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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MZ, 뉴스 ‘다르게 보기’ 첫 세대…정치 무관심? 그게 아니라”

등록 2022-01-12 05:00수정 2022-01-12 15:03

박찬수의 직선 | 뉴스 스타트업 ‘뉴닉’ 김소연 대표

첫 독자 200명, 지금은 40만명에게 매일 뉴스레터
MZ는 스포츠·드라마처럼 뉴스도 콘텐츠로 접근
재미 없거나 지루하면 채널 돌리듯 관심 돌린다

젊으면 정치 관심 적다? 입시·취업 등 ‘일상 정치’ 민감
일자리 적어 ‘개인적 공정’에만 집중하는 것 안타까워

몇년새 미투·N번방 등 굵직한 사건 가시화했지만
어떻게 바라볼지 바람직한 사회적 합의는 없어
여야 후보, 성 평등 지향하는 리더십 보여주길
김소연 뉴닉(NEW NEEK)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소연 뉴닉(NEW NEEK)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3년 전 신문·방송의 중견 언론인 10여명과 함께 20대 젊은 대학생에게서 ‘새로운 뉴스레터’에 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연사가 뉴닉의 김소연 대표였다. 1994년생인 김 대표는 2018년 12월 ‘요즘 젊은 세대는 뉴스를 보지 않고 고민도 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시사뉴스를 이메일로 전달해주는 스타트업 ‘뉴닉’(NEW NEEK)을 창업했다.

처음 200명의 독자로 시작한 뉴닉은 지금 40만명에게 매일 아침 뉴스레터를 전하고 있다. 독자의 절대 다수가 2030세대다. 김 대표에게 ‘3년 전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더니,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지난 3년간 참 바쁘게도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 대표를 인터뷰한 6일 아침, 뉴닉 뉴스레터의 헤드라인은 ‘국민의힘 선대위 해산 - 요즘 이 드라마 난리잖아’였다. 김 대표에게 요즘 젊은 세대는 정치와 선거와 정치뉴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물었다.

박찬수 대기자 pcs@hani.co.kr
박찬수 대기자 pcs@hani.co.kr

― 지금 직원이 몇 명입니까.

“20명이 조금 넘습니다, 22명입니다.”

― 처음 창업할 때는 2명이었죠?

“예. 저랑 친구랑 둘이서 했습니다. 그때 생각하면 많이 컸네요.(웃음)”

― 2017년 미국에서 인턴을 할 때 뉴닉 창업의 영감을 받으셨다고 했죠?

“맞습니다. 워싱턴에서 잠시 인턴 생활을 했는데, 세계 정치의 수도이다 보니까 사람들이 뉴스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하더라고요. 처음엔 지하철 무가지 같은 걸로 뉴스를 보기도 하고 텔레비전 뉴스도 보기도 했는데, 언어 장벽도 있고 또 제가 미국 정치의 역사를 아는 것도 아니라 따라가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때 회사 상사가 <더스킴>(TheSkimm)을 비롯해 뉴스레터 몇개를 소개해줬어요. 그걸 보면서 아, 이런 게 한국에도 있으면 바쁜 친구들이 점심시간에 뉴스 얘기를 할 수 있겠구나, 세상하고 연결되면서 지낼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친구(빈다은 전 최고운영책임자)와 바로 창업을 했습니다.”

― 뉴닉은 기사를 직접 취재하는 게 아니고 일종의 큐레이션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뉴닉도 정치적 중립에 신경을 씁니까? 어떻게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합니까?

“그 부분이 굉장히 어려운데 당연히 신경을 쓰고요, 저희는 스스로를 언론사라고 부르기보다는 의미 있는 기사나 세상 이야기를 잘 큐레이팅 해서 스토리텔링 해주는 게 우리 역할이다, 그런 지식 서비스를 하고 있다 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럼에도 저희를 통해서 세상 소식을 듣는 분들이 많으니 그게 주는 책임감이 분명히 있더라고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내부 장치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에디터가 기사를 혼자 쓰고 바로 올리는 체제가 아니고, 기존 언론사처럼 수직적인 데스킹 구조는 아니지만 에디터들끼리 상호 견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누가 기사를 쓰면 그 이슈에 일부러 노출이 되지 않은 에디터가 읽어보고 이게 편향된 느낌이 들지는 않는지 체크를 합니다. 수평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 모든 기사를 다 그렇게 체크합니까?

“예. 그렇습니다. 파트1이 기사를 쓰면 파트2는 읽어보는 사람인데, 그게 항상 세트로 되어 있습니다. 내가 저 사람이 쓴 기사를 읽을 때 꼭 체크해야 하는 체크 리스트가 있고, 그중엔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항목도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뉴스레터를 내보내면 적을 때는 몇백 건, 많을 때는 몇천 건씩 피드백이 들어오는데 그런 피드백 의견을 참조해서 매주 콘텐츠 리뷰 미팅을 할 때 ‘다음에 이 주제를 내보낼 때는 이쪽 입장을 더 설명하자’ 그런 식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합니다.”

― 피드백 중에는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지적을 받으면 신문이 고침 기사 내듯이 고침 이메일을 따로 보냅니까?

“많지는 않지만, 그런 적도 있습니다. 저희도 정정보도를 하는데요, 다음날 뉴스레터에 내보내는 경우도 있고 급할 때는 다시 메일을 발송하기도 합니다.”

김소연 뉴닉 대표가 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무실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소연 뉴닉 대표가 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무실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요즘 젊은 세대는 뉴스를 보지 않고 고민도 하지 않는다는 말은 편견이다, 그런 편견에 도전해보고 싶었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김 대표가 보기에 요즘 젊은 세대 이른바 엠지(MZ) 세대는 뉴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기성 세대와 뉴스를 대하는 태도 또는 시각이 어떻게 다릅니까?

“뉴스의 필요성은 젊은 세대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전보다 에스엔에스(SNS) 특히 이미지나 동영상 중심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까 기존 뉴스를 소비하는 데는 좀 어려움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엠지 세대가 선호하는 뉴스는 이전 세대가 선호하는 형식의 뉴스와는 좀 다른 것 같긴 하죠, 쉽고 재밌고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걸 선호합니다. 그 점에서 기성 세대와는 뉴스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나이든 세대는 저녁 8시나 9시 되면 당연히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뉴스를 봐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 같은 걸 느끼셨던 거 같고 또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의 주요 뉴스를 봐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으셨던 거 같은데, 지금 젊은 세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개념보다는 코스모폴리탄적인 인식이 더 많고, 텔레비전 같은 대중매체보다 에스엔에스 같은 개개인의 소셜미디어 중심으로 소식을 접하다 보니까, 그런 의무감 또는 책임감이 훨씬 적은 거 같아요.

뉴스를 스포츠나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의 하나로 보고 있구나, 그러니까 좀 재미가 없거나 지루하면 금방 돌려버리는, 다양한 콘텐츠에 갖다 대는 잣대를 뉴스에도 그대로 갖다 대는 최초의 세대가 아닌가 싶어요. 사실 뉴스가 예전에는 어렵지 않았을까요, 다 어려웠겠죠, 그런데 요즘은 어떤 의무감 없이 다른 콘텐츠에 갖다 대는 잣대를 그대로 뉴스에 갖다 대니까, 그 차이를 더 크게 느끼고 말하는 세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빨리’보다 ‘이해하기 쉽게’

― 요즘 대선 국면인데요, 정치 뉴스에 대한 관심은 젊은 세대도 높습니까?

“대선 국면이다 보니까 이전보다 관심이 높아졌다는 건 저도 실감이 좀 듭니다. 젊은 세대들이 알고는 싶은데 너무 어렵다, 너무 복잡하다 싶은 거를 골라서 쉽게 알려주는 게 우리 역할이니까 주요한 정치 이슈들을 많이 다룹니다. 오늘(6일) 아침 뉴스레터만 해도 ‘요즘 국민의힘 드라마가 난리잖아’라는 제목을 붙여서, 윤석열·이준석·김종인 세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에 빗대서 소개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서 느끼는 건, 엠지 세대보다는 여전히 윗세대가 점심 먹을 때 대선 얘기를 훨씬 많이 하시는 거 같아요. 왜 그런지 생각해보면, 엠지 세대는 실제로 정치 뉴스의 소비가 적은 면도 있겠지만, 정치 이슈로 싸우거나 반목하는 게 불편하니까 갈등을 피하려고 일부러 조심하는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

― 뉴닉은 스포츠나 연예 같은 연성 뉴스가 아니라 정치·경제·국제 등 경성 뉴스(하드 뉴스)를 쉽고 친절하게 전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그걸 잘하기가 쉽지 않은 건 신문·방송 등 전통 매체들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뉴닉의 ‘쉽고 친절하다’는 목표는 전통 매체와는 어떻게 다른 겁니까?

“기존 뉴스를 생각해 보면 시간마다 속보가 계속 쏟아져 나오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사건의 부분 부분만을 알 수 있고 전체 맥락을 보려면 그 속보를 계속 따라가야 하거든요. 그리고 한 언론사의 뉴스만 보면 하나의 시각만 보이니까 다른 언론사 뉴스를 또 봐야 하고, 또 ‘비말’ 같은 전문용어들을 많이 쓰니까 그런 부분이 좀 어렵고 불친절하다고 젊은 세대는 느꼈던 것 같아요. 저희는 제일 빨리 이슈를 전달하는 데 중심을 두지 않고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가 되면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자, 그리고 이쪽이 이렇게 말하면 반대편에선 이렇게 말한다는 다양한 관점을 담아서 요약본처럼 전달하자 하는 게 뉴닉의 목표입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신문·방송과 같은 전통 언론 매체들은 너무 과도하게 정치적 지향을 드러낸다고 보십니까?

“굉장히 어려운 말씀인데요, 그런 게 젊은 세대가 기성 언론에 접근하는 걸 어렵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은 된다고 봅니다. 제 또래 친구가 저한테 ‘나 요즘 신문 봐’ 그래서 ‘뭘 보니’ 물으면 ‘한겨레 봐’라고 말할 수도 있고 ‘조선일보 봐’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러면 너는 진보겠구나 또는 보수겠구나’ 하는 정치적 성향을 너무 드러내버리는 일이 되죠. 그래서 ‘나는 한겨레를 보지만 가끔 조선도 봐’ 이런 식으로 말을 해야 서로 좀 부담이 안 되는 현상 같은 게 있는 거 같아요.”

― 기성 세대는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드러내는 걸 별로 꺼리지 않는데, 그 점에서 요즘 젊은 세대와는 차이가 있는 거 같네요.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국민면접 패널로 선정됐다가 스스로 물러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어떻게 면접 패널로 선정된 건지, 또 왜 그만둔 것인지 경위가 궁금합니다.

“사실 해프닝이었어요. 제가 엠지 세대의 대표성을 좀 갖고 있다고 봐주셨는지 (민주당 쪽에서) 그런 제안이 들어왔는데, 저는 검토를 좀 해보겠습니다 라고 대답하고는 나중에 ‘제가 사업에 집중을 해야 해서 특정 정당 패널은 어렵겠다’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타이밍이 참 안 맞았던 거 같아요, 그게 (<조국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가 국민면접 패널로 선정됐다 그만둔 시기와 겹치면서 언론에서 민주당을 비판하고자 저까지 자진 사퇴했다고 좀 부풀려서 보도를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좀 난처했었죠.”

― 이 해프닝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비판의 소리를 듣지는 않았습니까?

“독자의 항의편지를 받긴 했는데요, 그런데 또 신기했던 게 뉴닉을 보는 분들을 저희는 뉴니커라고 부르는데, 뉴니커들은 뉴닉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믿음이 있어서 그런지 그런 항의가 심하지는 않았어요. 외부 언론에서 막 소비를 하면서 부풀렸지 정작 저희 독자들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저한테는 경각심을 주는 일이었고,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MZ의 공정은 ‘나를 위한 공정’? 이면엔…

― 2030세대 표심이 요즘처럼 각광받는 시기도 없었던 듯합니다. 젊은 세대가 이렇게 정치적 주목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정치적 주목을 받는 만큼이나 젊은 세대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입니까?

“아무래도 전통적으로 정치에 더 관심이 많은 세대는 40대와 50대 중장년층 이상일 텐데 그 세대는 표가 대략 나뉘어져 있잖아요, 그에 비해서 2030은 ‘스윙 보터’(swing voter, 정치 상황에 따라 여야 어느 쪽이든 투표할 수 있는 유권자) 성격이 강하니까 정치적으로 주목을 더 많이 받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제로 젊은 세대가 일상의 정치에는 굉장히 관심이 많은 거 같아요. 내 피부에 와닿는 입시나 회사 채용 과정에서의 문제, 이런 일상의 것들에는 매우 민감하고 ‘공정’을 요구하는데, 국회나 청와대에서 일어나는 정치에 대해선 그만큼 자주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 거 같아요.”

― 그런 면에서 젊은 세대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정의’는 결국 내가 느끼는 공정, 곧 개인적 차원의 공정과 정의가 아니냐, 오히려 사회 전체의 불평등이나 사회적 공정 이런 데엔 눈을 감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그런 사례일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그런 면이 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일자리라는 너무 큰 사회적 현안이 야기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앉을 수 있는 의자 자체가 몇개 없다 보니까 가장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정치에 집중을 하게 되고, 사실 그게 좀 해결이 돼야, 즉 내가 먹고살 수 있어야 사회 문제들도 돌아볼 여력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좀 안타깝고, 엠지 세대도 사회 문제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로 나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언론의 관심입니다. 젊은 정치인으로서 이준석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준석이 2030을 대표한다는 건 과대포장됐다’고 윤석열 후보 캠프 인사들은 말하는데, 이런 평가엔 동의하십니까?

“지금까지 정치권 핵심에 2030이 아무도 없다가 한명 생긴 거니까 그 점에선 대표성을 갖기는 하는 거죠. 국민의힘 대표에 이렇게 젊은 분이 됐다는 건 굳이 야권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놀랐던 일이고, 그 점에서 고무적인 면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해요. 기성 정치인들이 하는 말은 내 관심사와는 너무 다르다, 애써서 듣지 않으면 관심 갖기가 어렵다 그랬는데, 이 대표는 내 또래의 사람이니까, 엠지 세대의 관심사가 뭔지를 아니까 그의 목소리가 분명히 들리기는 하는 거죠. 그런데 국민의힘에서 이례적인 사건 또는 기성 정치권에서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하더라도, 눈을 돌려서 바깥의 2030 전체를 봤을 때 이준석 대표가 과연 대표성을 띠는 인물인가 하는 건 또다른 얘기잖아요. 이준석 대표가 하는 말에 공감하는 어떤 특정 집단이 있는 거 같고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2030 세대 전반의 대표성을 획득하려면 이 대표가 또다른 포용적인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저는 합니다.”

“페미니즘, 언급하면 안 되는 ‘볼드모트’처럼 소비되고 있다”

― 어느 세대나 남녀의 정치적 선호엔 약간의 차이가 있어왔지만, 요즘 20대만큼 남녀 간 정치적 지향 또는 선호가 크게 엇갈리는 세대는 없었던 거 같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많은 정치인이 말하듯이, 정말 페미니즘이 20대 남녀의 정치적 성향을 가르는 핵심 기준인 걸까요?

“사실 성차별이나 가부장제 반대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 같은 굵직한 사건이 발생하고 국내에서도 ‘강남역 살인 사건’이나 ‘엔(N)번방 사건’ 같은 일들이 일어나면서 덮혀 있던 문제들이 가시화한 건 최근 몇년 사이라고 봐요. 그런데 그런 이슈가 일어난 뒤 우리가 그걸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바람직한 합의가 아직까지는 좀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논의나 합의가 얼마나 진행되어 왔는가를 보면, 특히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언급하면 안 되는 ‘볼드모트’처럼 소비가 되고 있는 거잖아요. 이걸 어떻게 바라볼 건지, 우리가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나 합의를 배제한 채로 가장 아래쪽의 어떤 갈등이나 마찰 또는 뭔가를 바꿔보려는 시도를 그냥 부풀리거나 오해하는 식으로 가져간 거 같아서, 그게 굉장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번 대선을 보면서 일부에선 후보들이 이른바 ‘이대남’의 표심을 얻기 위해 페미니즘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합니다. 그런 비판을 받는 상황이 좀 우려됩니다. 청년 문제가 ‘모든 청년의 문제’를 포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지난번 대선 같은 경우엔 문재인 대통령께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직접적인 언급을 하고 그것이 하나의 호응을 이끌어냈던 효과도 있었던 만큼 지금처럼 그렇게 오해가 있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정말 언급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되고 오히려 외면할수록 박수를 받는 것 같아서, 우리가 평등을 지향하고 가부장제 악습을 내려놓자는 걸 지향한다면 그런 걸 용기 있게 말씀해 주시는 리더십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은 있습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요즘 20대를 향해서 창업에 도전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25살에 뉴닉이란 스타트업을 시작한 건데, 실제로 20대에 창업을 해보니 어떻습니까?

“그런데 저는 더 많은 분들이 창업에 뛰어들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제가 굉장히 행운아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서울대 출신인데다가 당장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처지도 아니었고 또 이거 실패하면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기에 굉장히 안정된 환경에서 도전을 했던 것이거든요. 스타트업 관련 책을 읽어보면, 세계적으로도 좋은 환경에서 자란 부유한 아이들이 더 많은 도전을 하고 더 많은 성공의 기회를 얻는다고 합니다. 저는 그게 좀 많이 안타깝습니다. 무작정 창업에 도전하라고 할 게 아니라,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때 그걸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하거든요. 그런 재정적인 안전망도 필요하고, 또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거는 20대가 창업에 실패해도 그걸 실패라고 보지 않고 경험이라고 보는 것, 그렇게 기업과 사회에서 받아들여줘야 하는데 그 점에선 우리 사회가 아직 많이 부족한 거 같아요.”

― 새해에 뉴닉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 또는 콘텐츠는 어떤 게 있습니까?

“제일 중요한 거는 저희가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 받아 보는 뉴스레터를 뛰어넘어 휴대폰에서 언제든지 앱(App)으로 뉴닉을 접할 수 있고, 여기서 독자들이 서로 토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 계획입니다. 1월 중에 앱을 출시할 예정이고요, 콘텐츠 측면에선 시사 문제를 다루는 걸 넘어서 서베이(여론조사)라든가 환경, 문화, 라이프 등으로 폭을 넓힐 생각입니다.”

대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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