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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은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예방할 수 있을까?

등록 2021-02-26 21:03수정 2021-02-26 21:41

정치BAR_이완의 정치반숙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마포구보건소를 방문, 재활시설 종사자인 김윤태 의사(푸르메 넥슨어린이 재활병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마포구보건소를 방문, 재활시설 종사자인 김윤태 의사(푸르메 넥슨어린이 재활병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참관했습니다. 지난해 1월 국내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1년1개월만에 백신 접종이 시작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을 지켜본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들께 일상 회복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전해드립니다. 접종 대상자들의 접종 희망률이 매우 높고 접종 계획이 잘 준비되어 있어서 차질없이 빠른 접종이 이루어질 것입니다”라고 글을 남기도 했습니다.

■ 왜 중요한가? 

이날 문 대통령이 백신 첫 접종을 직접 참관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는 세계 모든 정상들에게 도전적인 과제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를 내는 등 방역에 실패하면서 재선에 실패했습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행정부의 총역량이 동원하면서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를 잡았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일자리 악화·부동산 폭등에 이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까지 멈추면서 ‘정치적인 호재’가 사라진 상황이었습니다. 지난해 총선은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국내 확산을 상당히 저지하면서 여당이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는 데는 한발 늦었습니다. 겨울철 대유행이 걱정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정부는 급하지 않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다급한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백신을 쓸어담을때도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일방적으로 쏠리는 협상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연말 민심은 악화되었습니다. 미국·영국·이스라엘·싱가포르 등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자, 백신 확보가 늦은 정부에 대한 질타가 터져나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에 자영업자들의 불만도 커졌습니다. ‘백신 늑장 도입’이라는 야당의 공세에 청와대는 휘청였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도 40% 아래로(한국갤럽 조사 기준) 떨어졌습니다. 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은 “코로나가 사람들의 관심사 중에 가장 큰 주제여서 모든 영역의 평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게 코로나19 상황이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는 부랴부랴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차례 백신 관련 지시를 했다는 비공개 회의 발언까지 모아 자료를 냈습니다. 문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모더나 등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다국적 제약사 대표들을 화상으로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연말 대통령 지지도를 낮췄던 것은 코로나19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기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 앞으로 전망은? 

백신이 코로나19 상황의 ‘게임 체인저’이듯, 백신 접종은 문 대통령의 향후 1년여를 가름할 ‘게임 체인저’입니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서울 시장을 야당에게 내주면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예측이 정치권에는 많습니다. 반면 지난해말 떨어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확진자 수가 1000명 이상에서 400명 안팎으로 내려왔지만 40% 위로 다시 올라가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탓에 정치권에서는 레임덕이 왔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으니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을까요? 장덕현 위원은 “그것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백신이 우리 일상을 얼마나 되돌려줄지, 이번주 조사에서 연말까지 정상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26%였다. 백신에 대한 기대를 하기에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백신 접종 상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때 아직 많이 뒤쳐진 상태입니다. <뉴욕타임스> 코로나19 백신 추적 누리집을 보면 세계 69개국이 백신 접종에 들어갔지만, 한국은 여기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백신접종 현황. 색깔이 짙을수록 100명당 접종자가 많은 나라다. 한국은 26일 현재 아직 백신접종 기록이 올라오지 않았다. &lt;뉴욕타임스&gt; 누리집 캡처
코로나19 백신접종 현황. 색깔이 짙을수록 100명당 접종자가 많은 나라다. 한국은 26일 현재 아직 백신접종 기록이 올라오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누리집 캡처

한국갤럽이 이날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연말 즈음에는 우리나라에서의 전반적인 삶과 생활이 거의 정상화될 것이라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26%가 ‘거의 정상화 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69%에 이르렀습니다. 모름·응답거절은 5%였습니다. 올 연말 가족들과 마스크를 벗고 흥겨운 시간을 보내기 힘들겠다는 우울한 답변이 많았습니다. 문 대통령도 자신에 대한 평가가 여기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이번 조사는 23일부터 25일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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