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문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고 말하는 등 ‘정권교체’를 여덟번이나 강조했다.
9장(A4 용지)짜리 회견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반문재인’을 위해 나섰고, ‘정권교체’를 이루겠으며, 지향점은 ‘보수’라는 점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와 ‘반문’ 이외의 구체적인 ‘비전’은 명확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회견문의 상당 부분을 문재인 정부 성토에 할애했다.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이라고 맹폭했다. 자신이 지난 3월 중대범죄수사청을 반대하며 내세웠던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게 된다는 뜻)이라는 말도 현 정부를 가리키는 용어로 썼다.
그러면서 그는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은 달라도 한 가지 생각(정권교체)을 같이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자신을 중심으로 한 반문 세력 결집을 촉구했다. 출마선언 전 “보수, 중도, 탈진보(진보 이탈층)를 아우르겠다”는 셈법을 반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는 보수진영의 핵심 담론인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 과거 보수정당 용어에 국한됐다. 연설문에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가 각각 여덟번씩 등장한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이 말하는 ‘자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기존 국내 보수진영의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수준의 기본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등 현 정권의 정책 기조를 혹평했는데, 대부분 보수언론의 표현을 답습한 것이다.
다만 윤 전 총장은 여기에 ‘공정’을 추가했다. 최근 청년층에서 특히 민감한 ‘공정’ 이슈를 내세워 지지층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여겨진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꺼내면서 “정부 부채 급증으로 변변한 일자리도 찾지 못한 청년 세대들이 엄청난 미래 부채를 떠안았다. 청년들이 겨우 일자리를 구해도 폭등하는 집값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요구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했다. 이 역시 보수층 정서를 의식한 답변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민심을 살펴 정치적으로 결단해야 할 문제”라며 “연세도 있고 또 여자분인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안타까워하는 국민들이 많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의 메시지는 보수진영 대선주자임을 강하게 자임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측면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과 함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한겨레>에 “시대를 선도한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왜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에 집중한 것으로 야권 지지층에 호응을 얻을 만한 이야기를 했다”고 짚었다.
김미나 손현수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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