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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석열 컨벤션 효과?…여론조사, 양쪽 모두 오판하기 쉽다”

등록 2021-11-12 04:59수정 2021-11-12 11:31

박찬수의 직선│정한울 박사·천관율 에디터
천관율 <얼룩소> 에디터(왼쪽)와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이 9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박찬수 대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천관율 <얼룩소> 에디터(왼쪽)와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이 9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박찬수 대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박찬수 대기자
박찬수 대기자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전문위원인 정한울 박사와 미디어플랫폼 <얼룩소>의 천관율 에디터는 폭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치 분석을 하는 공동 작업을 오래 전부터 계속해 왔다. 2019년에 두 사람이 함께 펴낸 <20대 남자>는, 20대 남성이 유독 ‘반민주당 성향’을 갖고 젠더 이슈에 민감한 이유를 방대한 웹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분석한 책이다. 두 사람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뒤엔 유권자의 투표성향 변화를 담은 리포트를 <시사인(IN)>에 여러 차례 연재한 바 있다. <한겨레>가 두 사람을 만난 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확정을 계기로 본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는데, 뜨거운 열기와 기대감보다는 강렬한 반감과 증오가 느껴지는 이번 대선을 한번 분석해보기 위해서다. 수많은 데이터를 옆에 끼고 사는 두 사람은 20대 대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여야 후보가 모두 확정이 됐는데,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이번 대선이 역대 대선과 가장 다른 특징을 꼽는다면 뭘 꼽으시겠습니까?

(정한울) “이전 선거하고 다른 특징을 후보 차원에서 보자면 양쪽 모두 비주류가 최종 후보로 결정된 건 처음 있는 일 아닌가 싶어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모두 당의 주류 출신이 아니니까, 과거에 보면 가령 2002년 노무현 후보도 비주류였죠, 그런데 그때 이회창 후보는 당의 주류였거든요. 이번엔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모두 당에선 비주류라고 할 수 있죠, 윤 후보는 정치 경험도 전무하구요. 그게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거 같고, 두 번째는 여야 모두 굉장히 강성으로 비치는 후보들의 대결이다, 이른바 스트롱맨의 대결, 이게 포퓰리즘의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거 같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라서 포퓰리즘이 확산되기는 어렵다고 보거든요.

1987년 이후 첫 여야 모두 ’비주류’ 후보

양당 ‘주류’를 국민이 비토한 것

여론조사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든 상황이죠, 그러니까 여론조사 문항을 짜기 힘들고 가설을 세우기 힘든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무슨 얘기냐면, 어떤 현상이 생기면 데이터로 검증은 안됐더라도 이래서 이런 거 같다 라는 가설을 세우고 그걸 갖고서 설문 문항도 만드는 건데, 지금은 그런 게 매우 힘들죠. 가령 지난번 더불어민주당 3차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아주 큰 격차로 패한 현상이라든지, 20~30대 남성층에서 홍준표 후보 지지율이 급격히 올라간 이유라든지, 이런 건 유권자 차원에서 뭔가 변동이 있는 건데 저희(여론조사 전문가)가 못 잡아내는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감도 잘 잡지 못하고 있으니까 곤혹스럽죠.“

(천관율) “저도 정 박사님 얘기처럼, 양쪽에서 비주류 후보들이 모두 선출됐다는 게 1987년 이후에 가장 기록할 만한 지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경쟁을 해왔는데, 유권자들이 양쪽 다 신뢰를 거둬들이고 있는 단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진보정당이 흡수하지도 못하고 있구요. (윤석열 후보 선출로) 탄핵 이후 이제 국민의힘을 ‘집권할 수 있는 세력’이라고 사람들이 신뢰한다는 뜻은 아니구요, 노무현 대통령 비극 이후에 민주당에도 기회를 줘봤는데 만족스럽지 못하네, 그러니까 두 정당의 주류세력들에게 우리 시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번 대선엔 ‘열광’이 보이질 않아요. ‘앞으로 5년간 이 후보가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이다’라는 기대와 열광을 잘 느끼지 못하는 거고, 그보다는 상대편을 떨어뜨리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강한 네거티브가 압도하는 그런 선거가 아닌가 싶어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확정 뒤 윤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선다는 여론조사들이 나왔습니다. 컨벤션 효과가 나타난 걸로 봐야 할까요?

(정한울) “저는 윤석열 후보 역시 컨벤션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대선 여론조사의 특징은, 굉장히 상반된 데이터들이 나오는데, 예를 들면 전화면접 조사와 자동응답전화(ARS) 조사 결과하고 편차가 상당히 큽니다. 윤석열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앞섰다는 조사는 모두 자동응답전화 조사거든요. 전화면접은 그렇게 차이가 벌어지지 않습니다. 그 점에서 윤 후보가 컨벤션 효과를 받은 건 맞지만 그렇게 크진 않다고 저는 봅니다. 지금 지지율 역전 현상은 윤석열 후보의 상승이라기보다는 이재명 후보의 정체 또는 하락에서 온 측면이 큽니다. 국민의힘 경선을 거치면서 어쨌든 뚜렷했던 흐름은, 윤석열·이재명 후보가 같이 하락하고 홍준표 후보가 상승하는 것이었거든요. 어떤 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2030 젊은층이 홍준표 후보에게서 대거 윤 후보로 이동했다는 데이터도 있던데, 다른 여론조사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입맛에 맞는 한두개 여론조사를 갖고 판세를 보면 큰 오판을 할 수도 있다라고 저는 느낍니다.”

윤석열-이재명 격차 10%포인트 넘는 건

모두 ARS 조사, 전화면접 조사는 격차 줄어

입맛 맞는 데이터로만 판세 보면 오판할 것

대장동,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이슈 아니다

(천관율) “아직 본 게임이 시작도 안 했는데, 5년 전 대선에서 실시한 전체 여론조사 숫자보다 지금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숫자가 훨씬 많다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어요. 취사선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입맛대로 해석을 하고 있는 상황인 거 같습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전문위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전문위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윤석열 후보는 그렇다 쳐도, 이재명 후보는 전당대회 직후에도 지지율이 올랐다는 여론조사는 거의 없었거든요. 이재명 후보는 왜 컨벤션 효과가 없었던 걸까요?

(정한울) “이재명 지사 지지율은 (전당대회 이후에) 정체 상태죠. 지금 윤석열 후보와 순위가 바뀐 게 윤 후보 지지율 상승보다는 이 후보 지지율의 정체 또는 하락 때문이라고 봅니다. 요인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역시 경선 과정에서의 분열이 온전히 추스러지지 못했다는 게 있을 거구요, 두번째는 대장동 이슈가 컸다고 봅니다. 아는 사람은 알고 있었겠지만 한국사회에서 부동산 개발로 저렇게 엄청난 돈을 챙길 수도 있는 거구나 하고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은 거죠. 이게 공정이라든가 박탈감을 자극해 분노를 촉발한 거구요. 여론조사기관들이 대장동 이슈는 굉장히 직접적으로 설문 문항을 만듭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주장 중 어디에 더 동의하느냐 라구요, 진영 대결로 가면 차이가 크지 않아야 하는데 ‘특검 하자’는 국민의힘 주장에 찬성하는 응답이 60% 이상 나오거든요, 이건 단순히 스쳐가는 이슈가 아니라는 뜻이죠.”

(천관율) “이재명 후보의 강점은 ‘성과’에 있었습니다. 기존의 여야 두 주요 정당은 더 이상 문제해결 능력이 없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어쨌든 국민 기대에 걸맞는 성과를 내는 사람인 것 같다, 이런 이유로 그를 지지했던 이들이 대장동 이슈를 보면서는 좀 실망한 거 같아요. 이 후보 쪽은 다른 지자체에 비하면 사업 과정에서 훨씬 더 많이 초과이익 환수를 했다고 비교우위를 말하지만, 몇몇 사람이 수백억~수천억원씩 챙기는 게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냐 하고 국민들은 반문하는 겁니다. 그 점에서 초기에 이 후보와 민주당이 대응을 좀 잘못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과거 대선을 돌아보면, 여당 후보는 현직 대통령을 완전히 배격해도 못 이기고, 이회창·정동영 후보가 그런 케이스죠, 또 현 정권을 계승하겠다고 해도 못 이깁니다. 이 딜레마를 넘는 게 여당 후보의 숙명인데, 그걸 가장 잘했던 건 박근혜 후보인 거 같아요. 분명히 정권 재창출이지만 사람들에겐 정권교체라는 인식을 준 것이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경선 상처를 봉합하려 ‘원팀’을 강조하는 걸 이해할 수는 있는데, 그러다 보니 후보 한명만 바뀌고 선대위는 민주당의 그 얼굴 그대로 가는 모양새가 되어버렸거든요. 그러면 국민이 볼 때는 도대체 이재명 후보가 되면 뭐가 바뀌는 건가, 생각할 수 있죠. 그 딜레마에 빠져 있는 거 같아요. 문재인 정부의 가치와 핵심 정책은 이어받더라도 주도세력, 곧 ‘사람은 바뀌는 거다’라는 인식을 줘야 합니다. 아마 이 후보도 고민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권교체 대 정권유지 여론의 격차가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습니다. 불과 1년 반만에 민심이 이렇게 바뀐 근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정한울) “지난해 총선 끝나고 천관율 에디터와 함께 총선 평가조사를 했거든요. 그때 이런 문항을 넣었습니다, ’안정과 개혁 중에서 앞으로 국정운영 중심을 어디에 두는 게 좋으냐’는 질문이었는데, 안정이 70% 정도 나오고 개혁이 30% 정도 나왔습니다. 제가 총선 직후 민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도 이 항목을 언급하며 이런 결과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민주당의 주된 정서는 ‘국민이 180석 만들어줬으니 한번 제대로 개혁해야 한다’는 거였거든요. 180석은 자기 혁신을 못 하고 정권심판론만 말하는 야당에 대한 심판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하고 검찰개혁을 하더라도 뭐 잘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러니 (국민이)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엄중한 경고를 보낸 거거든요, 이젠 ‘생활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경고죠. 민생과 코로나에 집중하는 정부여당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계속 검찰개혁만 말하고 뭐 그것도 잘하는 것도 아니고 하니 여기에 부동산 이슈가 터지면서 민심이 변했다고 봅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단순히 값이 뛴 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삶인데 그래서 안정적인 걸 원했는데, 이런 기대가 무너진 거죠. 그래서 저는 총선 민심에 대한 오판과 그 이후 부동산정책 실패, 검찰개혁에 너무 몰입한 것, 이런 것들의 결과가 아닌가 싶어요.”

(천관율)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30년 뒤에 역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이고 달리 정의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조사해봐도 ‘박근혜 탄핵은 정당했다’는 응답이 70% 넘게 나오는데, 이건 흔들린 적이 없어요. 그런데 촛불정부의 속성이 무엇인가, 저는 속성상 연합정부라고 생각합니다. 연정이나 정당연합이 아니라,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다양한 이질적인 사람들의 연합에 기반한 정부라는 뜻이죠. 그런데 민주당 주류는 이걸 ‘촛불혁명 정부’로 해석하고 검찰 이슈 등 정치적 혁명 또는 개혁을 완수하자는 생각을 너무 강하게 가졌던 거 아닌가 싶어요. 거기서 민주당과 민심의 괴리가 나타나기 시작한 게 아닐까, 그래도 국민들은 촛불정부니까, 내 손으로 세운 정부니까 두 번(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이나 미워도 다시 한번 지지했는데, 이제 더 이상은 지지하지 못하겠다는 분들이 많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천관율 &lt;얼룩소&gt; 에디터.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천관율 <얼룩소> 에디터.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두 분이 2019년에 이른바 ‘이대남’ 문제를 분석한 <20대 남자>란 책을 함께 펴냈습니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을 계기로 젊은 세대, 특히 20대 남자의 표심이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책에서 지적한 대로 20대 남녀간 정치적 지향의 차이도 극명하게 갈립니다. 현 시점에서 20대, 특히 20대 남성의 정치 성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까요?

(천관율) “20대가 유권자 수로는 50대와 60대 이상 노년층보다 적지만, 숫자 이상의 파급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의 움직임이 바로 미래니까, 그런 점에서 전체 세대에 주는 파급력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남녀의 정치 성향 격차는 기성세대에선 잘 안 나타나는데, 유독 20대와 30대 초반에서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기성세대는 페미니즘에 대한 태도가 진보-보수 성향하고 별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20대에선 페미니즘에 찬성하면 진보고, 반대하면 보수라는 성향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태도를 갖고 그 사람의 정치 성향을 예측할 수가 있는 거죠. 10대 후반도 마찬가지구요. 그러면 젠더 이슈를 갖고서 20대 남성 또는 20대 여성의 표를 잡겠다는 생각은 굉장히 공허할 수 있습니다. 한쪽이 플러스면 다른 한쪽에선 마이너스 효과가 있을 테니까요. 이재명 후보가 ‘2030 남자들이 홍준표를 지지한 이유’라는 글을 공유했다고 하는데 그게 꼭 도움이 될까 싶어요, 그걸 보고 지지를 철회하는 20대 여자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20대 남자 75%가 국민의힘 지지는 ’허수’

아직 판단 보류한 20대가 절반 이상일 것

젠더 이슈로 20대 표 잡겠다는 것은 잘못

’인서울’ 아닌 지방 20대를 정치로 불러내야

오히려 저는 20대 문제를 젠더 이슈로 접근할 게 아니라 정치적 관심에서 소외된 20대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대남이나 공정, 능력주의는 사실 ‘인서울’(In-Seoul) 대학생들의 관심사입니다. 인서울 대학을 나온 숫자는 전체 20대의 10%도 안됩니다. 고졸이 30% 정도 될 거고, 또 청년들 사이에서 ‘지잡대'라고 자조적으로 불리는 지방 사립대학 출신이 더 많구요. 실제 노동시장에서 고졸과 지방 사립대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월 200만원 받고 10년 넘게 일해도 경력 쌓이는 건 없이 여러 직장을 전전해야 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대비할 수가 없는 젊은이들이죠. 이건 남녀 차이가 없어요. 그럼 정치란 게 이들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질 않아요, 왜냐하면 이들은 정치적 무관심층이고 투표장에도 잘 안 갈 것이고 그러니 정치인들 보기엔 (선거운동의) 가성비가 떨어지거든요. 어렵긴 하겠지만 이런 20대의 삶을 정치에서 다루고,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힘을 보여주는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정치 지형이 바뀌는 것이죠. 저는 지금 민주당은 도시 중산층 정당, 교육받은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잊힌 사람들’은 정치의 대상에서 빠져 있는 거죠.”

(정한울) “여론조사 하는 입장에서 좀 덧붙이자면, 여론을 정확히 읽어야 되는데 일부분만 보면 오판할 수가 있어요. 예전부터 2030은 민주당 지지층이었잖아요, 지난해 총선 때까지만 해도 20대의 민주당 지지가 30~40대보다 낮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더 충격을 받은 거죠, 20대 남자의 75%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는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니까. 그런데 이건 (투표자를 대상으로 샘플링한) 출구조사일 뿐이구요, 실제로 20대 남자의 표심을 읽으려면 얼마가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전향’을 했느냐와 함께, 얼마나 투표를 유보하거나 기권했느냐를 좀더 종합적인 데이터를 갖고 판단해야 합니다. ‘20대 남자의 75%가 국민의힘 지지다, 대다수가 넘어갔다’라고만 볼 수는 없고, 제 개인적 예상으로는 20대 남자 중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전향’한 유권자는 절반이 안 될 거라고 봅니다. 오히려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 20대 남자 중) 절반 이상은 아예 투표를 안 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문재인 정부에 실망을 하고 민주당을 심판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지지할 수는 없는 20대 남자들이 아직 많은 거죠. 보수로 넘어간 사람과 함께 부동층으로 빠진 ‘탈동원층’을 함께 보면서, 20대 남자에 대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대응도 달라져야 하는 거죠.”

천관율 &lt;얼룩소&gt; 에디터(왼쪽)와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천관율 <얼룩소> 에디터(왼쪽)와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흔히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을 합니다.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후보가 국민 선택을 받는다는 뜻이 아닐까 싶은데요,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한울) “저는 ‘시대정신’이라는 말이 너무 추상적이라서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웃음) 다만 시대정신이란 게 있다면, 그건 발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좀 합니다. 후보가 만들어서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 이렇게 우리 사회가 한번 가보자고 했을 때, 아 그렇구나 라고 국민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어요. 많은 분들이 이번 대선을 감동 없는 선거라고 하시는데, 사실 그 감동이란 게 개인의 스토리보다는 사람들에게 어떤 거를 구체화해서 이런 길로 우리가, 우리 사회가 한번 가보자고 했을 때, 아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 감동도 생기고 열정도 생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역대 선거를 보면, 그랜드 디자인(Grand Design)을 제시해서 대선을 치렀던 건 노무현 후보가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노 후보는 지역구도가 한국정치를 가로막고 있다, 그러니까 지역구도를 타파하는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제시했거든요.”

‘상대 떨어뜨리는 게 목적’인 대선은 불행

어떤 미래 꿈꿀지 유권자에게 보여줘야

포지티브한 비전 내놓는 후보가 이길 것

(천관율) “이번 선거에 열광이 없다면, 그건 어떤 미래를 꿈꿀지를 (후보들이) 지지자와 유권자들에게 명확히 말하지 못한다는 거죠. ‘윤석열 후보가 됐을 때 뭐가 좋아?’라고 물어보면 굉장히 답을 듣기 어렵잖아요. ‘정권교체가 되잖아’라는 답은 결국 상대방을 이기니까 좋다는 것 말고는 포지티브한 건 없는 거죠. 노무현 후보 얘길하셨는데, 그 뒤로는 모든 대선이 사실 네거티브 선거였죠. 내가 돼야 하는 이유보다는 ‘쟤가 되면 안된다’라고 말하는 선거죠. 이번 대선도 지금 상태로는 비슷하게 갈 거 같은데, 네거티브가 아니라 포지티브한 비전을 내놓는 후보가 이긴다, 그렇다면 그게 바로 시대정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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