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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조급하고, 또 부실하고…3차 토론, 전문가 집단 ‘총평’ 나왔다

등록 2022-02-22 17:59수정 2022-02-22 18:24

3차 TV토론 전문가 평가
이재명, 기축통화 부분에서 스텝 꼬이고
윤석열은 지난 토론 이어 정책능력 부실
안철수 정책 우위…심상정은 진보가치 부각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공동취재사진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공동취재사진

21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대선 티브이(TV) 토론회에서 4명의 대선 후보들은 경제 정책과 도덕성 검증으로 세게 맞붙으며 앞선 토론 때보다 한층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며 정책 비전을 제대로 내세우지 못한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정책 역량’과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진보적 가치’가 돋보였다는 총평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본인의 ‘약점’으로 꼽히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녹취록 패널까지 꺼내들며 윤 후보를 향해 역공을 펼쳤다. 그러는 사이 본인의 ‘강점’인 정책 능력은 상대적으로 잘 드러내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한국이) 곧 기축통화국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 후보의 발언에는 근거가 부족해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면모에도 상처가 났다는 점이 지적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후보가 초반에는 ‘경제대통령’을 내세우며 굉장히 좋았는데 기축통화에서 걸음이 엉켰고, 윤 후보가 ‘법인카드’를 언급하자 갑자기 (김만배 녹취록) 패널을 꺼내 들면서 강점이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녹취록의 내용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시각적 효과는 있었을지 몰라도 대장동으로 역공을 취하기엔 한계가 있었다”며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겠다는 강한 의지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조급함이 노출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전 토론회와 비교해 부실한 정책 능력이 두드러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국채 문제나 디지털 데이터 문제, 구조적 성평등에 대한 문제 회피 등을 볼 때 윤 후보는 정책적 수준이나 깊이가 부끄러울 만큼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게 보였다”며 “이번 토론에서 가장 점수를 많이 잃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가 자신감을 가지고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던 2차 토론과 달리 평정심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2차 토론에선 (모르는 용어가 나와도) 웃어 넘겼는데 이번 토론에선 3명의 후보에게 집중 공격을 당하며 평정심을 잃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며 “이러한 태도는 최근 이준석 대표의 단일화 관련 ‘비아냥’과 접목되면서 (부정적인 방향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짚었다.

상대적으로 안철수·심상정 후보는 좋은 점수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단일화 국면을 벗어난 안 후보가 윤 후보와 정책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코로나19 특별회계나 확장 재정과 금리 인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등 정책적 우위를 보이며 가장 잘했다”며 “윤 후보에게 조목조목 질문을 던지고 어긋난 윤 후보의 대답을 지적하는 등 단일화 족쇄로부터 벗어난 해방감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도 “본인의 과학기술 전문성을 토론회에 녹이면서 1·2위 후보를 적절하게 코너에 밀어붙였다”며 “정책디테일은 좋았지만 큰 비전은 내놓지 못 한 건 아쉽다”라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도 명실상부 유일한 ‘진보 후보’로서의 가치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 후보는 이날 윤 후보에게 “30억원 집에 살면서 종부세 92만원이 폭탄인가. 폭탄 맞아서 집이 무너졌나. 재산세까지 다 합쳐도 400만원 정도다. 전·월세 청년들의 1년 월세만 800만원”이라고 꼬집으며 윤 후보의 ‘종부세 폭탄론’을 비판했다. 마무리 발언으로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시민의 의견을 전달하며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박상병 교수는 “어제만큼은 진보정당 후보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보여줬다”며 “윤 후보를 종부세로 몰아붙이고 소수자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한 심 후보는 진보정당이 왜 필요한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장성철 교수도 “당선보다는 노동자 정당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나온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도 “윤 후보와 이 후보를 쩔쩔매게 만들며 토론회의 심판자 역할을 했다. 심 후보가 가장 잘할 거라는 기대를 충족했다”고 평가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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