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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경제민주화는 대선주자에 달렸다

등록 2020-08-16 08:55수정 2020-12-25 19:55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37
당 강령에 김종인표 경제민주화 화려하게 부활
경제민주화 실천 대선후보 못 뽑으면 의미 없어
2012년 새누리당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 도입
박근혜 대통령, 대선서 승리한 뒤 철저히 외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8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8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당법 12조에 따르면 중앙당 등록 신청을 할 때 정당의 명칭, 사무소의 소재지, 대표자·간부의 성명·주소와 함께 ‘강령(또는 기본정책)과 당헌’을 반드시 제출하게 되어 있습니다. ‘강령(또는 기본정책)과 당헌’은 정당의 기본 요소입니다. 1963년 정당법을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있던 조항입니다.

정당의 강령(綱領)은 정강(政綱)입니다. 정당의 강령과 기본정책을 합쳐서 정강·정책(政綱·政策)이라고 합니다. 정당법에도 정강·정책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39조 정책토론회 조항입니다.

최근 정치 뉴스에 정강·정책이라는 단어가 자꾸 등장합니다. 미래통합당이 정강·정책을 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병민 미래통합당 정강·정책 개정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8월 13일 10대 기본정책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가장 특이한 점은 ‘기본소득’을 앞세운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정책 ‘모두에게 열린 기회의 나라’에 ‘누구나 누리는 선택의 기회’라는 소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습니다.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 .”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그동안 진보적 학자 중에서도 일부가 주장해 온 기본소득을 이른바 보수 정당에서 첫 번째 정책으로 내세웠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다음 날 아침 <서울경제>는 ‘기본소득 앞세운 제1야당, 보수 정체성은 지켜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습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 “그러나 기본소득의 경우 우리 국가재정 여건은 물론 복잡한 복지제도 개편과 맞물려 있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통합당의 새 정강·정책이 ‘퍼주기’ 포퓰리즘 경쟁으로 변질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라고 걱정을 담았습니다. 미래통합당의 눈길 끌기 작전은 일단 성공한 것 같습니다.

10대 기본정책을 다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구체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정강·정책 개정 특별위원회가 지난 7월 20일에 발표한 미래통합당 강령 개정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4·15 총선 참패 이후 새로 들어선 김종인 지도부가 생각하는 미래통합당의 미래상이 잘 나타나 있기 때문입니다.

10대 기본정책 개정안은 강령 개정안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강령 개정안의 분량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모두의 내일을 위한 약속

미래통합당은 모두의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정당이다 . 반만년의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는 3.1 독립운동 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고 , 공산주의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난극복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 우리는 하나 된 국민의 힘으로 전쟁의 폐허에서 가난을 극복하고 선진경제를 이룩했으며 ,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민주화를 성취했다 . 우리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을 주도해 더 나은 내일을 향해 앞장서 나갈 것이다 .

지금 우리는 세계질서의 대전환과 북한의 핵무장 , 지구환경 변화와 거듭되고 있는 질병과 재난 , 경제의 질적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과 양극화의 심화 , 인구절벽 등 중대한 위기 앞에 서 있다 . 국가적 위기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치는 국민이 부여한 권한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 오히려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등 사회적 혼란과 함께 정치불신을 심화시켜 왔다 . 이제 우리는 지난 과거를 반성하고 성찰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미래 변화를 선도하고 , ‘기회의 나라 , 공정한 대한민국 ’을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이 약속한다 .

우리는 모든 국민이 공정하고 다양한 기회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임을 깊이 인식하고 , 입시와 취업 , 병역 등 우리 사회 전반에서 반칙과 특권이 허용되지 않도록 한다 . 국민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보장할 것이며 , 개인의 존엄과 창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제도를 마련한다 .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여 경제민주화를 구현하고 ,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앞장서며 , 편법과 부정부패에 단호히 대처하여 공동체 신뢰를 회복한다 .

우리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며 진영 논리에 따라 과거를 배척하지 않는다 .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 운동 등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산업화 세대의 ‘조국 근대화 정신 ’과 자유민주주의를 공고히 한 2 ‧ 28 대구 민주운동 , 3 ‧ 8 대전 민주의거 , 3 ‧ 15 의거 , 4 ‧ 19 혁명 , 부마항쟁 , 5 ‧ 18 민주화 운동 , 6 ‧ 10 항쟁 등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 ’을 이어간다 .

우리는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선도한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 ·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 미래 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에 국가의 역량을 집중한다 . 더 나아가 미래세대와의 공존을 위해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 저탄소 청정에너지에 기반한 친환경사회 건설에 앞장서 나간다 .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정치를 지향하며 국민을 위한 실용적인 정치 ,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정치를 실천한다 .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유능한 정부를 만들고 , 실질적인 권한의 분산을 통해 지방분권 시대를 연다 . 법이 약자에게 드리운 그늘을 걷어내고 , 공평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도록 사법제도를 개선해 나간다 .

우리는 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고 ,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으며 , 노력한 자에게 합리적 보상이 주어지는 노동시장 조성에 앞장선다 . 안심하고 기업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제적 성장을 돕는다 .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을 만들고 , 노동시장의 고용안전망을 강화해 나간다 .

우리는 누구나 경제적 자립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개인 중심의 복지 체계 개편에 앞장서고 , 소외계층을 위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한다 . 모든 영역이 성인지 관점에서 작동되는 양성평등사회를 지향하며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선다 . 아이 낳아 키우는 것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양육이 중심되는 사회제도와 문화를 마련한다 .

우리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 .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남 ‧북한 간의 개방과 대화 , 교류 협력을 통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공동체의 발전을 추구한다 . 지속적인 국방력 강화를 통해 튼튼한 안보를 구축한다 .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주변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확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한다 . 세계 각 지역과의 경제 및 통상외교를 강화하고 대한민국의 국익 신장을 위한 전방위적 외교를 능동적으로 전개해 나간다 .

미래통합당은 국민 모두를 위한 정당으로서 내일의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 이를 실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우리의 믿음을 선언한다 .

우리의 믿음

1. 우리는 모든 사람이 자유와 인권을 보장받고 행복하기를 원한다고 믿는다 .

2. 우리는 권위주의를 거부하며 , 부당한 간섭과 통제를 받지 않을 때보다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

3. 우리는 공정하고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때 스스로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

4. 우리는 개인의 이익을 넘어선 공공의 선이 존재하고 , 자유는 공동체를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된다고 믿는다 .

5. 우리는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시대 변화에 앞장서는 것이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

6. 우리는 다양한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

7. 우리는 쾌적한 환경과 안전한 일상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 국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는다 .

8. 우리는 국가와 사회가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믿는다 .

9. 우리는 정치가 정직하고 겸손해야 하며 모든 권력은 분립되고 견제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

10.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통일이 한반도 전체의 번영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

눈이 밝은 분은 찾으셨겠지만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여 경제민주화를 구현하고”라는 대목이 강령의 꽤 앞부분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 내용은 10대 기본정책에도 다시 한 번 등장합니다.

<3-2. 경제민주화 구현 >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경제 질서를 수립하여 경제민주화를 구현한다 .”

#1.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경제주체 간 불공정 행위 엄중 처벌

#2. 조세정의 확립 위한 세금운용 현황 투명 공개 및 탈세 탈루 근절 강화

#3. 상시 지출구조조정 및 페이고 원칙 확립

김병민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김병민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경제민주화가 뭘까요? 대한민국 헌법 119조 2항이 바로 경제민주화 조항입니다.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김종인 위원장이 이 헌법 조항을 만들어 넣었습니다.

제 119조

①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

②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

미래통합당 강령 및 기본정책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 경제민주화가 들어간 이유가 김종인 위원장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2012년 새누리당 정강·정책에도 경제민주화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2011년 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했습니다. 홍준표 대표 체제가 무너지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섰습니다. 박근혜 위원장은 김종인 전 의원에게 경제민주화를 약속하고 그를 비상대책위원회에 끌어들였습니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정강·정책을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전면 개정했습니다. 정강에는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기본정책에 이렇게 들어갔습니다.

3-1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통한 경제민주화 실현 )

시장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여 경제민주화를 구현한다 . 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경제세력의 불공정 거래를 엄단하여 공정한 경쟁풍토를 조성한다 . 이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공정경쟁과 동반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대한다 .

이번에 미래통합당 정강·정책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새누리당 시절에는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정책에만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정강에 포함됐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민주화의 지위는 8년 전보다 격상됐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2012년 2월 새누리당 정강·정책에 들어간 경제민주화 조항은 머지않아 사문화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본 기득권 세력의 압력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 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인수위원회가 작성한 5대 국정목표에 경제민주화는 빠지고 창조경제가 들어갔습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경제민주화를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박근혜 대통령과 사실상 결별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새누리당 정강·정책에 이름만 겨우 남아 있던 경제민주화는 2017년 2월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정강·정책을 대폭 개정하면서 아예 사라졌습니다.

자유한국당은 2018년 2월 강령을 개정하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 등 신보수의 가치’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표현을 새로 넣었습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2019년 1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자유한국당에서도 정강·정책이 개정됐습니다. 내용을 대폭 손질하며 ‘핵심가치’, ‘혁신가치’, ‘우리의 믿음’으로 정리했습니다. 경제민주화는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2020년 2월 황교안 대표 체제의 미래통합당이 정강·정책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민간주도, 미래기술주도 경제 발전’이라는 항목의 내용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개인과 기업의 자율과 창의가 존중되고 미래 기술이 주도하여 혁신이 넘치는 경제를 촉진한다 . 이를 위해 법률이 금지하는 독과점과 불공정행위에 저촉되지 않는 한 시장에서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한다 . 정부는 경쟁에 의해 촉진되는 기업가정신과 혁신 역량을 촉진할 의무가 있다 .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를 막고 , 혁신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혁파하고 창의적 도전 정신이 시장에 넘쳐나도록 한다 .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동개혁을 추진한다 . 공정한 경쟁 질서를 통해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리민복을 위한 경제 발전을 지향한다 .”

좀 놀랍지 않습니까?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한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를 막고” 등의 대목은 경제민주화의 정반대로 가는 내용입니다. 황교안 대표의 가치관과 정책 노선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혹시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미래통합당이 참패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 아닐까요?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흥미로운 얘깃거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더불어민주당의 정강·정책에도 경제민주화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더불어민주당 강령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하에서 성장과 분배가 조화롭게 실현되는 더불어 잘 사는 국가를 만든다 . 양적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경제주체가 참여하고 공정하게 경쟁해서 그 혜택을 골고루 공유할 수 있는 포용적 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한다 . 우리는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 , 서민을 보호하고 중산층을 튼튼하게 하여 ‘더불어 잘사는 경제 , 사람이 중심인 경제 ’를 만든다 .

(공정한 시장경제 )

경제주체들 간의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고 , 경제력 집중 구조를 개혁한다 .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 , 금산분리 강화 , 부당 내부거래 해소 등의 재벌 개혁을 추진하며 , 불법적 경제행위에 대한 징벌을 강화한다 . 대 ·중소기업 간 구조적 힘의 불균형과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 등을 시정하여 공정한 시장 질서가 대 ·중소기업 간 공정경쟁과 상생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 .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관리 ·감독체계를 마련하고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금융시장의 견제와 균형을 회복하고 금융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킨다 . 소비자 존중의 경제 운용과 소비자 주도의 개방형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한다 . 지하경제를 양성화하여 세금탈루를 막고 , 계층 ·세대 간 조세부담의 형평성과 공평성을 확립하여 조세정의를 구현한다 .

언뜻 살펴보아도 과거 새누리당이나 지금 미래통합당의 정강·정책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의 정강·정책이 훨씬 더 내용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실 경제민주화는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의 핵심 의제였습니다. 민주통합당은 2011년에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유종일 위원장)라는 기구를 만들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시장 만능주의, 친재벌주의로 흐르며 나라 전체에서 비명이 터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주통합당은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유종일 교수. 한겨레 자료
유종일 교수. 한겨레 자료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한나라당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서고 ‘경제민주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김종인 전 의원을 데려가면서 민주통합당이 경제민주화의 주도권을 빼앗겼습니다. 꼭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총선은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 나선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도 경제민주화를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의 원조’가 여전히 박근혜 후보 곁에 있는 상황에서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대선에서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에서 시작된 경제민주화 정책의 중요한 내용은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을 거쳐 문재인 정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문재인 정부 핵심 과제인 ‘공정 경제’의 상당 부분이 바로 경제민주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2012년에 쓴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라는 책에서 “경제민주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거대 경제세력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 일이 있습니다. “독재자가 나라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민주헌법이 있듯 거대 경제세력이 나라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경제민주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래통합당의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가 비중 있게 포함된 것은 바람직합니다. 이른바 보수 정당이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로 진화하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사람입니다. 미래통합당이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을 차기 대선주자로 선출한다면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인물을 선출한다면 패배할 가능성이 더 클 것입니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2012년에 경제민주화를 약속했던 정치인에게 두 번이나 속았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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