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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에게 필요한 ‘마지막 비서실장’은 누구일까

등록 2021-02-28 10:39수정 2021-02-28 10:46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65
남은 임기 1년…최후 임무는 코로나 전쟁 승리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부패척결·일자리 주력
마지막 비서실장, 정무형 참모나 측근이 적합
2007년 3월12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신임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접견실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7년 3월12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신임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접견실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내일부터 3월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2021년 3월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 대통령 선거가 2022년 3월9일에 치러지기 때문입니다. 대선 이후는 ‘당선자의 시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사실상 1년 남았다는 의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민주당의 세 번째 대통령입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면교사’도 되고 ‘반면교사’도 됩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1년을 남긴 이맘때 무슨 일을 했을까요?

청와대 누리집 ‘청와대 알림판’에 가면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대통령 기록관’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전직 대통령들의 주요 일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남은 임기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 3월에 해당하는 시기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입니다.

2001년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정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12월2일 영국, 노르웨이, 헝가리 및 유럽의회 방문

4일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

6일 노벨평화상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7일 노르웨이 총리, 헝가리 대통령 정상회담

11일 유럽의회 연설

17일 청년실업 대책회의 주재

21일서해안고속도로 개통식

22일 월드컵 및 부산아시아대회 준비상황 합동보고회

24일 주OECD 대사 임명장 수여식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유럽을 방문해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유럽의회에서 연설했습니다. 유럽의회 연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로 잇는 초고속통신망으로 ‘정보화 실크로드’를 구축, e-유라시아를 실현하고 한국과 유럽을 육로로 직접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를 완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귀국해서는 곧바로 청년실업 대책회의를 주재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중소기업에 대한 인턴제 실시, 공공근로 등을 통해 청년실업자 15만 명을 취업시키고 15만 명에게 정보기술(IT) 등에 대한 직업훈련, 창업훈련 등을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청년 실업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2년 초반부터 주로 무슨 일을 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중요한 내용 몇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 1월1일 신년사 :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관련, 정부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공명선거 분위기를 확고히 지켜나갈 것이며 국민과 정부가 하나 돼 공명하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자고 강조

• 1월14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부정부패 척결 : 3대 국정 과제와 4대 행사 등 2002년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고 각 분야의 부패척결과 주요비리 척결 전담 독립기구로 특별수사청 설치를 조속히 추진 강조

• 2월3일 청와대 비서실의 검사 파견제도 폐지 : 검찰의 신뢰회복과 중립성 강화를 위해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제도의 폐지를 지시

• 2월14일 제1차 국민경제 자문회의 :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비전 2011’ 최종보고서를 발표. 외국기업의 자유로운 기업활동 보장, 고교평준화 개혁, 대학 기부입학제 도입, 고급공무원 개방형 임용제 등 신자유주의적 방안들 제시

• 2월20일 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 부시 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개최 및 도라산역 방문.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공격 의사 없다고 강조(1월29일 부시 미 대통령,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칭)

• 3월1일 3.1절 기념식 : 햇볕정책은 굳건한 안보 위에서 북한과 평화공존하고 교류하자는 것으로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

• 3월22일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방문객에 대한 비자 면제 등 모든 분야에 협력하고 월드컵 개·폐회식 때 교환 방문하기로 합의, 일본문화개방에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

• 4월9일 국군병원에 입원 : 과로와 위장 장애로 국군병원에 입원(4월14일 입원 6일 만에 퇴원)

• 4월15일 경제부총리 임명 :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한 진념 경제부총리 후임에 전윤철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서실장에는 박지원 대통령 정책특보를 임명

2001년 12월23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뒤쪽에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인 박지원 현 국가정보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2001년 12월23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뒤쪽에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인 박지원 현 국가정보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후반 각종 게이트로 시달렸습니다.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윤태식 게이트, 최규선 게이트가 터졌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신광옥 전 법무부 차관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아들이 비리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2002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전·현직 청와대 직원들이 벤처 비리에 연루된 것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기존 검찰과 완전히 분리되어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비리, 대형 경제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수사검찰청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에도 한-미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햇볕정책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가 과로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12월에 무슨 일을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2월6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총리와 정상회담

8일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

15일 방과 후 학교 성과 보고회

18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

26일 반기문 UN사무총장 접견

용산공원 조성 관련 특별법 제정안 의결

27일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성과 보고대회

28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 보고회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성과 보고대회가 뭘까요?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참여정부 핵심과제인 ‘균형 발전정책’ 현장 점검의 일환으로 2005년 4월부터 추진 중인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성과 보고회 주재. 산업자원부로부터 R&D를 중심으로 한 2300억 원 투자 및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주거·근무환경 개선사업 등 사업계획을 보고받음”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 보고회는 또 뭘까요?

“30대 그룹 회장과 중소기업인, 경제단체장, 학계 인사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보고를 주재. 재계의 애로점과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업들이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하며 상생협력 우수기업에 대통령 표창 수여”라고 설명이 돼 있습니다.

이번에는 2007년 초기 주요 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월11일 개헌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월11일 개헌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1월1일 신년사 : 신년사에서 부동산 가격상승 억제, 금융위기 철저 관리 등 언급

• 1월9일 4년 연임제 헌법개정 제안 :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헌법개정을 제안

• 1월11일 개헌안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 : 4년 연임제 개헌안과 관련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헌을 전제조건으로 탈당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의견

• 1월14일 제7차 한·중·일 정상회담 : 제10차 ASEAN+3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 세부를 방문 중 원자바오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제7차 한·중·일 정상회담을 갖고 상호 실질협력 증진과 지속적인 대화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외교부 간 고위급 협의를 정례화하기로 합의

• 1월19일 6월항쟁 20주년 관계자 오찬 :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 6월 민주항쟁 기념사업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갖고 6월 항쟁의 의의를 강조

• 1월23일 신년연설 : 신년연설에서 악화되는 민생고에 대한 정권 차원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숙제 남기지 않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강조

• 1월31일 국정과제위원회 합동심포지엄 :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참여정부 4주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합동심포지엄

• 2월7일 2단계 균형정책발전구상 발표 : 경북 안동에서 균형발전정책 대국민 보고회를 개최하고,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지방의 창업 기업의 법인세 부담 50% 감면 방안 등을 담은 ‘2단계 균형정책발전구상’ 발표

• 2월9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회담 :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민생 관련 회담을 갖고 분양원가 공개 확대,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등 부동산대책과 대학 등록금 부담 경감 방안 등 추진 협력

• 2월11일 스페인 이탈리아 교황청 순방 : 교류 확대와 실질협력 증진,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국제정세를 논의하기 위하여 2월11일부터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유럽 순방(스페인, 바티칸 교황청, 이탈리아)을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발.

• 2월22일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보고회 :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사회서비스 일자리 보고회에 참석해 재정투입을 통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9만 개 창출, 사회적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계획 논의

• 2월28일 열린우리당 탈당 : 대선 준비를 위한 야당인 한나라당의 집중공격과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당내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탈당을 결심하고 정태호 청와대 정무팀장을 열린우리당에 보내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과 함께 ‘탈당 신고서’를 제출.

• 3월6일 국민과 함께 하는 업무보고-노인정책 : 경기도 일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2007년 국민과 함께 하는 업무보고회’에 참석해 참여정부 4년간의 노인정책 성과를 설명하고 66살 이상의 모든 노인의 건강검진 실시 등 계획 협의

• 3월8일 대통령 4년 연임 개헌안 발의 유보 회견 : 대국민담화 발표 및 기자회견을 통해 제 정당과 대선후보들이 대안을 제시하면 개헌 내용과 추진 일정에 대해 협상할 수 있다고 회견

• 3월8일 국민과 함께 하는 업무보고-구직자 비정규직 정책 :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에서 열린 ‘2007년 국민과 함께 하는 업무보고회 구직자 비정규직 정책’에 참석해 1년 이상 장기 실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방안,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등 구직자와 비정규직에 대한 정책 논의

• 3월9일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 : 국무총리에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를, 대통령 비서실장에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내정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연초부터 ‘사고’를 쳤습니다.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으로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을 제의한 것입니다. 개헌 제의는 여야에 의해 거부당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두 달 뒤 개헌 제의를 거둬들였습니다.

2006년 12월과 2007년 초기 일정을 살펴보면 정책과 관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관심사는 주로 일자리와 지역균형 발전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년연설에서 “악화되는 민생고에 정권 차원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숙제 남기지 않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는 기록이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에서 2002년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에서 2007년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자신의 임기 마지막 해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공명선거”를 언급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숙제를 남기지 않는 대통령”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자신의 임기 말에 대한 언급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2021년 1월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1월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임기 말’이나 ‘임기 마지막 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2월26일 서울 마포구보건소를 방문해 재활시설 종사자인 김윤태 의사(푸르메 넥슨 어린이 재활병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월26일 서울 마포구보건소를 방문해 재활시설 종사자인 김윤태 의사(푸르메 넥슨 어린이 재활병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 실제로 임기 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까지입니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2022년 3월 9일입니다. 차기 대선일을 기준으로 잡아도 2021년에서 2022년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1년2개월이 남아 있었습니다. 따라서 임기 말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둘째, 임기 말에 대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과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2020년 12월31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기자실에서 자신의 후임자인 유영민 비서실장과 신임 신현수 민정수석을 발표하면서 이런 말을 한 일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07년 3월12일 참여정부의 비서실장으로 취임하시면서 ‘흔히 임기 후반부를 하산에 비유합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마침내 멈춰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입니다. 임기 1년의 대통령에 새로 취임한 분을 모신다는 자세로 각자 마음을 다잡읍시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 또한 이와 같은 마음으로 임기 마지막 날까지 국민 삶의 회복, 대한민국의 도약이라는 국정 목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무한 책임의 각오로 헌신하실 것입니다.”

임기 5년의 대통령은 임기 초에 국정 목표를 세우고, 임기 중반에 그 목표를 강하게 추진하고, 임기 말에 정리합니다. 행정부 장관이나 청와대 인사도 임기 초에는 전문가를 발탁하고, 임기 중반에는 전문가와 ‘가신들’을 섞어서 쓰고, 힘이 빠지는 임기 말에는 충성심이 뛰어난 ‘가신들’을 주로 기용합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체로 그랬습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임기가 있는 공직자나 회사 간부들은 누구나 자신의 ‘임기’를 의식합니다. 임기 초에 할 일과 임기 중반에 할 일과 임기 말에 할 일을 구분합니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은 ‘말년 병장은 떨어지는 가랑잎도 피해 다닌다’는 말을 알 것입니다. 제대를 앞두고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에 대한 생각이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마침내 멈춰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라는 생각은 매우 독특합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비서실장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생각이 현실과 잘 부합하면 별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부합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유영민 비서실장을 “경제, 행정, 정무 등 여러 분야에서 소통의 리더십을 갖춘 덕장으로 코로나 극복과 민생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다양한 국정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비서실을 지휘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정책 전문가입니다. 정무형 참모가 아닙니다. ‘문재인의 사람’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따라서 임기 말이 아니라 임기 초에 더 적합한 인재입니다.

최근 발생한 신현수 민정수석 파동의 원인을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충돌로 보십니까? 아니면 대통령과 민정수석의 갈등으로 보십니까?

저는 이런 요소에 더해서 비서실장의 역할 부재도 단단히 한몫했다고 봅니다. 쉽게 말해서 유영민 비서실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해서 이번 사건이 터졌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12월31일, 청와대에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이 신임 유영민 비서실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0년 12월31일, 청와대에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이 신임 유영민 비서실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정무 감각이 뛰어난 정무형 참모나 대통령의 분신과 같은 비서실장이 있었다면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충돌을 사전에 소리 나지 않게 조정해 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은 박지원 현 국가정보원장이었습니다. 그는 동교동 가신 출신 정치인이었습니다. 국회의원, 공보수석, 문화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철저한 정무형 참모였습니다. 동시에 ‘김대중 사람’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문재인 비서실장은 정무형 참모는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확실한 ‘노무현 사람’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문재인 변호사’, ‘문재인 수석’, ‘문재인 비서실장’을 신임했습니다.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나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정무형 참모이거나 대통령의 분신이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유영민 비서실장을 정무형 참모나 자신의 분신 같은 사람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2021년 3월은 사실상 임기가 1년 남은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임기 마지막 1년’의 정치와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세밀하게 계획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0%대 후반과 40% 사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쉽게 무너지지 않겠지만 오르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 직무 긍정·부정평가. 한국갤럽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에는 이재명·이낙연·정세균 등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들과 야당 대선주자들이 정치를 주도할 것입니다. 여권 대선주자들과의 적절한 거리 두기, 야당과의 원만한 관계 설정이 중요합니다.

국정 과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임기 내에 마무리할 수 있는 과제와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하는 과제를 분리해야 합니다.

코로나19는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입니다. 임기 안에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침체한 경제도 살려놓고 나가야 합니다. 부동산도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지고 안정시켜야 합니다.

북-미 협상은 현실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재개되기 어렵습니다. 상황 관리에 주력해야 합니다. 모든 국정 과제를 임기 마지막 날까지 다 끌어안고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 1년 동안 대통령으로서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대한민국과 국민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적인 업무 수행을 기원합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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