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0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의힘 소속 의원 12명에 대한 ‘부동산 위법 거래 의혹’을 지난 24일 통보했지만, 국민의힘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후속 조처에 손을 놓고 있다. 당시 이준석 대표가 “민주당 기준보다 엄격하게 하겠다”며 5명에 대해 탈당을 요구하고 1명은 제명 조처 하기로 했으나, 공언과 달리 실제 당 차원의 징계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민의힘 쪽 취재를 종합하면, 지도부가 탈당을 요구했던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과 제명 처리 하겠다던 한무경 의원은 이날 현재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비례대표인 한 의원은 의원총회 의결로 제명할 수 있는데도, 그간 열린 의총에서 한 의원 제명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한 의원 제명안을) 다음 의총 때 상정하겠다”고 밝힌 이후, 27일과 30일, 31일에 언론중재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가 소집됐지만 한 의원 제명 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모임의 성격도 의총이 아닌 ‘긴급현안보고’나 ‘긴급현안간담회’로 규정됐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제명만을 위한 의총을 열 순 없어 향후 일정을 보고 있다”며 “조만간 의원총회 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탈당 요구를 결정한 의원 5명도 이날까지 탈당계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강기윤·이철규 의원은 지난 26일 최고위 회의에 출석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권익위 통보 당시 이 대표는 이들의 ‘탈당 불복’ 가능성에 대해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징계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소명 절차를 거쳐 선별 작업을 한 만큼 탈당 요구에 저항하는 의원은 윤리위를 통해 제명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윤리위의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사람이 10일 안에 탈당하지 않으면 강제로 제명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징계 절차의 ‘시작’인 윤리위는 아직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그사이 지도부 분위기도 온건하게 바뀌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언론중재법 투쟁 중이라 윤리위 구성 등을 서두르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향후 진척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선 “윤리위를 구성해서 강하게 의원들의 제명이나 탈당을 압박하는 것 자체가 (이준석의) 정치가 아닐 것”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한기호 사무총장도 “억울함을 호소하며 서류 등을 제출해 소명하겠다고 하는 의원들도 있어 당장 조처를 하기는 어렵다”며 “민주당은 두달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를 안 하고 있지 않냐”고 항변했다.
애초 적극적인 징계 의지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징계하려는 의지가 강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먼저 윤리위를 구성하는 절차부터 했을 것”이라며 “당의 ‘탈당 요구’는 스스로 탈당을 판단하든지, 억울하면 수사를 통해서 밝히든지 하라는 식의 강제성 없는 정무적인 조처”라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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