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온라인 토론장 ‘청년 5일장’ 2차 토론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2차 토론 주제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 캠프가 제안한 ‘주 4일제’였다. 2월7일부터 ‘청년 5일장’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캠프가 제안한 연금개혁 주제로 3차 토론이 시작됐다.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면 되는 ‘주 4일제’ 공약을 젊은 세대들이 반길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청년들은 ‘주 4일제’를 논하기 앞서, 제대로 보상하지 않는 야근의 일상화와 한편으론 초과근무라도 해야 삶을 꾸릴 수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를 물었습니다.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선호하는 세대인 청년들은 왜 “정의당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좋은 방향”이라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가치들을 추구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얘기했을까요?
“수당을 받기 위해 추가 근로를 하지 않으면 현저히 적은 봉급을 받는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장시간 노동도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적은 임금을 받는다. 짧은 시간 단위의 계약과 불안정한 신분으로 인해 거의 타의적으로 연장근로에 나서는 형편이다. 근본 문제를 제쳐두고 단순히 근로시간만 줄이자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으로 느껴진다.”(정이택)
“모두의 ‘일과 삶의 양립’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임금이 보장되는 사회적 안전망, 복지제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Yoon Yesol)
20대 대통령선거를 한달 앞둔 가운데, <한겨레> 온라인 토론장 ‘청년 5일장’에선 ‘주 4일제’를 두고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두번째 댓글 토론이 활발히 펼쳐졌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캠프가 ‘시간빈곤·과노동…주 4일제로 탈출하자’는 주제와 발제문을 토론장에 올린 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캠프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 캠프가 토론에 참가했고, 청년 참여자들의 글도 잇따랐습니다. 특히 참여자들끼리 댓글에 댓글을 달며 의견을 이어가는 모습은 1차 토론 때보다 더 빈번했습니다.
심상정 후보 캠프는 ‘청년 5일장’에 2차 토론 주제와 발제문을 올린 뒤 청년들과 토론을 진행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정민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청년부본부장은 “주 52시간과 유사한 노동시간 규제를 또 실시한다면 신규인력 채용을 감소시킬 뿐이다. 청년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글을 ‘청년 5일장’에 올렸고, 김동연 후보 캠프의 나상인 청년대변인은 “중소기업, 플랫폼 노동자 등은 여전히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쉼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청년들도 경험에서 나온 의견들을 다양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주정용씨는 “회사를 다니고 보니 퇴근 후의 삶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일 수 있다”면서도 “임금 삭감에 대한 우려는 불식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김창혁씨는 “‘일주일에 52시간 일 시켜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다. 근로기준법에 적힌 대로 ‘주 40시간’ 근로가 정상이자 표준임을 널리 알리고 실질 근로시간을 줄인 다음에야 주 4일제를 논의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또 표석씨는 “장시간 노동으로 임금을 받다가 그것이 불가능해지면서 플랫폼 노동이 확장되는 측면도 크다. 주 4일제 도입이 플랫폼 노동이 확장되는 상황에서 무력화되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청년이 직접 일터에서 마주하는 현실과 정치가 내놓은 해법이 만나기 위해선 이처럼 많은 이야기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셈입니다. 이번 ‘청년 5일장’에 참여한 청년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좋은 노동정책 공약’ 투표에서도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 적용’(60%·복수응답)과 함께 주 4일제, 정규교육과정으로 노동인권교육, 최소노동시간 보장 등으로 불안정노동 해소, 산업재해 예방 위한 안전투자 등이 모두 53.3%의 호응을 얻으며 노동 정책에 대한 수요가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줬습니다.
심상정 후보도 ‘청년 5일장’에 직접 글을 올려 토론에 참여했다. 심 후보는 “제기해주신 의견을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심상정 후보 캠프에선 김병권 선대위 정책본부장과 이수연 청년정책 담당자가 직접 청년의 물음에 답하거나 캠프 정책을 설명하며 토론에 나섰습니다. 이수연 담당자는 “근로기준법은 60여년 전에 제정된 법이라서 지금처럼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1인 자영업자가 넘쳐나는 시대에 잘 맞지 않다”며 “정의당은 ‘일하는 시민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해서 고용형태가 어떠하든지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는 모든 시민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세부 정책들을 소개했습니다.
심상정 후보도 ‘청년 5일장’에 직접 글을 올려 “많은 분들께서 의견 주셨듯, 주 4일제로 인한 임금감소의 우려, 생산성과 연관한 문제는 당연히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주 4일제 공약은 일하는 시민 모두에게 노동권을 부여하는 ‘신노동법’과 함께 추진되는 정책”이라고 밝혔습니다. 심 후보는 “주 4일제는 단순히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의미를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지향해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깊게 연관되어 있다. 제기해주신 의견들이 충분히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적었습니다.
‘주 4일제’에 대한 다양하고 복잡한 의견들을 확인한 ‘청년 5일장’은 7일부터 3회차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국민의당이 제안한 ‘청년에 부담 넘기는 연금제도, 이제 개혁할 때’를 두고 토론합니다. 청년 5일장은 사전에 모집된 100여명의 청년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페이스북 로그인을 통해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대선 후보 캠프에 직접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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