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충남 보령시 보령문화의전당 앞에서 유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2일 충남과 전북을 잇는 서해안 벨트를 찾아 “대장동 부패를 벌인 몸통이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의 운명을 좌우하는 국가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돼선 안 된다”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집중 겨냥했다. 현 정권을 “좌파 사회혁명 이념을 공유하는 이권 결탁 세력”, “사회주의 국가로 탈바꿈 시키려는 몽상가”라고 지칭하며 색깔론 공세도 폈다. 전날 3차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이 후보와 날 선 공방을 주고받은 뒤 여권을 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인 모양새다.
윤 후보는 이날 충남 당진 미소상가 앞 유세에서 “(이 후보가) 위기에 강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지만 과연 이 나라 질서가 잡히고 도대체 경제가 성장이 되겠나”라며 “저 부정부패한 대장동 사건을 보면, 저런 사람을 후보로 미는 민주당이 김대중의 민주당이고 노무현의 민주당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도 26년간 부정부패와 싸워 온 사람이기 때문에 딱 견적이 나오는 사건”이라며 “자그마한 잘못은 과오라 할 수 있지만, 이런 것은 상당한 조직력이 없으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당진 유세에는 500여명이 넘는 지지자들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을 한목소리로 외쳤고, 윤 후보는 4차례의 어퍼컷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윤 후보는 이날 홍성 내포신도시 유세에서 “우리 사회를 서서히 자유민주국가가 아닌 사회주의 국가로 탈바꿈시키려는 몽상가인 좌파 혁명이론에 빠져있는 이 소수에게 대한민국의 정치와 미래를 맡겨서 되겠나”라며 민주당을 향해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윤 후보는 “인민민주주의가 민주주의냐. 사회주의민주주의가 민주주의냐”라며 “이 정부는 아마 개헌선을 돌파하거나 어떤 식의 정치적 타협으로 개헌을 하려고 하면 우리나라 헌법에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자를 빼내려고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 홍성·당진 유세에서도 이 정권을 “80년대 좌파사회혁명이념으로 무장된 운동권들의 정권”, “좌파 사회 혁명 이념을 공유하는 이권 결탁 세력”이라고 지칭하며 지지층 결집을 유도했다.
색깔론에 이어 ‘친북 굴종’ 주장도 이어졌다. 윤 후보는 홍성 유세에서 “민주당 사람들은 저보고 전쟁광이라고 한다. 꼭 북한에서 하는 거랑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했고, 중국에 대해서도 “좌파 운동권이 장악한 민주당은 중국 입국을 못 막는다. 중국 눈치 본다고 그런다”고 주장했다. 해묵은 이념 갈등을 부추겨 남북대결과 반중 감정만 고조시킨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윤 후보의 발언에 일부 대학생들이 ‘선제타격 웬말입니까’라는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면서, 몇몇 지지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찾은 전북에서는 민주당의 호남홀대론을 강조하면서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띄우며 여당과의 협치를 약속했다. 윤 후보는 이날 전북 익산역 유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계셨더라면 호남에 광주·순천·나주·여주·무안·전주·완주·익산에 우리 주민들이 원하고 기업이 들어오겠다고 하는 복합쇼핑몰 유치를 아마 먼저 추진하셨을 것이다. 반대하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광주 복합쇼핑몰 문제를 거듭 꺼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계셨더라면 저렇게 도시개발 사업에 3억 5천만원 들고가서 1조의 시민들의 재산을 약탈하는 이런 부정부패를 결코 좌시하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민주당도 양식 있고 훌륭한 정치인들이 위축되지 않고 당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도와주시면 저와 국민의힘이 양식있는 민주당의 정치인들과 멋지게 협치해서 국민 통합과 번영을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여당 텃밭인 호남에서 ‘정치 보복’ 프레임에 맞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띄우며 통합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익산 유세 현장에서는 민주당·국민의당 출신 4선의 조배숙 전 의원이 연단에 올라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세 현장 인근에서 일부 익산시민들이 ‘독재자 찬양하더니 검찰공화국 시절로 돌아가시려고요?’라는 손팻말을 들고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당진·홍성·보령·익산/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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