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인 김혜경 씨와 경북 예천군 예천읍 상설시장을 방문 좌판에서 먹거리를 팔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예천/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를 수행했다는 경기도청 배아무개 사무관이 7급 직원 ㄱ씨에게 김씨에게 전달할 소고기를 법인카드로 구매하라고 강요하는 내용이 두 사람의 통화 녹음파일을 통해 공개됐다.
<한겨레>가 3일 확보한 녹음파일은 지난해 4월13일 ㄱ씨와 배 사무관이 통화한 2분45초 분량이다. 통화에서 ㄱ씨는 또다른 직원에게 소고기 구입을 지시했는데 이전과 달리 소고기 구매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배 사무관에게 보고했다. 이전에는 “편법으로 해줬”는데 “지금은 등록을 해야 돼서 이제 그게 불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경기도청 직원 개인 신용카드로 소고기를 구매해 김씨에게 전달하고 다음날 이를 취소해 비서실 신용카드로 재결제하는 방식으로 법인카드를 부정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업체 쪽의 거절로 이제는 그런 방식의 결제가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으로 보인다.
ㄱ씨의 보고에 배 사무관은 “그게 무슨 X소리냐. 공장에서 돈을 계산 안 하고 음식점에서 계산했는데”라고 되묻는다. ㄱ씨는 “(지금까지) 해준 것 자체가 음식점으로 나가는 게 아니었고 그냥 편의를 봐줬던 것이라고 한다. 음식점에는 그런 식으로 수량이 나가지 않으니까 내역이 안 맞나 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배 사무관은 “(ㅇ씨)비서관님 오고 나서 왜 그러냐. 여태까지 잘하다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배 사무관은 “난 6시5분 수내 도착인데, 지금 이러면 고기가 7시에 올지 8시에 올지 모른다. 왜 안 된다는 거냐”고 질책도 했다. 배 사무관이 말하는 ‘수내’는 경기 성남시 수내동에 있는 이 후보 자택으로 보인다.
논란이 커지자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면 입장문을 통해 “(경기)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에 대해 감사를 요청하며 “문제가 드러날 경우 책임지겠다”고 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