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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세력’이 이재명을 1위로 밀어 올렸다”

등록 2021-01-31 09:46수정 2021-02-26 14:59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62
3%에서 23%까지 올라선 이재명의 저력
코로나 정국과 맞아 떨어진 속도와 철학
수도권-영남 지역 기반도 유리하게 작용
이낙연, ‘2월 국회’-‘서울시장 선거’ 기회
정세균, 4·7 재보선 이후 경선 뛰어들 것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월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제2차 경기도 재난 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월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제2차 경기도 재난 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대통령 선거일은 2022년 3월 9일입니다. 겨우 1년 1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언제 이렇게 됐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코로나 때문입니다. 2020년 1월부터 지금까지 1년 동안 우리의 관심사는 온통 코로나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였습니다. 정치에 눈을 돌릴 틈이 별로 없었습니다. 4월 총선도 ‘코로나 총선’이었습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준 것입니다.

둘째, 대통령 선거 일정이 달라졌습니다. 1987년 개헌 이후 2012년까지 모두 여섯 차례 대통령 선거가 연말인 12월에 치러졌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5월 9일에 치러진 2017년 대선만 예외였습니다. ‘2022년 대선’을 우리의 무의식은 ‘2022년 12월 대선’으로 잘못 입력해 놓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올해는 정치 시계가 지난해보다 훨씬 빨리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당장 3월 9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퇴합니다. 대통령 선거 1년 전에 물러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4월 7일 재보선 뒤에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물러날 것입니다.

두 정당은 5~6월에 각각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의원(가나다순)이 나설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은 윤영석 정진석 주호영 홍문표 의원 등의 도전이 예상됩니다.

5월에는 각 정당 원내대표도 새로 뽑아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완주 안규백 윤호중 의원, 국민의힘은 권성동 권영세 김기현 의원 등이 도전할 것 같습니다.

대표 선출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선거의 쟁점은 내년 대통령 선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나를 뽑아야 한다”고 외칠 것입니다.

이때쯤이면 여야 대선주자들의 경쟁도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할 것입니다. 4·7 재·보선 이후 늦어도 5~6월이면 정국이 대선국면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대선이 1년 남짓 남았는데도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가 보이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사람들에게 “누가 후보가 될 것 같은가”라고 물어보면 좀처럼 답을 하지 못합니다. 고작 이런 정도 얘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어차피 우리 후보가 아니다. 4·7 재·보선 이후 김종인 위원장이 물러나면 홍준표 의원이 입당할 것이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홍준표 유승민 두 사람이 겨루면 홍준표 의원이 이길 것 같다. 그런데 홍준표 의원이 또다시 대선후보로 나가면 내년 3월 대선은 필패다. 그래서 걱정이다. 우리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고 2022년 대선에서 무조건 여당이 이겨서 재집권할 것이라고 보는 것도 섣부른 전망입니다. 우리나라 대선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어쨌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출현할 때까지 당분간 차기 대선후보 경쟁 구도는 여당 후보들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갤럽이 매달 실시하는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가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의 변화를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1년 전인 2020년 1월에는 확실히 ‘이낙연 독주’ 체제였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2위였지만 거의 한 자릿수였습니다.

이재명 경지지사는 1~2월에 3~4%로 바닥세였습니다. 3월부터 스퍼트가 시작됐습니다. 꾸준히 상승세를 타다가 8월에는 마침내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지난 연말부터는 이낙연 대표를 밀어내고 독주하고 있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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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년 만에 3%에서 23%까지 치고 올라간 것은 전례가 거의 없는 일입니다. 가히 ‘이재명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원인이 무엇일까요? 코로나라는 환경적 요소와 이재명 지사 특유의 정치적 리더십이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나눠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첫째, 속도입니다.

이재명 지사는 판단과 행동이 빠른 정치인입니다. 코로나가 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산하자 도내 신천지 시설을 즉각 폐쇄했습니다. 그리고 ‘재난 기본소득’을 가장 먼저 지급했습니다. 전대미문의 위기에 신속히 대처하는 과감한 리더십이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좋은 평가로 나타난 것입니다.

둘째, 철학입니다.

이재명 지사의 보편적 복지 철학은 상당히 탄탄한 경험적, 이론적 토대 위에 서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기본소득 지급을 정책으로 구현한 사람입니다. 이재명 지사의 이런 철학이 코로나 시대와 맞아 떨어졌습니다. 주요 선진국도 지금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과감히 퍼붓고 있습니다.

셋째, 지역 프리미엄입니다.

이재명 지사의 정치적 기반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입니다. 거기에 영남 출신입니다. 호남 출신 정치인은 개혁적이든 보수적이든 영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지만, 영남 출신으로 개혁적인 정치인은 호남의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대통령이 됐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28일 광주 5·18 묘지를 홀로 참배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월 28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홀로 참배했다. 사진은 이 지사가 참배 직전 작성한 방명록.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월 28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홀로 참배했다. 사진은 이 지사가 참배 직전 작성한 방명록. 연합뉴스

자 그렇다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8월 말이나 9월 초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될까요? 정치가 그렇게 단순하면 얼마나 쉽겠습니까?

이재명 지사의 대선 레이스는 이제부터입니다. 그는 더이상 추격자가 아닙니다. 달리기에서 선두주자의 뒤를 바짝 따르는 추격자는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습니다. 그러나 선두로 나서는 순간 바람을 가르며 달려야 합니다.

정치도 도전보다 수성이 어렵습니다. 도전자는 아무 말이나 해도 쉽게 용서받지만, 1위 주자는 한순간의 실수로 추락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다선 의원은 이재명 지사에 대해 “영악할 정도로 잘한다. 이제 음주 에스엔에스만 조심하면 되겠다”고 뼈 있는 농담을 했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가장 큰 장애물은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들과의 관계입니다. 권리당원 중에는 아직도 2018년 경기지사 후보 경선 때의 ‘혜경궁 김씨’ 사건을 거론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더 치고 올라가기 위해는 이들과의 화해나 최소한 양해가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의 시각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을 짚어보겠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다시 1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낙연 대표 지지도가 최근 왜 하락했는지 알아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몇 사람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의외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때문에 지지도가 갑자기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낙연 대표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꺼낸 것은 2021년 1월 1일인데, 여론조사에서 하락세를 보인 것은 그 전부터입니다. 이낙연 대표 지지가 연말부터 흔들리고 있던 차에 정초에 사면론을 꺼내면서 지지가 더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연말에 이낙연 대표 지지가 왜 흔들렸는지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몇 차례 멈칫거린 것으로 비치는 바람에 지지가 흔들린 것 같다는 분석 정도가 있을 뿐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튼 이낙연 대표에게는 지지도를 다시 끌어올릴 기회가 앞으로 두 차례 정도 있습니다.

첫째, 2월 임시국회입니다. 이낙연 대표가 주도하는 ‘상생연대 3법’(영업손실보상법, 협력이익공유법,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에 성공하면 ‘성과를 만들어내는 정치인’ 이미지를 쌓으면서 지지도가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입니다. 이낙연 대표는 3월 9일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도 곧바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게 될 것입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이 불리합니다. 민주당이 이기면 이낙연 대표의 공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정치인의 장점은 뒤집으면 곧바로 단점이 됩니다. 이낙연 대표의 가장 큰 장점인 안정감은 코로나 정국에서 답답함으로 비쳤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빠른 행보와 대조적으로 보이며 손해를 봤습니다.

그러나 이낙연 대표의 무거운 언행이 정치인 이낙연 개인의 책임만은 아닙니다. 국무총리나 집권 여당 대표 자리는 차기 대선주자에게 유리한 고지인 동시에 굴레이기도 합니다. 마음대로 말을 할 수도, 행동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낙연 대표가 3월 9일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 ‘언론의 자유’를 얻게 됩니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이낙연류’ 정치를 마음껏 드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7 재·보선 이후 코로나가 진정세에 접어들면 적절한 시점에 국무총리를 그만두고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지난 28일 방송기자 클럽 토론회에서 토론자들과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대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나?

=지금 제가 맡은 일이 매우 막중하다. 우리는 방역에도 성공해야 하고 경제회복도 이룩해야 한다. 제가 그 책무를 감당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 일을 감당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하지 않겠나.

-경력이 화려한데 대중성이나 존재감은 약하다. 왜 그런가?

=저는 어떤 일을 맡으면 그 일을 매우 충실히 하는 사람이다. 반면에 자기 정치를 하는 데는 좀 소홀한 측면이 있다. 정치인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자기 정치도 잘해야 할 텐데, 그런 점이 부족해서 손해를 본다면 어쩔 수 없다. 자기 정치를 열심히 하기보다 제가 맡은 책무를 제대로 감당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 원래 저의 태도이고, 또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월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 상황센터에서 열린 코로나 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1월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 상황센터에서 열린 코로나 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경력이 정말 화려한 사람입니다. 6선 국회의원, 원내대표, 대표, 장관,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지냈습니다. 이 정도 정치인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지금처럼 낮은 수치가 나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입니다. 지난 1년 동안 한국갤럽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한 번도 1%를 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낙연 대표 지지도가 빠지면서 정세균 총리 지지도가 조금씩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호남 출신에 스타일이 비슷해서 그런지, 대선주자 경쟁에서 대체 관계인 것 같습니다. 정세균 총리가 지지도를 일단 5%까지 올릴 수 있다면 10%를 넘어서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약점이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안티 세력’의 부재입니다.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는 화합형 정치인입니다. 특별히 싫어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그게 바로 약점입니다. 연을 띄우는 것은 맞바람이지, 뒷바람이 아닙니다.

역대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은 누구에게나 상당한 규모의 안티 세력이 존재했고, 이를 극복해 나가면서 높이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에게는 확실한 ‘안티 세력’이 있습니다. 이른바 보수에서는 이재명 지사의 코로나 대응책을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이런 공격이 오히려 이재명 지사를 돋보이게 합니다. 기득권 세력에 맞서는 정의로운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개혁 노선’입니다.

민주당의 역대 대선후보 경선은 대체로 개혁 노선을 가진 정치인이 승리했습니다. 2002년 노무현-이인제 대결에서 노무현이 이겼고, 2012년 문재인-손학규 대결에서 문재인이 이겼습니다. 2017년 문재인-안희정 대결에서도 문재인이 이겼습니다.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총리의 정책 노선은 중도에 가깝습니다. 반면에 이재명 지사의 정책 노선은 개혁 진보에 가깝습니다.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총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3%에서 23%까지 치고 올라오는 데 정확히 1년이 걸렸습니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1년 1개월 남았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지지도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대선주자들도 얼마든지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고,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우리는 ‘다이내믹 코리아’에 살고 있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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