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71
1940년생 김종인 위원장의 위험한 질주
‘할배이즘’ ‘정당 소생술사’ 화려한 별명
“대통령제 망가졌다”면서 윤석열 ‘힐끔’
1940년생 김종인 위원장의 위험한 질주
‘할배이즘’ ‘정당 소생술사’ 화려한 별명
“대통령제 망가졌다”면서 윤석열 ‘힐끔’
4·7 재보궐선거 선거 운동 첫날인 지난 3월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할배이즘 : 고령의 김종인 위원장이 가진 독특한 이념 체계와 정치적 리더십을 뜻하는 말. 1940년생으로 80살이 넘은 김종인 위원장이 젊은 정치인들에 비해 훨씬 진취적인 정책 노선과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면서 형성된 개념. 1942년생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진보적인 한반도 평화 노선과 끊임없는 정치적 에너지를 지칭하기도 함.
• 정당 소생술사 : 김종인 위원장의 새로운 별명.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 2016년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2020년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을 소생시킨 이력으로 얻은 별명임. 특히 2020년 미래통합당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야권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됨.
• 김현정 : 대선 얘기 나오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아직 정치한다고 선언도 안 하긴 했습니다만 하기는 할 거라고 보십니까?
• 김종인 : 내가 보기에는 별다른 다른 초이스(선택)가 없을 거라고 봐요.
• 김현정 : 언제쯤 뛰어들까요?
• 김종인 : 이번 보궐선거가 끝나고 한 4월 지나고 5월 한 중순쯤 가면 아마 어떤 형태로든지 본인의 의사 표시가 있지 않을까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 김현정 : 5월쯤 되면. 저랑 1월에 이 자리에서 인터뷰하실 때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인간에게는 누구나 별의 순간이 한 번 온다. 그걸 잘 포착해서 잡느냐 못 잡느냐는 본인한테 달려 있다. 윤석열 총장에게도 별의 순간이 온 것 같다, 그러셨는데 결국 윤 총장이 별의 순간을 포착을 했네요?
• 김종인 : 그래서 지난번에 그만두고 나서 내가 별의 순간을 포착한 것 같다고 얘기를 했어요.
• 김현정 : 그렇죠. 그런데 순간을 포착한 것과 진짜 도전해서 그 별을 따내는 것, 잡아내는 건 또 다른 문제인데.
• 김종인 : 아니, 그러니까 포착을 했으니까 이제 준비를 하면 진짜 별을 따는 거지.
• 김현정 : 성공할 것 같습니까?
• 김종인 : 지금서부터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달려 있겠지. 저런 사람이 하나 나타나면 내가 아주 속된 말로 파리가 많이 모이게 돼 있어요.
• 김현정 : 파리가 꼬입니까?
• 김종인 : 그 파리를 어떻게 잘 자기가 골라서 치울 건 치우고 받을 건 받고 그거를 어떻게 앞으로 능숙하게 잘하느냐에 따라서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봐요.
• 김현정 : 아니, 그런데 사실은 지금 윤 총장이 정치 경험도 전무하고 게다가 검찰에 있다가 바로 정치로 직행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도 가진 분들도 계시고 그래서 막상 대선 나간다고 선언하면 거품 빠질 거다, 이런 얘기도 나오던데 그렇게는 안 보세요?
• 김종인 : 내가 보기에는 그러니까 앞으로의 처신에 달려 있다고 봐요. 사실 흔히들 얘기해서 검찰총장이 검사의 경력밖에 없는데 외교를 아느냐, 경제를 아느냐 자꾸 이런 얘기를 하잖아요. 그러나 우리나라 과거 대통령들도 봐도 무슨 이것저것 다 알아서 대통령 한 사람 별로 없어요.
• 김현정 : 그런 면에서 본다면 지금 정치 경험 부족하다는 부분은 공부하면 됩니까, 남은 기간 동안.
• 김종인 : 내가 보기에는 윤석열 총장이 일반적으로 사법시험을 한 번에 딱 돼서 사법연수원 갔다가 판사 되고 검사 되고 한 사람은 머리가 굉장히 단조로워요.
• 김현정 : 그렇습니까? (웃음) 오히려 한 번에 되면 단조롭습니까?
• 김종인 : 그렇지. 공부만 하니까. 그런데 이 사람은 9번이나 시험을 보는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자기 스스로 우여곡절을 많이 겪고 그동안에 이것저것 책도 많이 읽은 것 같아. 그래서 저 사람의 얘기를 하는 걸 보면 단순한 검사만 한 검사가 아니에요.
• 김현정 : 어떤 정치 감각이 좀 느껴지세요?
• 김종인 : 나는 처음서부터 그랬어요. 저 사람이 대단히 정무 감각이 많은 사람이라고.
• 김현정 : 윤석열 총장은 결국 국민의힘 쪽으로 합류할 거라고 보세요?
• 김종인 : 국민의힘이 그런 모습을 보이면 그 사람도 마다하지 않겠지.
• 김현정 : 그렇게 보시는군요. 그 과정을 혹시 옆에서 도와주실 생각도 있습니까?
• 김종인 : 내가 지금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도와주고 안 도와주고 그런 얘기 할 수도 없는 거지.
• 김현정 : 찾아와서 만나주십시오 하면 만나주시기는 할 겁니까?
• 김종인 : 한번 보자고 그러면 만나기는 만날 수 있을 거예요.
• 김현정 :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 김종인 : 나라를 위해서 자기를 참 희생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감이 하나 필요해요. 그러니까 나는 늘 대통령 될 사람한테 부탁하고 싶은 건 뭐냐 하면 대통령 되는 순간에 측근이고 무슨 가족이고 친구고 이런 것에 대한 집착을 하면 당신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고 내가 얘기를 합니다.
• 김현정 : 측근, 가족, 주변인들, 지인 이런 것부터 멀리해야 한다.
• 김종인 : 그래야지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가 있어요.
• 김현정 : 그걸 조언해 주고 싶다는 말씀. 이제 정계 개편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안철수 대표도 합당 이야기도 했었고요. 정계 개편의 그림은 어떻게 전망하세요?
• 김종인 : 그러니까 이번에 우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승리를 하고 부산시장 승리를 하고 나면 국민의힘이 중심이 되는 정계 개편을 할 수 있어야 되는데. 단 여기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뭐냐 하면 정계 개편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인간들, 이런 사람들이 또 들어와서 혼란을 겪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정계 개편에 방해가 되는 인물들은 어떤 인물들일까요?
• 김종인 : 아니, 욕심들이 있어서 무슨 내가 들어와서 대권을 잡아야 되겠다는 이런 사람들이 와서 또 패거리 싸움을 하게 되면 참 모든 게 될 수가 없는 거죠.
• 김현정 : 홍준표 의원이 계속 들어오고 싶어 하시는데.
• 김종인 : 나는 그래서 내가 그래요. 내가 지금 4월8일이 되면 여기서 사라질 거니까 그다음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내가 이러고저러고 얘기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 김현정 : 진짜로 4월8일 되면 짐 싸서 집으로 가실 건가요?
• 김종인 : 진짜로요. 나는 헛소리하는 사람 아니에요.
• 김현정 : 그런데 당에서 이미 대선까지 도와주십시오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제가 알고 있어요.
• 김종인 : 나는 그런 소리 아직 들어본 적도 없고.
• 김현정 : 그러면 꼭 국민의힘이 아니어도 정계 개편 과정에서 뭔가...
• 김종인 : 정계 개편하는 걸 밖에서 구경하는 게 재밌을 거예요.
• 김현정 : 일단은 구경하실 생각이십니까?
• 김종인 : 그렇지. 구경하는 건 재밌는 거지.
• 김현정 : 아니, 김종인 위원장의 별의 순간은 왔습니까? 왔다 갔습니까?
• 김종인 : 내 별의 순간이요? 내 별의 순간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어요.
• 김현정 : 지나갔습니까? 제가 좀 단도직입적으로 질문드리면 우리 김종인 위원장께서는 직접 대선에 뛰실 생각은 없단 말씀이신...
• 김종인 : 그거는 이미 다 지나간 얘기고.
• 김현정 : 지나간 얘기입니까. 돕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은 생각이 없으시지만 상황을 봐서는.
• 김종인 : 아니, 도와주는 것도 저 사람이 무슨 정말 나라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겠다고 하는 확신이 섰을 때는 내가 도울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런 확신이 서지 않는 이상은 더 이상은 내가 그런 짓도 안 하려고.
• 김현정 : 지금 그런 사람 보입니까?
• 김종인 : 아직은 내가 하나도 안 보여요.
• 김현정 : 아직은 안 보이십니까? 아직은 만나보지도 않으셨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당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취임 300일이자 이제 보선을 12일 앞둔 상황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보는 이 정치판, 보선의 흐름들 오늘 같이 점검해 봤습니다. 김종인 위원장님 대단히 고맙습니다.
• 김종인 :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김현정 피디와 인터뷰하고 있다. 노컷뉴스
2016년 12월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현장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촛불시위를 계속한 국민의 분노가 동력이었지만, 민주당이 제1당이 되어 국회의장까지 맡은 정치 역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박근혜가 탄핵받아 마땅한 행위를 하긴 했으나, 언제까지 우리나라 정치는 이런 참담하고 부끄러운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걸까, 착잡한 회의감마저 느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이른바 ‘장미 대선’에 나는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때 내 나이가 이미 팔십 가까이 되었다. 권력에 대한 욕심 같은 것을 부릴 만한 나이가 아니다. 임기가 보장된 국회의원 자리마저 내려놓고 그렇게 나선 것은 더 이상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마지막 사명과 책임감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사람’의 문제로 삼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많은 일을 ‘사람의 책임’으로 되돌리는데 굉장히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급발진하고, 미끄러지고, 전복되고, 화재가 발생하는 차량을 두고 언제까지 그것을 운전자의 잘못이라고만 말할 건가. 그것은 분명 차량의 결함이다. 결함도 보통 결함이 아니라 심각한 결함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리숙한 정치인들은 “내가 하면 잘할 수 있다”는 고집만 부리고 있다. 특히 ‘이번에 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는 정치인은 절대로 시스템을 고치려 들지 않는다. 속된 말로 ‘나까지는 해먹겠다’는 식으로 버틴다. 그러한 고집과 욕심 앞에 나의 노력은 허망하게 실패했다.
누군가 대통령이 되면 그 세력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박근혜의 비극은 되풀이되고 또 되풀이될 것이다. 지금껏 우리나라 대통령 가운데 멀쩡하게 임기를 마치거나 퇴임 후가 편안했던 대통령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 모두가 쫓겨나거나, 총에 맞아 죽거나, 가족과 측근의 비리 때문에 망신을 당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수사기관과 법정에 불려가거나, 감옥에 가거나···. 영원한 권력이란 없는 법이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재임하고 있는 대통령도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편안하게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그런 대통령 자리가 뭐가 그리 좋다고 오늘도 너도나도 대통령을 해보겠다고 손을 번쩍 치켜든다. 몇 년의 임기 동안 집중되는 권력의 달콤함이 너무도 좋은 탓이다. 타서 죽을지도 모르는 불빛이 좋다고 달려드는 불나비 같은 정치다. 그러한 순간적인 달콤함과 화려함을 쟁취하기 위해 한국의 정치인들은 ‘대통령 중심제’라는 낡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결코 하지 않는다. 물러나면 끝장이라는 태도로 언제나 극렬한 대치를 계속하는 중이다. 오직 그런 점에 있어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여야를 뛰어넘어 하나가 되어있다.
노태우 정부가 임기를 마치고 이른바 문민정부가 들어선 지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대통령이 6번 바뀌었다. 보수 정권 15년, 진보 정권 15년. 그 30년 동안 우리나라에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 무엇이 있는가. 그저 과거에 만들어놓은 기반을 밑천 삼아 보완하고 관리하며 소비하는 수준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제반 불합리와 부조리는 많은 부분 정치에서 비롯됐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겉으로는 혁신을 말하면서도, 현 상태를 유지 관리하는 ‘지속적 혁신(Continuous innovation)' 수준에만 머물지 시스템의 근본을 바꾸는 ’파괴적 혁신(Destructive innovation)'은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다. 아니 꿈도 꾸지 않는다. 30년간 계속된 정치적 요지부동이다. 이렇듯 불안정한 지속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이라 믿는가.
나는 현직에 있을 때 “지금 일하면 성과는 몇 년 후에 나온다”고 항상 강조했다. 하지만 오늘까지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당장 성과가 보이는 일에 집착하고 인기 위주의 정책에만 편승한다. 그것은 비단 정치인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정치 시스템의 성격 자체가 ‘몇 년 후에 성과가 나오는’ 기다림을 참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 모든 정책이 뒤집어지고 무(無)에서 다시 시작하다시피 하는 나라에서 무슨 정책의 연속성이 있겠으며, 늘 여야가 치열한 대치를 계속하면서 한 번의 성과와 실수로 모든 것을 얻거나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소신 있는 정책이 가능하겠는가.
지속을 위한 파괴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에도 창조적 파괴,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산다. 50년 정치인생을 통틀어 말하는 대답이다.
막스 베버는 정치인의 자질로 세 가지를 꼽았다. 열정, 책임, 안목(균형 감각). 내가 보건대 우리나라 정치인 가운데 열정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안목이 있는 사람은 정말 찾기 어렵다. 안목이 없으니 측근에게만 기대어 정치를 하려 드는데, 권력의 측근이란 가장 빨리 부패하기 마련이다.
정치인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그러한 자질이 필요하지 않을까. 열정과 책임, 그리고 안목. 생업을 접어두고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고 거리에 뛰어나가는 우리 국민의 열정은 세계 제일에 가깝다. 그렇다면 자꾸 되풀이되는 정치의 비극에 국민의 책임은 과연 없는 것일까? ‘대통령을 잘 뽑으면 된다’는 책임과 안목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국민의 의식과 판단에도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고 ‘각성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 정치,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
현실에서 나의 노력은 실패했고 중단되었지만 현명한 국민의 힘으로 언젠가 ‘근본’이 바뀌는 날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뼈아픈 역사의 기회비용은 어제 그만 치르고 변혁의 그 날이 빨리 오게 되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4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과 퇴임 인사를 나눈 뒤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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