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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이념이냐, 보수 강화냐” 언론까지 뛰어든 노선 충돌

등록 2020-06-04 11:21수정 2020-06-04 11:48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25
김종인 “보수-자유우파 더는 강조하지 말아야”
홍준표 “좌파 이중대 흉내 내기 개혁으로 포장”
조선일보 “자유 민주 국민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중앙일보 “퇴행적 관성 결별하고 정체성 재정립”
동아일보 필자들, 김종인 평가 정반대로 엇갈려

대한민국 보수는 어쩌면 진짜 보수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자칭 보수라는 사람들의 뿌리는 일제 강점기의 친일파, 해방 이후 분단 기득권 세력, 이승만 독재 정권,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자본 기득권 세력에 닿아 있습니다.

어쨌든 기득권 세력인 이른바 보수의 복원력은 놀랍습니다. 1960년 4·19, 1979년 10·26, 1987년 6월 항쟁을 가뿐히 뛰어넘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로 위기를 맞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되살아났습니다.

그랬던 보수가 이번에는 제대로 임자를 만난 것 같습니다. 2016년 총선 패배,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파면, 2017년 대선 패배, 2018년 지방선거 참패, 2020년 총선 참패 등 악순환의 고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만 했다 하면 지는, 만성패배 증후군에라도 걸린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보수 세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미래통합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대안 정당, 정책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아예 허물어 버리고 다시 세워야 할까요, 리모델링 수준으로 환골탈태해야 할까요? 아니면 좀 더 강력하게 보수의 가치를 앞세워 결속해야 할까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월 12일 경남 양산시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월 12일 경남 양산시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로 위기에 빠진 미래통합당의 미래를 놓고 온갖 처방이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며칠 사이에 미래통합당 재건을 둘러싸고 보수 세력 내부에서 대논쟁이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른바 보수의 재건을 둘러싸고 이제야 제대로 된 논쟁이 시작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른바 보수의 분열이 시작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발단은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5월 27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기 직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통합당 전국조직위원장들을 상대로 특강을 했습니다. 비공개라서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참석자들에 따르면 대략 이런 얘기들을 했다고 합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 세대가 바뀌었다 . 당의 정강 ·정책부터 시대정신에 맞게 바꿔야 한다 . 일반적 변화가 아닌 , 엄청난 변화만이 대선 승리의 길이다 . 국민은 더는 이념에 반응하지 않는다 . ‘보수 ’나 ‘자유 우파 ’를 강조하지 말라 . 진보 ,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 . 중도라고도 하지 말라 .”

“정당은 국민이 가장 민감해하는 ‘불평등 ’ ‘비민주 ’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 . 어느 쪽이 변화한 세상에 더 잘 적응하느냐의 문제가 남았고 그것이 핵심이다 . 경제 민주화처럼 새로운 것을 내놓더라도 놀라지 말라 . 정책 개발만이 살길이다 . 깜짝 놀랄 만하게 정책 개발 기능을 되살릴 것이다 .”

김종인 위원장 특유의 ‘탈이념, 정책 지향’ 노선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은 여러 언론에 크게 보도됐습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틀 뒤인 5월 29일 페이스북에 반박 글을 띄웠습니다.

10·26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의 원인 ( 遠因 )은 김영삼 의원의 국회의원 제명에서 출발하였습니다 . 김영삼 의원의 외신 상대 발언을 이유로 폭압적인 제명을 하자 부마항쟁이 발발하였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강온파의 대립이 결국 10·26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으로 이어집니다 .

광주 5·18 민주화 항쟁의 원인 ( 原因 )은 김대중 선생의 불법적인 체포 구금에서 출발합니다 . 80년 3월 서울의 봄은 신군부에 의해 그렇게 핏빛 항쟁으로 끝이 났고 다시 대한민국은 청동시대 ( 靑銅時代 )로 돌아갔습니다 .

그러나 끝없이 민주화를 내세우며 항쟁한 결과 93년 3월 진정한 김영삼 문민정부의 탄생으로 산업화 ·민주화 시대는 완성이 되었습니다 .

이제 우리는 더이상 잘못된 역사의 인질이 되어선 안 됩니다 . 보수 우파의 오만과 폭압에서 비롯된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도 안 되고 폄하해서도 안 됩니다 .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할 역사적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

압축 성장기에 있었던 보수 우파 진영의 과 ( 過 )만 들추어내는 것이 역사가 아니듯이 한국 사회의 현재가 있기까지 보수 우파의 공 ( 功 )도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

한국 보수 우파의 개혁은 이러한 역사적 인식에서 출발을 해야지 좌파 2중대 흉내 내기를 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우리는 좌파 정당의 위성정당이 될 뿐입니다 .

보수 우파의 진정한 가치는 자유 , 공정 , 서민에 있습니다 . 새롭게 출발하는 한국 보수 우파 정당에 대한 기대를 걸어 보는 만춘 ( 晩春 )의 아침입니다 .

장제원 의원이 지난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제원 의원이 지난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표현이 다소 거칠지만 보수 우파의 기치를 더욱 곧추세워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런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탈이념, 정책 지향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 전체를 읽어보신 분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6월 1일 비상대책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서 미래통합당이 앞으로 진취적인 정당이 되도록 만들 것이다 . 그래서 우리가 정책 측면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을 약속을 드린다 .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서 국민이 미래에 대해 굉장히 불안한 심정을 가지고 있다 .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데는 비교적 성공을 했다고 보지만 , 이로 인해서 파생된 경제 ·사회 제반의 여러 가지 사항이 아주 엄중하게 다가오고 있다 .

단순하게 코로나 방역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에 미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 균형 있는 전망을 내놓을 수 있는 이런 방향으로 정부가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 다음 회의에서 우리 당이 앞으로 무엇을 추진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다 .

<6월 2일 의원총회>

제가 오랫동안 정치를 했고 과거에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비대위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 당의 생리를 잘 안다 . 선거 마지막 며칠 동안 유세를 하러 다니면서 우리 당이 어떠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됐다 .

총선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 이런 상황이 계속돼서 우리가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게 된다면 과연 이 당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저는 솔직히 말씀드렸다 . 내가 꼭 이 짓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 여기에 참여하신 의원님들이 여러 의견이 있는 것도 제가 잘 안다 .

그러나 제가 어떤 개인적 특수 목적을 위해 이 자리를 맡은 것이 아니다 .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이 정치가 균형된 발전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를 맡았다 .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처럼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하는 병균으로 인해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상한 상황을 겪고 있다 .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상황 극복이 어렵다 . 지금 국민은 미래에 대해 매우 불안한 심정을 갖고 있다 . 국민이 안심하고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사회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에 대해 정치권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지난 40년 동안의 정치를 보면 우리 정치가 파괴적 수준의 혁신을 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도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 . 미래통합당이 현재 당면한 여러 문제를 직시하고 다가오는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 . 그 준비를 마치면 제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여러분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 다소 불만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 과거 가치관과 떨어지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비를 너무 걸지 마시고 이 당이 정상 궤도에 올라 다음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데 많은 협력을 부탁드린다 .

< 6월 3일 의원 간담회> (조수진 의원 문자 )

수요일인 오늘 아침엔 미래통합당 대표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 원래는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과의 자리였다 .

간담회는 소상공인연합회장을 지낸 최승재 의원이 마련했다 . 당시 비례 당선자들의 당적은 ‘미래한국당 ’이었고 ,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이전이었다 .

김 위원장의 간담회는 오후 9시까지 1시간 30분 동안 이뤄졌다 . ‘젊다 ’라는 표현의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사고임을 다시금 하는 자리가 됐다 .

우선 ,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로 ‘자유 ’를 설명했다 . 그리고 이 자유는 ‘실질적 자유 ’가 돼야 하며 , 실현의 방식이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 그러면서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강조하고 있는 ‘진취적 ’이라는 단어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

1977년 김 위원장이 건강보험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을 때 경제 관료를 중심으로 이른바 ‘보수 ’라는 사람들의 반대는 극심했다 .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이를 관철했다 .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했음에도 대한민국은 아플 때 , 언제든 자유롭게 ,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병원을 찾아갈 수 있는 초석이 이때 놓였다 . ‘아플 때 병원에 다닐 수 있는 자유 ’가 제도로서 실현된 것이다 .

김대중 정부 때 현재의 의료보험 제도로 업그레이드됐지만 , 제도의 기초 공사는 ‘진보 ’라는 이념과는 거리가 있는 박정희 정부 때 도입됐다 . “우리 당은 ‘실질적 자유 ’라는 목표를 향해 진취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 맥락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정책은 ‘현실 ’이나 ‘시대정신 ’과 발맞춰 나가야 한다는 당부로 나는 받아들인다 .

둘째 , 김 위원장은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모호하고 막역한 ‘보수 ’니 , ‘진보 ’니 하는 용어를 쓰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 또 영국의 보수정당의 이름은 ‘보수당 ’이지만 , 소속 의원들이나 당원들이 “나는 보수 ”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

특히 우리는 이념적 대결은 더 가팔라지고 있지만 , ‘보수 ’임을 자임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보수의 가치냐 ”라고 물었을 때 즉답이 나오지 않더라는 점을 김 위원장은 지적했다 . 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에서 일할 때도 ‘무엇이 진보의 가치냐 ’라는 질문에 답변하지 못하더라 ”라고 했다 . ‘구호 ’만으로의 ‘보수 ’니 ‘진보 ’니 하는 논쟁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질타한 것으로 나는 해석한다 .

셋째 , 김 위원장은 지난 1955년 신익희 조병옥 박사가 창당했던 민주당은 굳이 이념적으로 분류한다면 보수정당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더불어민주당과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정당이라고도 했다 . 1955년 민주당 창당 역사를 정확히 알고 계신 분다운 해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다섯 번 지낸 김 위원장은 ‘비례 후배 ’들에게 대단히 현실적인 얘기도 들려줬다 . 숫자 (의석 )상으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야당이 된 지금 입법은 이제 못한다고 단언했다 . 법안은 발의가 아니라 본회의를 통과해 법으로서 실현돼야 하는데 , 소수 정당에선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따져보자는 말씀으로 나는 해석했다 .

김 위원장은 이런 상황일수록 더더욱 각자의 전문성과 능력을 토대로 현안에 천착해 끈질기게 들이 파는 진득함 , 전문성과 능력을 발휘해야 하며 , 상대까지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어떻습니까?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이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습니까? 미래통합당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비상대책위원이나 초선 국회의원 중에는 공감한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선 의원들은 대체로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 영입에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던 장제원 의원이 2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부질없는 이념 논쟁하자고 쓰는 글은 아닙니다 .

근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쓰는 글입니다 .

김종인 비대위가 ‘보수 ’ 나아가 ‘자유 우파 ’ 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합니다 .

‘개혁보수 ’라는 말도 쓰면 안 되는 건가요 ?

심지어 , 당내에서 “보수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가치 "라는 말도 나옵니다 .

보수의 가치마저 부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정강 정책도 모두 뜯어고친다고 합니다 .

미래통합당의 정강 정책을 조금 소개하겠습니다 .

[미래통합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통해 발전해온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승 발전시킨다 .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세계 선진 국가로 만들고 , 국민 각자의 행복을 높이는 데 우리 당의 역사적 임무가 있다 .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북핵 위협을 제거하여 진정한 평화를 이루고 , 헌법 가치가 구현되는 통일을 지향한다 . 다양한 기회와 선택권이 주어지고 법치와 신뢰 , 인권이 살아 있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부터 불법과 비리 , 특권과 기득권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한다 . 미래통합당은 나라의 기둥인 경제와 안보를 튼튼히 지키며 , 정의로운 사회 ,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고 자유와 평등 ․공정과 정의 ․인권과 법치라는 민주공화국의 헌법 가치들을 온전히 지켜낸다 ]

핵심 정책 기조는 법치를 바탕으로 한 공정한 사회구현 , 삶의 질의 선진화 , 북핵 위협 억지와 안보 우선 복합 외교 ,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교육 백년대계 확립 , 민간주도 , 미래기술주도 경제발전을 골격으로 하고 있습니다 .

어디를 뜯어고쳐야 합니까 ?

어떤 문구나 단어가 잘못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정강 , 정책을 실천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지 , 정강 ,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

보수의 핵심 가치는 자유와 공정 , 책임입니다 .

법치를 구현하고 ,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 공동체에 헌신하는 것이 보수의 가치입니다 .

무엇이 낡았다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

‘보수 ’라는 단어를 가지고 굳이 논쟁할 생각은 없습니다 .

단어가 무엇이 되었던 , 가치는 지켜야 합니다 .

보수의 소중한 가치마저 부정하며 , ‘보수 ’라는 단어에 화풀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보수 ’가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하는 것뿐입니다 .

‘보수 ’가 사랑받기 위해 개혁하는 것이지 ‘보수 ’를 없애기 위해 개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당 지도부는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정당은 지향점이 뚜렷해야 합니다 .

분명한 지향점 속에서 중심을 잡고 , 넓은 스펙트럼을 포용하는 포괄적 이념정당이 되어 외연을 확장해 가야 합니다 .

대한민국에는 이미 여러 개의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이 있습니다 .

유사민주당 심지어 유사정의당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치 지향점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홍준표 전 대표의 주장과 맥락이 같습니다. 미래통합당 의원 중에는 홍준표 전 대표나 장제원 의원의 주장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꽤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래통합당의 이런 논쟁에 언론도 뛰어들었다는 것입니다. 6월 2일치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의 제목은 ‘자유와 폭정이 맞설 때 어느 편을 들 건가?’였습니다.

미래통합당도 이 추세에 어정쩡한 몸짓으로 동승하는 것처럼 보인다 . 통합당 일부는 대한민국을 '제국주의 식민지 '로 보는 운동권 탈레반보다 , 이에 강하게 맞서려는 사람들을 더 탈레반 같다며 적대하니 말이다 . 그런 쪽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진실 여부가 채 가려지기도 전에 "그런 말조차 하지 말라 "며 길길이 뛴다 . 정작 화를 낼 여당보다 오히려 한술 더 뜬다 . 오늘의 한국 제도권 정치 지형에선 그래서 자유 ·보수 ·우파란 위치가 소멸했다 . '이승만 ·백선엽 '이 상징하는 바가 삭제된 것이다 .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은 한국 문재인 정부와 자유민주 국민을 향해 "어느 편에 설 건가 ?"를 묻고 있다 .

이런 상황인데도 미래통합당 일부는 '자유 ·보수 ·우파 '란 말을 자기들 사전에서 지우겠다고 했다 . 자유 민주 국민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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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주장하는 ‘보수 강화론’의 손을 확실히 들어준 것입니다. 같은 날 <중앙일보> 사설의 제목은 ‘미래통합당의 변신을 주목한다’였습니다.

통합당이 4월 총선에서 참패한 것은 산업화 시대의 성공 신화와 반공 이념에 집착해 시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 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 . 반대만 하고 대안은 없는 수구세력 ,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꼰대 야당에 민심은 등을 돌렸고 , 그 결과 103석의 ‘영남당 ’으로 쪼그라들었다 .

김종인 비대위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수구 ·퇴행적 관성과 결별하고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재정립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렸다 . 이런 점에서 김종인 비대위가 포용적 경제 , 분배 , 여성 , 청년 등의 키워드를 전면에 앞세우며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

문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 달렸다 . 앞서 세 차례의 비대위가 말만 무성했을 뿐 실패로 끝난 건 디테일 없이 구호뿐인 혁신과 당내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닥쳐 근본 체질을 바꾸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 김 위원장 말대로 “진보보다 더 진취적인 정당 ”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인지 전 국민이 지켜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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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위원장의 ‘탈이념, 정책 지향’ 노선을 확실히 지지한 것입니다. 총선 참패의 원인을 “산업화 시대의 성공 신화와 반공 이념에 집착해 시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 데”에 있다고 짚고, “수구·퇴행적 관성과 결별하고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재정립”할 것을 제안한 것이 이채롭습니다.

그동안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조중동)의 칼럼이나 사설은 정치적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의 총선 참패에 대한 진단과 당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지 처방을 놓고서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중앙일보> 사설이 ‘탈이념, 정책 지향’ 노선이라면,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은 ‘보수 강화’ 노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종인 노선에 대한 이른바 보수 세력의 시각이 복잡한 것은 <동아일보> 칼럼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6월 2일 치와 6월 3일 치 신문에 김종인 위원장에 대해 전혀 상반된 내용의 칼럼이 잇따라 실렸습니다.

“노정객에게 제 1야당의 혁신 , 더 나아가 차기 대선 지형 조성까지 맡기는 게 최선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 그러나 대안이 없다면 이젠 김종인 비대위가 보수를 추슬러 슈퍼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옳다 . 총선 후에도 지리멸렬한 지금의 보수로는 하반기부터 폭풍처럼 몰아칠 여권발 한국 개조 드라이브를 놓고 건전한 토론을 벌이거나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 .”(오늘과 내일 , 이승헌 정치부장 , 김종인과 보드카 )

“보수정당은 ‘누가 더 많이 퍼주나 ’의 게임을 ‘누가 더 많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나 ’의 게임으로 바꿀 때만 승리의 기회가 온다 . 그러나 평생 나랏돈 버는 궁리는 없이 나랏돈 쓰는 궁리만 해온 80대 노인은 자기편이 이길 수 있는 게임에는 관심이 없고 상대편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하겠다고 덤비고 있다 . 보수정당마저 상대편보다 더 많이 퍼줘 선거에서 이기려다 망한 나라들이 더 이상 남 일 같지 않다 .”(송평인 칼럼 , 논설위원 , 김종인이라는 포퓰리스트 )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종인 위원장의 ‘탈이념, 정책 지향’ 노선이 미래통합당을 살릴 수 있을까요? 아니면 홍준표 전 대표와 장제원 의원의 ‘보수 강화’ 노선이 미래통합당을 살릴 수 있을까요?

김종인 위원장은 미래통합당 회생의 마지막 기회일까요? 아니면 미래통합당을 끝장낼 포퓰리스트 80대 노인일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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