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리는 2022년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준석 대표를 향해 “젊은 꼰대”라고 직격했다.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활동 전면 거부가 길어지는 것에 대해 “대표직을 가진 채 잠적·잠행하고 돌출행동하며 자기 뜻을 관철하는 행태를 보고는 적잖이 실망했다”며 비판한 것이다. 윤석열 대선 후보의 언행에 대해 “구식문법”이라며 비판했던 김 전 의장은 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등 선대위 내분이 격화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김 전 의장은 지난 3일 블로그에 ‘새해 국민의힘에 보내는 쓴 약 세 봉지(2)’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당 대표의 일탈행위는 그를 아끼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짜증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진 가장 큰 요인이 당내 불협화음 때문이고, 귀책사유가 대표인 이준석에게 있다면 본인은 서운해 하겠지만 사실”이라며 “당을 추스르고 화합하고 전열을 가다듬고 활기차게 움직여야 할 책임이 당대표에게 있지 않은가. 그 바쁜 후보에게 당내 문제까지 책임을 떠넘기니 당을 잘 모르는 후보의 리더십은 타격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선대위 불협화음의 책임을 이 대표에게 물은 것이다.
김 전 의장은 또 “후보와 담판을 하거나 치열한 내부토론을 거쳤다면 대표로서 리더십도 살렸을텐데 당과 후보에게 상처만 남긴 채 이준석은 ‘싸움꾼’이 돼버렸다”며 “리더의 요건인 설득·포용의 모습은 날아가 버렸다. 한표가 아쉬운 선거에서 아군끼리 내편 네편 편가름이나 해대니 어떻게 지지율이 올라가겠나”고도 했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건 당 대표가 자당 후보와 선대위를 공개 비판하는 일이 과연 온당한가”라며 “대표직을 가진 채 잠적·잠행하고 돌출행동하며 자기 뜻을 관철하는 행태를 보고는 적잖이 실망했다. 기성 정치인 뺨치는 수법이다. 젊은 꼰대가 따로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당 대표는 배구 경기로 치면 전위 공격수인데 상대 진영으로 스파이크를 날리기는커녕 왜 블로킹도 하지 않느냐”며 “대표가 ‘내부 고발’하는 정당이 어찌 온전할 수 있겠는가. 공인의식·책임의식이 무엇보다 요구된다”고도 했다.
이 대표가 선대위 직책에서 사퇴한 뒤 잠적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권한을 가장 크게 가진 사람이 불만을 쏟아낸다”며 “선대위 활동에는 발을 빼면서 대표직은 유지·행사하겠다고 한다. 낯이 참 두껍다”고 일갈했다.
김 전 의장은 “이런 식으로 간다면 국민의 여망인 정권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 책임의 90%는 이준석 대표와 선대위 주요 관계자에게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는 후보에게 덮어 씌우지 마라. 자기 책임을 회피하지 마라. 몸을 던지고 앞장서야 할 사람은 바로 당신(들)이다”라며 “역사의 죄인이 되느냐, 새역사의 창출자가 되느냐,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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