 승리의 기대는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108만표 차이의 뼈아픈 패배였습니다. 2030세대가 결집했지만, 5060세대는 더 결집했습니다. 호남이 결집했지만, 영남은 더 결집했습니다. 우리 지지층이 유례없이 결집했지만, 상대 지지층은 더 무섭게 결집했습니다.”

역대급 초박빙, 누구 손 들어줄까?

자, 그래서 이번 대선은 어떻게 될까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대부분 윤석열 후보가 오차범위 이내에서 이재명 후보를 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격차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2월24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는 윤석열 39%, 이재명 37%입니다. 일주일 전에는 40% 대 31%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격차가 줄어든 이유가 뭘까요? 두 가지로 추정됩니다.

첫째, 안철수 후보의 야권 후보 단일화 결렬 선언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누리던 야권 단일 후보 효과가 사라진 것입니다.

둘째, 윤석열 후보의 막말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비주류 출신입니다. 거친 말과 행동을 해도 ‘본래 그런 사람’이라는 인상 때문에 별 영향이 없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다릅니다. 서울 법대, 검찰총장 출신 엘리트로 ‘공정한 법의 집행자’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허공에 어퍼컷을 날리며 “박살 내겠다” “말아먹었다” “거덜 냈다” “나라 꼬라지” “족보 팔이” “약탈 집단” “무식한 삼류 바보” 등 시정잡배의 언어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놀란 중도층이 일부 이탈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대선의 막판 분수령은 양당 지지층의 절박감과 후보들의 정체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지층의 절박감은 후보나 정당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영역입니다.

후보들의 정체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이재명은 이재명이고 윤석열은 윤석열일 수밖에 없습니다. 유권자들이 후보 경쟁력을 중시하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것입니다. 정권교체 당위성을 중시하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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