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29일, 행사가 열린 서울 양재동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은 100여개의 화환으로 둘러싸였다. 기념관 앞에서는 윤석열 팬클럽 ‘열지대’의 회원가입 부스가 차려졌고, 기념관 앞을 꽉 채운 지지자들은 ‘윤석열’ 또는 ‘공정’, ‘상식’이라는 글씨가 쓰인 마스크와 티셔츠를 입고 손팻말을 들었다.
이날 행사는 오후 1시에 예정됐지만 윤 전 총장은 2시간 일찍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 아침부터 모인 지지자들은 윤 전 총장이 기념관에 들어서자 “대통령”을 외쳐대며 환호했다. 기념관 내부로 들어갔던 윤 전 총장이 낮 12시20분께 권성동·김성원·윤주경·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맞이하러 다시 바깥으로 나오자 인파들이 몰리며 또 한차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은 정치 신인의 기자회견으로 보기에는 규모가 남달랐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관이 출동했고 응급 상황에 대비해 구급차도 대기했다. 코로나19 시국에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10여명의 경호원은 기념관 바깥에서부터 신원을 여러번 확인하며 출입을 통제했다. 방역수칙에 따라 취재 인원도 제한됐다.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 현장을 취재할 수 있는 기자는 55명이었고, 56명의 기자는 다른 층에서 화면을 볼 수 있도록 분산 배치됐다.
윤 전 총장은 오후 1시5분께 검은 정장 차림에 청록색 넥타이를 매고 단상에 올라 출마 선언문을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뒤로 펼쳐진 무대 배경에는 ‘공정과 상식으로 국민과 함께 만드는 미래’라고 적혀 있었다. 선언문에도 ‘공정’과 ‘상식’이라는 단어가 수차례 등장했다.
선언문을 읽은 뒤 질의응답이 50분간 진행됐다. ‘전언’ 형식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방식이 아니라 언론의 질문에 즉답하는 첫 무대였다. 윤 전 총장은 이후 진행자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려 하자, “한두 분만 더 (질문을) 받자”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행사를 마치고 기념관 밖으로 나오자 그를 보러 온 지지자는 약 1천명 정도로 불어 있었다. 윤 전 총장은 그들을 향해 “국가의 기본을 세우고 나라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열망으로 오늘 6월29일 오후에 매헌기념관에 모이신 여러분의 열망, 기대, 저 역시 실망시키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했고, 지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윤 전 총장의 정치 데뷔 무대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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