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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 도지사들이 온다

등록 2021-06-06 15:56수정 2021-06-06 16:33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81
이명박 서울시장 ‘강한 추진력’ 입증
현장경험 강점···“내가 해 봐서 아는데”
‘이재명 경기’-‘양승조 충남’-‘최문순 강원’
이낙연 김두관 이광재도 도지사 경험
야권은 ‘원희룡 제주’-‘홍준표 전 경남’
양승조 충남지사가 5월 12일 세종시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양승조 지사 제공
양승조 충남지사가 5월 12일 세종시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양승조 지사 제공

최문순 강원지사. 최문순 지사 제공
최문순 강원지사. 최문순 지사 제공

미국 대통령은 대부분 상원의원이나 주지사 출신입니다. 조 바이든은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출신입니다. 아들 부시는 텍사스주지사, 빌 클린턴은 아칸소주지사, 로널드 레이건은 캘리포니아주지사 출신입니다. 지미 카터는 조지아주 상원의원과 지사를 모두 지냈습니다. 기업인 출신 도널드 트럼프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국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입니다. 제헌국회 국회의장을 먼저 하고 대통령으로 선출됐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은 쿠데타로 집권한 군인들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을 한 일이 없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은 독재자들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전두환과 함께 쿠데타를 했지만 어쨌든 12대 민정당 전국구 의원을 했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여러 차례 지낸 정치인들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3·5·6·7·8·9·10·13·14대 9선 국회의원이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5·6·7·8·13·14대 6선 국회의원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13·15대 국회의원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4·15대 국회의원을 하고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이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5·16·17·18·19대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19대 국회의원을 했습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광역단체장 출신은 이명박 대통령 한 사람뿐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기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였습니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도전자는 많이 있었습니다. 조순 고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이인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김두관 홍준표 전 경남지사 등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말고는 지금까지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에 전·현직 광역단체장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세 사람이 현직 지사 신분으로 대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전직으로는 이낙연 전 전남지사, 김두관 전 경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있습니다. 6명이나 되네요.

야권에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원희룡 제주지사가 있고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있습니다. 설마 4·7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박형준 부산시장이 내년 대선에 나서지는 않겠지요?

어쨌든 전·현직 광역단체장들이 이번처럼 한꺼번에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인물입니다. 6월 말께 본격적인 출마 선언을 하면 자세히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양승조 충남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현직 도지사가 도대체 왜 대통령에 출마하려는 것인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가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5월 12일 세종시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선언문에 이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저는 지난 3년 동안 충남도정의 책임자로서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3대 위기 극복에 진력해 왔습니다.

사회 양극화 극복을 위해 전 도민 사회안전보험 가입, 농어민 수당, 전 장애인 시내버스·농어촌버스 무료화 사업을 시행했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극복을 위해 행복키움수당, 고등학교 무상교육, 무상급식, 8세 이하 아이를 둔 공공기관 임직원 2시간 단축 근무제,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 사업, 75세 이상 어르신의 시내버스와 농·어촌버스비 무료화를 시행하였고 ‘어르신 놀이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혁신 성공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입니다. 이제는 이러한 충남의 고민과 경험, 그리고 성과를 대한민국의 성공과 미래로 확장해 나갈 때입니다.”
양승조 지사는 1959년생으로 성균관대를 졸업한 변호사 출신 정치인입니다. 천안에서 4선 국회의원을 하고 2018년 충남지사에 당선됐습니다. 민주당 사무총장,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등을 지냈습니다.

평소 성품이 온화한 편이지만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해 22일간 단식투쟁을 한 일이 있습니다. 이번 대선 출마 구호로는 ‘내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내걸었습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6월 3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빈부 격차를 해소해야 합니다.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제 대표 공약이 고용국가입니다.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빈부 격차를 줄이는 제일 빠른 길입니다. 대한민국이 고용 중심 국가가 돼야 합니다. 청년들 취직을 정부-기업이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저는 이 정책을 취직 사회책임제라고 명명했습니다. 강원도에서 이미 시행해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복지나 수당, 지원금으로 빈부 격차를 해소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공약은 청년 국가입니다. 청년들이 돈 때문에 삶의 희망을 포기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대학 등록금 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기들은 나라가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젊은 국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분권 국가입니다. 지방은 불공정-불평등-빈부 격차의 최대 피해자입니다. 소멸의 위기에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 본사를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들 법인세 깎아줘야 합니다.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은 상속세도 면제해 줄 정도로 파격적이어야 합니다. 지역 대학들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지역 대학들부터 등록금을 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최문순 지사는 1956년생으로 강원대 영어교육과를 나왔습니다. <엠비시> 기자, 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엠비시> 사장을 지냈습니다. 2008년 통합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했고, 2011년 강원지사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돼 3선을 했습니다.

최문순 지사의 최근 별명은 ‘완판남’입니다.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저장감자 농가와 아스파라거스 농가를 돕기 위해 온라인 특판 행사를 진행해 농산물을 ‘완판’했기 때문입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는 ‘완판’을 “대한민국, 완전히 판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광역단체장 출신 대선주자들은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 중앙 무대 출신들과 뭔가 좀 다른 것 같지 않습니까?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현장에서 정책을 직접 집행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양승조 지사나 최문순 지사나 자신의 지역에서 추진해서 성공을 거둔 정책들을 중앙 정부 차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나 장관만 해 본 정치인들이 따라갈 수 없는 강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선출직 공직자들이 부닥치는 가장 큰 장애물은 공무원들의 관료주의입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관료는 체질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출직 공직자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관료들과 잘 지내려고만 하면 절대로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공무원들의 관료주의를 완전히 깨뜨린 단체장이 있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존 정치인들이 갖지 못한 독특한 리더십을 갖고 있었습니다. 강한 추진력입니다. 현대건설이라는 민간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일 것입니다.

그는 서울시장이 돼서 청계천을 복원했습니다. 서울광장을 개장했습니다. 대중교통 체계를 확 뜯어고쳤습니다. 그런 성과를 바탕으로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4대강 개발은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켰지만, 하여간 그의 추진력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lt;한겨레&gt; 자료
이명박 전 대통령. <한겨레> 자료

사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강한 추진력은 그 이후 우리나라 선출직 공직자와 관료들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의외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호남뿐만 아니라 송영길 인천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가 당선됐습니다. 무소속이지만 김두관 경남지사도 당선됐습니다.

수도권에서는 기초단체장도 민주당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당선됐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된 것도 바로 이때였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 뒤 서울의 한 구청장에게 매우 흥미로운 말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사람이었습니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우리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늘공’(늘 공무원)들이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줄 알고 물러섰다. 5년 내내 그랬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 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깨닫게 됐다. 늘공들은 위협을 가해서 몰아붙이면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들어 오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
2010년 이후 민주당 출신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들은 환경, 생태, 고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관료들을 어떻게 부려야 하는지 노하우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양승조 충남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가 꽤 많은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그런 흐름의 연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양승조 충남지사나 최문순 강원지사는 결정적인 약점을 하나 갖고 있습니다. 낮은 인지도입니다. 대통령 선거 유권자는 18살 이상 전 국민입니다. 수도권 인구가 과반입니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서울·경기 정도를 제외하고 다른 지역은 ‘시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 정도는 알아도 다른 지역 단체장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승조 충남지사나 최문순 강원지사로서는 무척 억울하겠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어쨌든 전·현직 지사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흥미로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행정부와 국회에서 만든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아는 사람들이 참여함으로써 경선 토론회가 뜨거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기수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도백 잠룡’이라는 재미있는 칼럼을 썼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더불어민주당 경선 일정은 대략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6월 하순부터 7월 초 사이에 후보들을 6명으로 압축하는 예비경선을 합니다. 예비경선은 국민여론조사와 당원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합니다.

그 이후 본경선은 선거인단 투표로 합니다. 선거인단은 전국대의원, 권리당원,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으로 구성됩니다. 1인 1표씩입니다.

전국대의원과 권리당원은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선거인단에 포함됩니다. 국민과 일반당원은 선거인단 참여를 신청해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합니다.

7월 초부터 8월 초까지 선거인단을 모집하고, 8월 중순부터 순회 경선에 들어가서, 9월 초에 후보를 선출할 것 같습니다.

당장의 관심은 예비 경선을 통과하는 6명이 누가 될 것인가에 모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는 통과할 가능성이 큽니다. 나머지 세 자리를 놓고 김두관 박용진 이광재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겨룰 것 같습니다. 본경선에 누가 올라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누가 올라가면 좋을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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