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21
루스벨트 자서전 ‘온 아워 웨이’ 머리말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 방불
‘한국판 뉴딜’ 아직은 일자리 정책 수준
저소득 취약 계층 관점서 제도 만들어야
노동과 복지 제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대한민국” 기대
루스벨트 자서전 ‘온 아워 웨이’ 머리말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 방불
‘한국판 뉴딜’ 아직은 일자리 정책 수준
저소득 취약 계층 관점서 제도 만들어야
노동과 복지 제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대한민국”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은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대규모 국가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단지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을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관계 부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서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할 기획단을 신속히 준비해 주기 바랍니다. 정부가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나서 주기 바랍니다.”
“인류의 역사는 위기를 겪을 때 복지를 확대하고 안전망을 강화해 왔습니다. 미국은 대공황을 거치며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을 마련하였고,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를 건너며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앞당겨 도입했습니다. 지금의 코로나 위기는 여전히 취약한 우리의 고용 안전망을 더욱 튼튼히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겠습니다.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겠습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미래 선점 투자입니다. 5G 인프라 조기 구축과 데이터를 수집, 축적, 활용하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의료, 교육, 유통 등 비대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도시와 산단, 도로와 교통망, 노후 SOC 등 국가 기반 시설에 인공 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여 스마트화하는 대규모 일자리 창출 사업도 적극 전개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물론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 확보라는 중요한 가치가 충분히 지켜질 수 있도록 조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투자를 확대하고 민간협력을 강화하겠습니다. 위기 극복과 함께 선도형 경제로 전환하는 발판을 마련하겠습니다. 대담하고 창의적인 기획과 신속 과감한 집행으로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적극 만들어 내겠습니다.”
“뉴딜은 저소득 취약 계층의 관점에서 노동과 복지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꿨다. 사회주의라고 비판을 받고, 국가재건청(NRA)이 연방대법원에서 위헌으로 판정되어 2년 만에 폐지되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사회의 가장 낮은 계층을 보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려 했다. 일례로 뉴딜 시기 최고소득세율은 79%까지 올라서 1980년대 초까지 7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민주당에게 1932년 대선 승리는 우연이었다. 대공황을 초래한 공화당, 대공황의 폐해를 방치하는 공화당에 대한 응징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민주당이 집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우연의 승리를 다수파 형성의 계기로 잘 활용했다. 다시 말해, 공화당에 대한 혐오감에 편승해 윌슨 시기처럼 잠깐 집권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사회경제적 노선으로 정치 질서를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갈등을 노동·복지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경제적 갈등으로 대체한 덕분이다.”
“뉴딜 연합은 대공황의 폐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사회경제적 약자들, ‘잊힌 사람들’의 삶을 보살피는 정책들을 통해 이들의 안정적 지지를 얻음으로써 만들어졌다. 정치 기획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루스벨트의 이 책은 그의 경제 리더십에 대한 것이 핵심이 아니다.”
“사실 루스벨트는 경제에 대해 그리 식견이 높지 않았다.”
“오히려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화두이다. 비록 그는 경제에 대해 세부적 지식을 갖추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의 핵심 과제가 그저 망가진 경제 시스템에 대한 협소한 경제 전문가의 진단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루스벨트의 1년간의 국정 경험이 담긴 이 책의 핵심은 미국 공화국, 더 나아가 미국 문명의 기초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한 도덕적·정치적 리더십의 문제의식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러한 정책을 혁명적이라고 표현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책 수행을 위해 채택된 수단이나 정책이 지향하는 목적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의미에서 혁명적이란 이야기이다. 만약 그것을 혁명이라 부른다면 그것은 일체의 폭력이 배제된 채 기존의 법률이 추구해온 목적의 전복이나 여하한 개인이나 계층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부정하지 않고 이루어낸 혁명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새로운 정책을 두고 ‘파시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인 것이 이러한 정책의 영감은 어느 계층이나 그룹 또는 행진하는 군대로부터 갑자기 솟아오른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 자신으로부터 분출되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이것은 공화정체의 본질적인 방식에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지 않고 달성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전통적인 정치 제도에 대하여 한결같은 믿음을 유지해왔다. 우리의 정책을 ‘공산주의’라고 부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것 또한 옳지 않은 지적이다. 우리의 정책 집행은 입법 기능과 사법 절차를 행정 수반의 명령에 종속시킨 채 영속하는 관리 집단의 계획에 기반을 둔, 획일화된 편제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뿐 아니라 어느 특정 계층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사적인 정당의 존재를 부정한 채 스스로를 드러내는 존재 양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반 대중 사이에서 우리의 정책을 ‘뉴딜’이라고 부르는 것은 거의 합치된 관행으로 보인다. 이 이름의 배경에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공정한 딜(Square Deal)과 우드로 윌슨의 신자유(New Freedom)라는 두 개념이 만족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적절한 명칭이라고 생각되었다. 이러한 명칭은 지난해에 거둔 몇몇 성과들이 시어도어 루스벨트에 의해 주창된 기업과 정부 간의 협력이라는 진보적인 발상과, 기업은 정부의 권력이라는 장치를 통해 자유의 남용으로부터 획기적인 법적 제한이 가해져야만 한다는 우드로 윌슨의 단호한 의지의 연속 선상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타당성을 찾을 수 있다.
고로 우리는 정부가 한편으로 기업과 협력 테이블에 마주 앉기도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 공정과 정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경제생활의 다양한 요소들에 우월적인 경찰권을 발동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개선책의 배합은 현대의 생활 환경이 혁명적으로 변화하면서 야기된 필연적인 현상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명칭이나 구호를 떠나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항은 우리의 정책 변화는 미국 시민의 사고와 태도의 변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헌법의 입안자들을 인도했던 기본 원칙들을 충실하게 따랐다는 점이다.
아울러 미 국민 대다수의 전반적인 동의라는 형식을 밟았으며 마지막으로 만약 한순간이라도 그들이 우리가 폐기해버린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가고자 원할 경우 무기명 투표라는 단순한 방법을 통해 어느 때고 되돌릴 수 있다는 항구적인 약속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고대 그리스인의 ‘창조란 힘이 아닌 설득의 승리’라는 설파는 시공을 초월해서 옳은 지적이다. 뉴딜이 추구하는 승리는 바로 그런 종류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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