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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20대가 보수화? 청년 세대가 힘든 책임을 집권당에 묻는 것”

등록 2021-10-29 05:00수정 2021-11-01 16:50

박찬수의 직선 - 최연소 기초의원 조민경
20대는 이념에서 자유롭고, 기다리지 않는다
국민의힘 ‘대안’으로 생각하는 단계 아직 아냐
마음 사로잡을 포지티브한 이슈 파이팅 해야
조민경 인천 연수구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조민경 인천 연수구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찬수 대기자
박찬수 대기자

지난 6월 36살의 이준석씨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 대표로 깜짝 선출되자, 그 의미를 짚기 위해 신문·방송에선 젊은 정치인들의 좌담이나 인터뷰를 앞다퉈 실었다. <한겨레>도 토요판에서 ’청년과 청년정치’란 주제로 세명의 젊은 정치인 이야기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그 기사를 유심히 보면서, 조민경 인천 연수구의원에게 눈길이 갔다. 두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선입견일지 몰라도 대개 구의원은 나이 지긋한 지역 유지가 한다고 생각했는데 29살의 젊은이가 구의원을 하는 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또 하나는, 청년을 중시한다면서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성공한 청년’ 한둘을 영입하는 기존 정치권의 태도가 못 미더웠기 때문이다. 정말 청년정치가 뿌리내리려면, 많은 유능한 청년들이 가장 기초인 구의원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올라가는 구조로 정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민경 의원은 어떤 생각으로 구의원에 출마한 것일까.

지금처럼 청년의 표심이 주목받은 시기도 없는 듯 싶다. 그 열기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분출했고, 내년 대선에서도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그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 조 의원은 1992년생이니,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연수구의원(더불어민주당)에 당선될 때 만 25살이었다. 최연소 기초의원인 셈이다. 그에게 청년과 청년정치를 물었다.

― 지금의 20대는 성별로 정치 성향이 뚜렷하게 갈리는 첫 세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남성과 여성의 정치인 또는 정치세력 선호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요즘처럼 극명하게 갈린 건 처음 보는 현상입니다. 20대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는 70%를 넘는데, 20대 여성은 거꾸로 민주당 지지가 55%라는 여론조사도 있습니다. 왜 그런 겁니까?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최근 여론조사들이 2030 남성의 보수화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보수화라는 표현보다는 ‘반민주당’으로 움직였다는 표현이 정확할 거 같아요. 그렇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부동산이겠죠. 제 또래들이 취업난이라든지 이런 게 다 맞물려서 폭발할 지경이었는데 그 시점에 부동산이 저렇게 폭등하니까, 진짜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집을 살 수가 없겠구나, 그러면 결혼도 할 수 없겠구나 그런 좌절감이 엄청났을 거예요. 그래서 청년층의 이탈이 많았다고 보고, 여기에 젠더 갈등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봅니다. 여성은 그래도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서는 ‘친여성 정당’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이탈이 좀 적었을 거고요. 그런데 이런 현상은 2030이 진보-보수 이념에 가장 둔감한 세대라는 걸 방증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한국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세대와 민주화운동을 당연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세대, 그런 진보-보수랑은 2030세대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586세대는 민주당에 굉장한 정당 일체감이 있잖아요. 또 60대 이상 세대는 국민의힘에 정당 일체감이 있을 거구요. 그런데 2030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빨갱이니 민주화니 하는 이슈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아요. 그래서 더 선하다고 생각하는 정당 또는 일체감을 느끼는 정당이 특별히 없는 거죠. 민주당이 기억해야 할 게, 박근혜 정권 때 모두 나와서 촛불을 들었던 게 2030세대가 진보화된 게 아니라 박근혜 정권의 유례없는 실정에 너무 큰 실망을 느꼈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정권을 교체한 거죠. 그러면 지금 상황은 어떠냐, 20대가 보수화됐다고 분석하는데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이 잘해서 지지율이 높아진 게 아니라 지금 청년세대가 힘든 것에 대해 여당에 더 큰 책임을 묻고 있는 거라고 저는 봅니다.”

― 요 몇년 새 급부상한 페미니즘 이슈도 20대 남성들에게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공개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별 할당제 폐지를 주장했는데요,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별 할당제 폐지, 이런 얘기를 하면 2030 남성들이 열광하면서 표를 줄 것처럼 생각하는데, 저는 좀 그런 게 굉장히 황당했어요. 그런 공약은 한쪽 성에 굉장히 모멸감을 주는 거고, 젠더 갈등을 더 부추길 뿐이죠. 젊은 남성들이 소외감과 불만을 느끼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어요. 예컨대 군 복무 문제라든가 군인 처우 문제라든가, 이런 건 개선을 해야죠. 또 결혼을 해야 하는데 집값 부담이 너무 크다, 그러면 정책적으로 그런 상황을 어떻게 바꿀 건지, 그런 긍정적인 담론을 들고 나오는 게 아니라 남성 표를 얻기 위해서 ‘남성들이 힘든 거는 여성들을 위한 제도 때문이니 그걸 없애야 해’라고 말하는 건 굉장히 유치하고 황당한 발상인 거죠. ‘82년생 김지영’ 같은 경우에 힘든 이야기만 모아놓으면 너무나 익숙하고 사실적이고 슬픈 이야기가 돼요. 반대로 ’90년생 김철수’라는 남성의 이야기도 슬프고 힘든 부분만 모아놓고 보면 그것 역시 굉장히 비극적일 거예요. 그 책임을 여성 또는 남성에게 전가할 게 아니라, 내가 힘든 건 반대 성의 잘못이 아니라 정치권의 잘못이다,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 봐요.”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빛나는 시기 군대 가는 건 ’당연한 일’ 아냐
왜 여성은 군대 안 가냐고 할 게 아니라
또 반대로 남성의 군복무를 폄훼할 게 아니라
정치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책에 ’청년’ 붙인다고 ‘청년정책’ 아니다
그냥 부동산정책 잘하고 일자리 성과 내면
청년들의 지지는 되돌아올 것

― 얼마 전에 크게 논란이 됐던 여성 군복무제 또는 남녀 공동 복무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군인에 대한 사회적 처우나 시선이 문제인 거지, 여성이 군대 안 가는 게 문제는 아니죠. 가장 빛나는 시기에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니잖아요, 직업군인이랑은 또 다르죠.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 감사함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는가, ‘건강한 남성이라면 군대 가는 게 당연하다’라는 인식 때문에 이 가치를 폄훼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봐요. 또 하나, 남자라면 당연히 군대 가야지 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요즘엔 취업이 너무 힘드니까 군복무를 너무 큰 부담으로 느끼는 거죠. 과거엔 그래도 군대 갔다와서 취업하는 데 걱정이 덜했는데 요즘은 취업이 너무 안 되니까, 제대 후에 여성 또래들은 군대 안 가고 그 시간에 자기계발해서 취업해 있는 걸 보면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게 드는 거죠.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충분히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봐요. 이건 결국 일자리 문제가 되는 거죠. 왜 여성은 군대를 안 가냐고 할 게 아니라, 또는 반대로 남성의 군복무를 폄훼할 게 아니라, 상대방이 힘든 거를 이해하고 감싸주고 정책적으로 해결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할 거 같아요. 그건 결국 정치의 책임인 거죠.”

―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압승을 했습니다. 특히 수도권의 승리는 전례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유권자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까?

“저희는 선거 때마다 당원 모집을 하잖아요, 그걸 보면 제가 지방선거 출마할 때랑 지금은 분위기가 좀 다른 걸 느끼죠. 지방선거 앞두고 2017년에 당원 모집할 때는, 탄핵 직후라 주민들께서 적극 응해줬어요. 요즘은 우리 당원들도 ‘잘해야 한다’고 걱정 어린 말씀을 많이 하시니까 그런 걸 피부로 느끼죠. 제 생각에는 젊은층에게 메시지 전달이 잘 안 되는 거 같아요. 언론개혁이나 검찰개혁 모두 중요한 이슈지만, 청년들에겐 이게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검찰개혁하면 뭐 좋긴 하겠는데 그게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직관적으로 와닿지를 않아요. 또 하나, 설령 국민의힘이 (잘못을 한) 횟수로는 더 많을지 몰라도 국민들이 생각할 때 그래도 민주당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4·15 총선에서) 표를 몰아주셨는데 민주당도 기대에 미치지를 못한 거 거든요. 어떤 이슈가 터지면 정당 일체감이 강한 586세대는 진위가 분명히 파악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인내심이 있지만, 청년들은 기다리지 않아요. 의혹 단계에서 이 당이나 저 당이나 똑같구나, 정치인들은 똑같은 거였어 라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이런 20대 정서를 정확히 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 지역에서 민주당 당직자나 나이 든 당원들이 ‘요즘 20대가 너무 보수화된 거 아니냐’고 말하지 않습니까? 그런 얘기 들으면 조 의원은 뭐라고 대답하나요?

“언론에서 ‘20대 남성이 보수화됐다’는 제목의 기사가 많이 나오니까, 그런 기사가 화제에 오르면 저는 아까도 얘기했지만 ‘청년층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포지티브(positive)한 이슈 파이팅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죠.”

― 대선이 4개월 남짓 남았는데, 그런 포지티브한 이슈 파이팅으로 20대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요?

“지금 국민의힘은 ‘반민주당’이란 분위기만 믿고 있는 건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0대가 국민의힘을 지지하기도 어려울 거라고 봐요. (20대의) 표심이 갈 길을 잃어버리는 거죠. 윤석열 후보에 대한 젊은층 지지가 뚝 떨어진 건 그런 현상으로 볼 수 있고요. (젊은층이) 정책에 굉장히 불만이 많은데, 그 정책의 입법은 사실 여당과 야당이 같이 한 거 잖아요, 여야에 (책임이) 섞여 있는 거죠, 그런데 (젊은층은) 그 불만을 표시할 방법으로 집권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이 거든요. 이게 국민의힘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봐요.”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어떻게 보십니까? 30대가 제1야당 대표로 뽑힌 건 처음 있는 일인데, 이 대표의 선출과 그 이후 행보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1985년생인 이준석 대표의 메시지도 2030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을 거예요. 이 대표는 2030 남성의 언어로, 인터넷에서만 떠돌던 일종의 ‘밈’을 공식 석상에서 발언하거든요. 예를 들면, 대표 당선 수락연설에서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쳐질 것이고…’. 이런 말을 하는데 이걸 그냥 텍스트로 받아들인 사람은 청년들의 문화 코드를 읽지 못한 거예요. ‘그거 임재범의 <너를 위해> 가사 패러디한 거 아냐’ 이렇게 말하시는 분도 출처는 알아도 그 의미를 완벽히 이해하진 못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목은 인터넷에서 굉장히 많이 소비되고 ‘짤’로 돌아다니는 청년들의 일종의 놀이문화, 밈이거든요. 가령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나를 뒤에서 바라보는 어머니의 그림을 올리고 ‘내 거친 생각과 어미니의 불안한 눈빛과…’ 이런 글귀를 붙여서 올린 게 무수히 많아요. 그걸 당선 수락연설에 넣었다는 건, 이준석 대표가 ‘지금 우리들만 아는 언어로 내가 얘기하고 있어’라고 2030 청년들에게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런 걸 보면서 국민의힘도 바뀌고 우리 정치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청년들이 이 대표한테 걸었던 거죠. 그런데 이제 이 대표의 행보를 평가하자면, 국민의힘에서 태극기부대 이미지를 지우는 데는 상당한 역할을 한 거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당을 내용적으로 바꿔냈느냐 하면 그렇진 못해요. 이 대표가 국민의힘을 바꿔내길 바랐는데, 기대에 걸맞는 쇄신을 하진 못한 거 같아요. 물론 여기엔 당내 수많은 중진의원들이 쇄신을 가로막은 측면도 있겠지만요.”

― 조 의원은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더군요. 그러면 로스쿨을 가서 전문직 경력을 쌓고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길을 생각할 법도 한데, 사는 동네의 구의원에 나선 건 좀 뜻밖입니다. 말 그대로 가장 ‘기초’인 기초의원(구의원)을 정치의 출발점으로 택한 이유가 뭔가요?

“정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가장 가슴 아픈 얘기 중 하나가 ‘기초의회 무용론’이었어요. 국회의원에게 주는 세비도 아깝다고 많이 말씀하시는데, 하물며 구의원에 대한 평가는 어떻겠어요? 더 냉담하게 평가하시겠죠. 사실 구의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제가 예산 심의하고 의결하고 조례를 내고 행정 감사를 하면 정말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의원에 도전을 했습니다.”

― 구의원은 대개 그 동네의 나이 많은 유지나 사업 하시는 분들이 하는 걸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20대 젊은이가 구의원을 하면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어렵지는 않습니까?

“얼마 전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딱 그런 얘기를 했다가 엄청 논란이 많았죠. 동네에서 자영업 하시는 중장년층 남성이 형님동생 하며 술 마시고 다니다 공천을 받는다, 그런 얘기를 했다가 후폭풍이 컸습니다. 민주당에 젊은 기초의원들 모임이 있는데, 젊은 의원들이 공통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선입견이 뭐냐면 ‘경험이 부족하다’는 거에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반박하죠. (지방의원이) 얼마나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직군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이걸 다 경험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요. 누가 더 열심히 듣고 피드백을 잘 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저는 주민들한테서 피드백이 굉장히 빠르다는 평가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습득력이 빠르고 대응도 빠르고 뭔가 열심히 한다는 평가, 그게 젊은 의원의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 정당에는 어떻게 들어온 겁니까? 누가 처음에 소개를 해줬습니까?

“정치를 해야겠다, 구의원에 출마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선 제가 직접 입당원서를 써서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갔어요. 시당 사무실을 찾아가서 ‘입당원서 내러 왔습니다’ 말하니까 거기에 써서 두고 가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입당했습니다. 그게 (지방선거 몇달 전인) 2017년 8월이었어요. 그 다음에 연수구 지역위원회에 들어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9월에 송도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렸는데 대회장을 찾아갔어요. 마라톤 대회장에 더불어민주당 연수을 지역위원회 부스가 2개 운영된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 부스를 찾아갔죠. 지역위원장님과 주요 당직자, 핵심 당원들이 다 계시더라구요. 이번에 입당한 조민경입니다 앞으로 연수구에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그랬더니 다들 깜짝 놀라면서 반가워 하시더라구요. 부스에서 가장 막내인 분이 40대였는데 제가 그때 25살이었거든요. 그렇게 연수을 청년위원회 간사, 그 다음엔 청년위 부위원장으로 당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구의회 홈페이지에 휴대폰 번호 공개하니
젊은 주민들이 편하다고 많이 전화 걸더라
청년 정치인 많아지면 그런 창구 늘어나는 것
정치는 젊은 세대에게 ’블루오션’이라 생각

― 전에 ‘정치는 젊은이들에겐 블루오션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왜 정치가 젊은이들에게 블루오션입니까? 정치는 젊은이들에겐 훨씬 진입하기 어렵고 성장하기도 어려운 분야 아닙니까?

“희소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정치에) 진입하면 (정당에서) 굉장히 따뜻하고 많이 도와주려는 분위기가 강해요. 그래서 저는 정치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에게 무조건 출마하라고 얘기해요. 구의원이든 시의원이든 또는 국회의원이든 자신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만 있으면 도전해보라고 말합니다. 청년이 정치에 진입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요즘 진입이 쉬운 분야가 다른 데엔 있을까요? 또 공천을 받고 당선되기는 무지 어렵지만, 그건 청년이나 나이 드신 분이나 모두에게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한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오래 정치하신 분들은 좀 철이 없다고 볼 수도 있겠죠. 대개 ‘절대 정치하지 마라’고 말리시잖아요. 그 이유를 제가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럴수록 젊은이들이 더 많이 참여해서 정치권에 변화를 가져와야 합니다.”

― 지금까지 ‘청년 정치’는 기성 정치를 치장하는 용도로 활용되어온 측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청년이 정치의 장식이 아니라 주역이 되려면 어떤 게 변해야 합니까?

“제가 느낀 사례를 하나 말씀드릴게요. (민주당에) 전국 청년위원회 모임이 열리면, 핵심 청년당원 수백명이 모이니까 유력 국회의원들도 다 오셔서 축사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축사만 하고는 그냥 가세요. 많은 분이 축사를 하니까 축사 시간이 청년당원들의 토론 시간을 빼앗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들의 대화 시간이 사라지는 거에요. 축사를 하지 않고 청년당원들이 무슨 토론을 하는지 조용히 들어보는 정치인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청년 정치’라는 게, 청년이 한다고 ‘청년 정치’가 아니에요, 청년들을 위한 담론이 나와야 하는 거죠. K-팝, K-푸드처럼 정책에 ‘청년’이 접두사로 붙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에요. 청년 주택정책, 청년 일자리정책, 이런 조어가 중요한 게 아니죠, 그냥 부동산 정책을 잘하고 일자리정책에서 성과를 내면 청년들도 지지를 하는 겁니다. 그런 게 다 ‘청년 담론’인 거죠.

청년들이 정치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에요, 자기 목소리를 전달할 창구가 없는 거죠. 저는 구의회 홈페이지에 제 휴대폰 번호를 공개해놓았어요. 그래서 구의회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저한테 전화를 거시는 주민들이 많아요, 젊은 학부모님들이나 청년들이 왜 저한테 전화를 하시냐면, 그냥 전화하기가 편할 거 같다는 거예요, 나이 차이가 많지 않으니까. 청년 정치인이 많아지면 그 세대에서는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더 많이 열리는 거니까 그런 게 굉장히 의미 있는 변화가 될 거라고 봐요.”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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