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의 중심축을 맡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이 20일 회의 석상에서 정면 충돌했다. 두 사람은 지난 10월 곽상도 의원 제명 문제를 놓고 충돌한 뒤 ‘구원’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회의장 밖으론 고성이 흘러나왔다. 비공개 회의 도중, 책상을 치는 소리와 누군가의 성난 목소리가 이어졌다. 회의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고성이 나오기 직전 이 대표는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조 최고위원에게 “일부 언론에서 나오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보도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나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나오니 (먼저) 이를 정리해달라”는 취지로 지시를 했다고 한다. “선거에서 네거티브 대응은 네거티브 대응 조직에서 하는 거고 언론 대응은 공보단에서 하는 것”이라는 이 대표의 발언이 홍보본부장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였다. 이에 조 최고위원은 “내가 왜 그쪽의 명령을 들어야 하느냐”며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이에 “내가 상임선대위원장인데 누구 말을 듣느냐”고 따져 물었고, 조 최고위원은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강하게 맞섰다. 이 대표는 손으로 책상을 치고 회의장을 나갔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는 곧바로 종료됐다.
이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내에서 업무 지시사항에 반발하는 사람이 있어서 선대위 운영체계상 계선을 바로잡고자 좀 이야기를 했다”며 “본인이 맡은 업무에 맞는 것을 지시했는데, 본인은 상임선대위원장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고 공개 발언하는 바람에 언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조 최고위원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다. 이 대표는 ‘이견 조율이 끝났냐’는 질문에 “(그 사람이) 하기에 달려 있다고 본다. 상황의 엄중함을 알았으면 자기 직무를 수행할 것이고, 계선도 올바르게 인지했을 것”이라며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도 충돌은 이어졌다.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이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의 유튜브 방송 링크를 기자들에게 보냈다며 “알아서 거취 표명 하라”고 겨냥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도대체 조 단장은 왜 공보 업무에 집중 못 하고 이준석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가로세로연구소 링크를 복수의 언론인에게 전송하고 계신가”라고 비판했다. 조 단장이 공유했다는 유튜브 링크는 ‘이준석 황당한 이유로 난동! 정신건강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사퇴시켜야!’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두 사람이 부딪친 것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조 최고위원의 문자 메시지를 옮기며 “당신의 문자 그대로 들고 국민과 당원을 설득하라”며 충돌했다. 당시 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장동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곽상도 당시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퇴직금 50억원’ 등 현안 관련 논의를 하려 하자 “퇴직금이 범죄나 화천대유의 불법과 관련이 있는가. 곽 의원이 화천대유에 뇌물을 받은 정황이 있는가”라며 “전두환 신군부도 이렇게 하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도 “왜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은 분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분란을 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사실관계나 잘 확인하고 뒤에서 쏘라”며 반박하며 감정싸움을 벌였다. (관련 기사 :
“상도 수호 없다”더니…소동으로 끝난 국민의힘 심야 긴급 최고위원회)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