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16일 서울 서대문구 청년문화공간 신촌파랑고래에서 열린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겨레>는 기후위기로 인해 바뀐 삶을 사는 시민 27명과의 심층 인터뷰에서 정책 공약 관련 질의 24개를 모았다. 12월21일 질의서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에게 보내 일주일 만에 A4용지 10여쪽의 답변을 각각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당사국총회(COP26)에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엔디시)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제출했다. 어떻게 보나?
이재명 “탄소중립은 2050년을 목표로 삼되 달성 시기는 2040년까지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탄소중립과 엔디시의 이행과 점검을 총괄하며 핵심 과제인 ‘에너지고속도로’의 건설·유지를 포함한 에너지 대전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다.”
윤석열 “국제사회에 약속한 감축 목표를 준수하되, 현 정부가 짜놓은 감축 시나리오는 받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산업계의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생략했다. 탈원전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추진하는 건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브레이크와 액셀을 동시에 밟는 것과 같다.”
심상정 “엔디시를 2010년 대비 5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2030년에 폐쇄하면 (2010년 대비 50%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3억2800톤의 62%인 2억400톤을 줄일 수 있다. 그러면 탄소중립도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 “산업계에서도 불가능하며 무리한 수치로 판단하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 35%, 신재생에너지 35%, 기타에너지 30%의 에너지 믹스(전력을 어떤 방법으로 생산하는지 나타내는 비율)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2월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현재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원전 3, 4호기 부지를 둘러 본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 뒤로 보이는 원자력 발전소 돔은 공정률 99%에 시험 운전 중인 한울 1, 2호기다. 울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석탄발전소 폐쇄와 원전 추가 건설에 대한 입장은?
이재명 “에너지전환지원법이 제정되면 석탄발전소를 조기 전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신규 원전은 건설하지 않고 가동 중인 원전은 사용기한 내에 안전하게 사용하며 수명이 만료된 원전은 폐쇄한다. 사용후핵연료 총량에 따른 처분 계획 및 안전관리 로드맵을 수립한다.”
윤석열 “석탄발전소 폐쇄 시기는 안정적인 전력공급 문제, 재생에너지 확충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다.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바로 추진하고, 경북 영덕과 강원 삼척을 대상으로 주민 의사를 물어 선호도가 높은 곳에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한다. 발전소 인근 주민들을 위해 의료·교육·문화시설을 확충하고, 전기요금 대폭 할인도 추진하겠다.”
심상정 “모든 석탄발전소는 2030년에 폐쇄한다. 핵발전소 추가 건설은 반대한다. 핵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은 재생에너지보다 많다. 핵발전은 70년이 다 되어가는 에너지원인데, 아직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핵폐기물은 발생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고, 사용후핵연료는 직접 처분을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안철수 “수명을 다한 석탄발전은 즉각 폐쇄하고, 착공하지 않은 석탄발전소는 전면 재검토하며, 운영 중인 석탄발전은 ‘고효율 제로 배기가스’ 장비 설치를 의무화한다. 기존의 원전은 정상 가동하고,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즉시 추진한다. 경주에 소형모듈원자로 특화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 사용후핵연료는 한미 원자력협력을 강화해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를 건식 처리하는 기술) 기술 전체 장기 동의를 받겠다.”
―기후위기에 따른 일자리와 산업전환 지원 계획은?
이재명 “중앙과 지역에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일자리 감소 등이 예상되는 지역을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선정해 신산업 육성과 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을 하겠다. 생산 인프라는 남북한 협력을 통해 흑연, 리튬, 니켈 개발을 중심으로 전환을 촉진하겠다.”
윤석열 “급격한 일자리 감소 예상 지역 또는 업종을 ‘공정한 전환 특별지구 또는 업종’으로 지정해 연구개발(R&D) 지원, 재정 및 금융 지원 등을 하겠다.”
심상정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을 위한 기본법 제정을 공약한다. 필요하면 (발전소 폐쇄 지역 등을)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해 이들 지역을 녹색투자 우선지역으로 선정하고, 일자리 보장과 재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신설한다.”
안철수 “기존 정규직 근로자를 기반으로 구성된 사회적 안전망을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맞춰 고용안전망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확대해나갈 것이다.”
―농어촌 기후변화 지원책은?
이재명 “탄소중립형 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친환경 직불금과 경축순환직불금, 산림생태계 서비스 지불금을 만들 계획이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농지총량보호제’를 시행하고, 이상기후 대응 재해비상대책을 수립하며 재해보험을 대폭 강화한다.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대체작목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윤석열 “문재인 정부의 올해 탄소중립 예산(12조원)에서 농업 부문의 비중은 0.15%로 아주 부족하다. 농작물·수산물 재해보험에 대상 작목과 어종을 늘리고, 재해보험 가입률을 높여야 한다. 기후변화에 맞는 품종과 어종,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농어업의 기초통계 정비와 기후위기에 대한 농어민 교육과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 식량안보와 식량자급률 목표 달성을 위해 ‘농지총량’을 설정해 관리한다.”
심상정 “농어민 기본소득으로 월 30만원을 지급한다. 연간 2조4천억원 규모의 공익형 직불제를 연간 5조원 규모로 확대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지도와 어장의 변화를 연구해 적합한 농작물과 어종을 파악한 뒤 단계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민식량주권위원회’를 설치해 식량자급 목표를 법률로 정하고, 곡물자급률 30%를 달성한다.”
안철수 “재해보험료의 국비 지원을 확대하고, 자연재해 발생 시 손실보상을 추진하겠다. 최근 5년간 친환경 농업 사업 예산이 10% 삭감된 것을 회복시키겠다. 권역별로 ‘농업기후변화대응센터’ 설립을 검토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고 교육을 확대하겠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2월21일 서울 영등포구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기후정의선대위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육식 중심 식습관에 대한 의견은?
이재명 “공공기관 급식에 채식 선택권 보장, 개 식용 금지, 비건 문화 확산을 공약했다. 국가채식인증시스템, 채식식당인증제 등의 도입을 검토하겠다.”
윤석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지만, 육식과 채식이라는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육류 소비를 줄이기보다는 좋은 고기를 알맞게 먹어야 한다.”
심상정 “공공기관에서 월 4회 이상 채식 식단 제공을 의무화하고자 한다. 학교 급식에서도 채식 식단을 확대하고, 우유와 두유의 선택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육식을 줄일 필요성을 알려 채식을 하지 않아도 육류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안철수 “채식인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결국 식습관은 국민 개개인의 선택권의 문제다.”
―자원 재활용과 일부 민영화한 쓰레기 수거 체계에 대한 견해는?
이재명 “친환경디자인규정 도입과 무라벨 제품의 생산 확대를 지원하고, 유럽·미국 등에서 도입한 전자제품 및 주요 생활용품을 수리할 권리도 제도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폐기물 수거에는 공공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배출량 대비 절반도 안 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공공선별장을 확충하고 기존 시설을 현대화하겠다는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폐플라스틱 열분해, 폐배터리에서 희귀금속 회수 등 자원을 재활용하는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겠다. 유럽연합(EU) 등에서 실시 중인 제품 제조 시에 중금속 등 유해물질 사용 규제, 플라스틱에 순환자원 사용 의무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제도 변화를 모니터링하겠다. 폐기물 분리수거시설을 현대화해 분리 선별을 용이하게 하고, 선별한 것을 권역별로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을 설치해 안전처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심상정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제품을 수리할 수 있는 설계, 제조, 수리 등에 대한 제도가 정비되고 수리를 위한 부품공급, 수리사업자 지정, 사설업자 수리에 대한 불이익 금지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정의당은 이를 담은 ‘수리할 권리 법’을 이미 발의했다. 폐기물 수집운반을 직공영화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은 민간위탁을 하지 못하도록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하고자 한다.”
안철수 “자원순환사회로의 안정적 이행을 위한 재활용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 폐기물관리에서 공공이 정책과 수거, 관리 역할을 맡고, 재활용은 민간에 맡겨 자원화 기술 개발을 촉진할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2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격차 혁신형 SMR(중소형 모듈 원전)로 탄소중립 실현' 공약을 발표했다. 공동취재사진
―전기요금 합리화 정책과 연료비 연동제에 대한 입장은?
이재명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원가가 공정하게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전기요금이 물가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시기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윤석열 “연료비 연동제를 충실히 이행하겠다. 전기요금 인상을 전제하지 않은 에너지 전환(탈원전)은 성립하지 않는다. 발전단가가 제일 낮은 원자력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해 연 2500㎾h 정도의 전력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게 정부의 큰 재정 부담 없이 가능해질 수 있다.”
심상정 “전기요금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제대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 기존 연료비 연동제와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한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정책을 함께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안철수 “‘발전비용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발전원가를 재산정하고, 상대가격 조정으로 에너지 믹스를 합리화하겠다.”
―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ESG·이에스지) 경영 유도책은?
이재명 “이에스지 참여 여건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경영자문 지원 등의 정책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윤석열 “관련 법 마련, 정부 내 컨트롤타워 지정, 이에스지 경영지표 개발, 정부-대중소기업 협력체계 구축, 인력 양성 등 전방위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
심상정 “이에스지를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적절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 탄소세를 설계해 도입하고 탄소 다배출 기업에 투자를 억제하는 금융정책 시행 등으로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안철수 “소비자와 투자자, 노조와 정부 모두 힘을 합쳐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갖추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
이재훈 최우리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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