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대변인 사퇴·X파일 논란…등판도 안했는데 윤석열 ‘흔들’

등록 2021-06-20 22:33수정 2021-06-21 02:42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링 위에 오르기도 전에 악재가 쏟아지며 흔들리고 있다. 메시지 혼선으로 ‘비대면 전언정치’의 한계를 노출하면서 대변인이 갑자기 사퇴한데다 보수진영 내부에서 ‘검증 논란’까지 불거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첫 영입인사인 이동훈 대변인은 20일 오전 기자들에게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인 그가 지난 10일 ‘윤석열 대변인’으로 내정된 지 열흘 만에 사퇴한 것이다. 윤 전 총장 쪽 이상록 대변인은 “이 대변인은 19일 건강 등의 사유로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 등을 둘러싼 두 사람의 인식 차에 따른 내분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윤 전 총장 쪽 관계자는 20일 <한겨레>에 “이 대변인의 발언들이 윤 전 총장의 평소 생각과 너무 달랐다. 이 대변인이 윤 전 총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동훈 대변인이 지난 18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당연한 사실로 규정한 데 불만을 느낀 윤 전 총장이 <중앙일보> 등과 인터뷰를 통해 “지금 국민의힘 입당을 거론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예의가 아니다”라며 선을 긋는 방식으로 직접 수습한 뒤 이 대변인을 경질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대중과 직접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 메시지만 전달해온 ‘윤석열식 비대면 전언정치’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자신의 발언을 손대지 말고 그대로 전달하라는 윤 전 총장의 요구와 정무참모로서의 역할도 함께 하겠다는 이동훈 대변인의 판단이 충돌하며 대선 캠프가 공식 출범도 하기 전에 대변인 사퇴로 이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영남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전언을 통하는 ‘간보기 정치’에서 탈피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최재형 감사원장 등 다른 대안까지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입’으로 존재를 증명해내지 못하면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진영 내부에선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검증 논란까지 불거졌다. 보수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얼마 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처, 장모의 의혹이 정리된 일부의 문서화된 파일을 입수했다. 윤 전 총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구나’라고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며 “윤 전 총장이 높은 지지율에 취해 있는 현재의 준비와 대응 수준을 보면, ‘방어는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장 소장이 입수했다는 윤석열 파일은 윤 전 총장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정리된 문건이라고 한다.

이른바 ‘윤석열 엑스파일’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처음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적은 없다. 그런 상황에서 보수 논객이 윤 전 총장이 검증의 벽을 넘을 수 없다고 밝힌 건 치명적이다. 김무성 의원실 보좌관 출신으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전전략실에서 일한 장 소장의 발언은 야권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당장 국민의힘에서는 “아군 진영에서 수류탄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엑스파일을) 단순히 ‘봤다’가 아니라 ‘방어하기 힘들겠다’, ‘윤석열은 끝났다’라는 의미로 ‘윤석열로는 어렵다’는 주장이 장 소장의 의도”라며 “엑스파일을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음습한 정치공작의 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야권의 일부 인사들이 민주당과 내통해 세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장 소장을 비난했다. 이날 서울 강남역에서 열린 청년들과의 자유토론 행사를 마친 이준석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가 윤 전 총장을 탄압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을 많이 했는데, 만약 엑스파일 문서가 돌아다닐 만한 잘못이 있었다면 작년에 (문재인 정부가) 윤 전 총장을 압박했을 것”이라며 “진실이 아닌 내용이나 큰 의미 없는 내용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장 소장은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글을 일단 삭제했다. 그러나 장 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권교체를 반드시 해야 되는데 지금 전력으로 윤 전 총장이 네거티브 방어가 되겠냐는 걱정에 올린 것”이라며 “내용은 윤 전 총장 본인 외에는 절대 밝히지 않을 계획이다. 연락이 오면 윤 전 총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쪽 이상록 대변인은 이날 밤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엑스파일의 실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 건에는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권 도전 선언 시기는 애초 계획했던 6월 말 7월 초로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야권 내부에선 ‘검증의 시간’이 본격화한 만큼 윤 전 총장이 ‘비대면 정치’의 실패를 인정하고 전면에 나서 직접 난관을 뚫고 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한 3선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선 출마를 위해 당연히 받아야 할 검증이 드디어 시작됐다”며 “측근의 입에만 의존하는 정치는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본인이 직접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도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는 방어가 어렵다는 점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것”이라며 “타격을 최소화하려면 하루빨리 당에 들어와 당 차원의 조직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나래 배지현 기자 w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