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7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연금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7일 “솔직하게 소통하고 책임 있게 연금을 개혁하겠다”며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제안했다. 특수직역연금 통합, 기초노령연금 40만원으로 인상, 다층적 연금체계 구축 등을 통해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연금개혁 공약을 발표한 심 후보는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우리 세대의 책임을 높여야 한다”며 “비록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국민 여러분에게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이어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현행 9%에서) 3∼4%의 인상안을 내놨는데 3%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구체적 수치나 내용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인상안을 내놓긴 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은 만큼, 우선 국민연금기금 고갈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 3% 이상 인상하되 인구, 경제 상황 등의 변수를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또 출산과 실업, 군 복무에 따른 가입기간 산입 인정(크레딧)을 늘려 국민연금 보장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국민연금 출산 크레딧은 둘째 자녀부터 12개월을 적용했는데 이를 첫째부터 적용하고, 6개월로 제한했던 군 복무 크레딧은 복무 기간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생애 한차례만 최대 12개월을 적용했던 실업 크레딧은 횟수 제한 없이 실업할 때마다 최대 12개월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또 “현재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는 사업주가 절반, 농어민 가입자는 국가가 대략 절반을 지원한다”며 “오직 도시 지역 (개인)가입자만 전액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앞으로 도시 지역 가입자에게도 농어민 수준으로 보험료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현재 노인의 소득 보장에서 기초연금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 임기 안에 기초노령연금을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심 후보는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을 국민연금 방식으로 통합하겠다고 공약했다. 신규 공무원들부터 국민연금 제도를 적용하고 현재 공무원연금을 적용받는 재직 공무원들은 사회적 논의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학연금과 군인연금도 공무원연금을 따라 국민연금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제도를 통합하되 연금 자체를 통합하진 않을 것”이라며 “균등 급여, 수급 연령 기준 제도는 똑같이 하되 국민연금의 재분배 기능, 공무원연금은 공무원 퇴직연금 문제가 있어 이런 부분을 잘 고려해 2차로 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심 후보는 “연금개혁의 시야를 국민연금에서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으로 확장해 소득이 적은 사람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중상위 계층은 퇴직연금까지 더해 노후를 준비하도록 하겠다”며 기초·국민·퇴직연금의 다층적 연금체계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심 후보는 “실질 (소득) 대체율을 3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초연금 인상과 도시 지역 가입자 보험료 지원 등에 약 10조원의 재정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심 후보는 공약 발표 뒤 청년들과의 간담회에서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이냐”며 “아직 미흡하긴 하지만 재정 지속 가능성이나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득 보장 차원에서 가장 합리적 방안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의 연금개혁안은 지난 3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연금개혁 제안에 모든 후보가 공감한 뒤에 나온 것이다. 심 후보는 이날 “국민연금 개혁은 그동안 정치권이 회피해온 의제였다. 특히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인 미래 재정 안정 문제는 다들 피해 가려 한다”며 “저부터 연금개혁의 방향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사회적 합의는 당연히 해야 하고 정치 지도자가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갖고 국민을 설득할지는 있어야 한다”며 “이 후보도 사회적 논의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에 하고 지금 (연금개혁) 입장을 내고, 윤 후보야말로 (연금개혁) 안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