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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카불로 돌아간 대사관 직원들, 한국식 ‘비상연락망’ 풀가동

등록 2021-08-25 22:21수정 2021-08-26 02:40

탈출영화 같았던 ‘작전명 미라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밖에서 한국 외교관과 우방국 병사들이 ‘KOREA’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한국으로 갈 아프간인들을 찾고 있다. 외교부 제공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밖에서 한국 외교관과 우방국 병사들이 ‘KOREA’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한국으로 갈 아프간인들을 찾고 있다. 외교부 제공

아프가니스탄에서 길게는 7~8년씩 한국 정부를 도와 일을 했던 현지인과 그 가족 391명이 무사히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까지는 전쟁 영화 속 탈출 작전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애초 한국행을 희망했던 아프간인은 427명이다. 24일 이들 가운데 26명만 카불을 빠져나왔다는 소식에 작전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지만 25일 이달에 태어난 아기 3명 등 영유아 100여명까지 무사히 카불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국방부가 붙인 이번 이송 작전 이름은 ‘미라클’(miracle·기적)이었다.

외교부의 설명에 따르면 365명이 버스 6대에 나눠 타고 24일 카불 공항에 도착했다. 이들 모두가 개별적으로 카불 공항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전날 공항에 도착한 26명은 탈레반의 검문검색과 공항 주변 인파를 뚫고 걸어 들어온 이들이었다. 다행히 22일 미국 정부가 우방국들에 제안한 ‘버스 모델’이 가시화했고, 정부는 이튿날 미국 정부와 탈레반 간 합의로 공항으로 진입이 가능한 버스를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탈레반의 카불 진입 뒤 카타르로 철수했다가 아프간인들의 국내 이송을 지원하기 위해 22일 카불로 돌아온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발 빠른 조처였다.

한국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해 가능했던 ‘한국식 피라미드 연락망’도 이들의 탈출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대사관과 코이카, 바그람 한국병원 등 근무지별로 대표를 뽑아 신속히 연락했다. 이들은 집결 장소와 시간을 공유해 정확히 모였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연락망이 굉장히 끈끈하고 탄탄”해 “원하는 사람은 100% 가깝게 집결했고 오늘 새벽 무사히 들어왔다”고 했다. 하지만 버스에 나눠 타고도 공항 진입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생아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까 봐 끝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 다행히 공항 주변은 총소리가 난무했던 대사관 직원들 철수 때보다 안정된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시각 오후 6시께 무사히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했다.

애초 한국행을 희망했던 427명 가운데 36명은 개인 사정으로 아프간에 남거나 제3국 이송을 택했다. 이에 따라 2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이들은 대사관(21가구 81명), 병원(35가구 199명), 직업훈련원(14가구 74명), 차리카르기지 지방재건팀(5가구 33명), 코이카(1가구 4명) 근무자 등 391명이다.

이들은 대형 군수송기 KC-330(공중급유기)과 C-130을 타고 26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도착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들의 경우 3개월 단기비자로 입국한 뒤 장기체류비자로 일괄 변경 조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원을 둘러싼 일각의 우려에 대해 외교부는 “여러차례 검토 및 확인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들과 함께 근무했던 공덕수 전 바그람 직업훈련원 원장은 “탈레반 통치하에 한국병원, 직업훈련원 조력자들을 그냥 두면 탈레반에 의해 처형된다는 건 거의 확실시된다”며 “(이들을) 구출하는 것은 인도주의 측면뿐 아니라 결코 친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와 국민의 신의와 의지를 국제사회에 다시 인식시키는 중요한 계기”라고 국민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한편 외교부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아프간인 3명과의 대화 내용을 이날 기자단에 제공했다.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최근 안보 환경 변화로 인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가 우리를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난시켜주었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8월로 들어서며 “(아프간 내) 상황이 점점 나빠졌다”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카불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통해 우리를 피난시켜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13년부터 2년4개월 한국 대사관에서 일했다는 여성도 “(아프간을 떠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가족과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결심했다. 대사관으로 가 나와 가족들의 목숨을 구해달라고 했다”며 “(탈출 계획은) 한달 전부터 시작됐고, 1주일 전에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우리는 매일 이메일로 상황을 업데이트했다”고 말했다. 30대로 보이는 또 다른 남성도 “2년 동안 한국인들과 일했는데 매우 친절하고 좋은 이들이었다. 그들 모두와 한국 정부에 매우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지은 길윤형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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