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주 120시간 노동 허용, 부정식품 옹호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번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전 밀집 지역인 부산·울산·경남에선 원전 확대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원전이 체르노빌하고 다르다.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답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011년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과 해일로 일본 후쿠시마현 소재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능 유출 사고다.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의 “방사능 유출이 안 됐다”는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 내부 노심이 용융되고 수소 폭발로 지붕이 날아갔는데 붕괴되지 않았다니 무슨 말인가. 방사능 유출 사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일본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이 발언은 4일 저녁 인터뷰 기사가 온라인에 게재된 뒤 4시간여 만에 삭제됐지만 누리꾼들이 이를 지적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윤석열 캠프는 발언이 축약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캠프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후쿠시마 원전이 설계 안전성 때문이 아니라 지진·해일 때문에 피해가 생겼다는 것을 얘기하려다 말을 축약하다 보니 그렇게 전해졌다”며 “우리나라는 지진이나 해일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설계도 좋아졌는데 원전을 안 한다고 하는 건 문제가 많다는 발언을 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캠프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어 “인터넷판에 처음 올라온 기사는 후보의 의도와 다르게 반영됐다. 의미가 다르게 전달됐을 경우 서로 조정할 수 있는 문제”라며 “인터뷰 보도 과정을 두고 공세를 벌이는 것은 비열한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윤 전 총장의 이러한 ‘원전 실언’은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려다 보니 원전의 안전성·필요성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논리에 함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카이스트 원자력 전공 학생들을 연이어 만나 “무리하고 성급한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 원자력 에너지라는 게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위험천만한 것이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일본의 지반과 관련한 문제이지 원전 자체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탈핵에너지학회장인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친원전 진영의 논리가 늘 ‘과학자를 믿어라’ ‘안전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주장만 해서는 합리적 토론이 어렵다. 윤 전 총장이 이 주장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나래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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