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한 2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 내 전시관에 노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26일 사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국립현충원에 묻힐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관련 법률에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국립묘지법상 전직 대통령은 국립현충원 안장 대상자이지만 노태우씨는 1997년 내란과 군사 반란 등의 죄명으로 대법원에서 17년형을 선고받았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내란죄를 지은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노씨는 복역 중 1997년 12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났고 특별사면 대상자의 국립현충원 안장자격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노씨와 전두환씨가 고령이 되자 이들이 숨진 뒤 국립현충원에 묻힐 수 있느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립현충원 담당 부서인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26일 노씨의 국립현충원 안장과 관련해 “내란죄 유죄 선고 뒤 사면을 받았지만 내란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립묘지법상으로 안장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2019년 1월 보훈처는 전두환씨 경우에도 “내란죄 사면 복권자는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보훈처의 이런 입장은 국립묘지 관장부서의 행정해석이란 한계가 있다. 앞서 ‘5공 비리’ 수사로 뇌물죄가 확정됐던 안현태 전 경호실장은 사면·복권됐다는 이유로 5·18 단체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2011년 국립묘지에 묻혔다. 당시 안씨 쪽은 “형 선고의 효력으로 인하여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한다”는 사면법의 내용을 근거로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잃었더라도 사면·복권으로 그 자격을 다시 얻었다고 주장했고, 이명박 정부 보훈처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 규정의 모호성과 규정 간 충돌로 결국 노씨의 국립현충원 매장을 결정할 잣대는 국민 정서와 이를 고려한 정부의 정무적 판단이다. 국가장 여부도 마찬가지다. 국가장법에서는 △전·현직 대통령 △대통령 당선인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에 한해 국가장을 치를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예우가 박탈된 전직 대통령의 국가장 여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노씨 장례와 국립묘지 안장과 관련해 “국민들의 수용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절차가 필요하다. 내부 절차에 따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윤영덕·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월 학살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노태우씨가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장 예우를, 국립묘지에 안장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5월 단체는 “내란 및 내란목적 살인죄로 처벌까지 받은 사람이 국립묘지에 안장되면 후세 가치관의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반대했다.
권혁철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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