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15]
중앙선관위 유권자 의식 조사 추가 분석
인물·능력·도덕성보다 정당 고려해 투표
정보 취득은 전통 매체 대신 디지털 매체
언론기관의 불공정한 보도에 불만 증가
“선거가 삶의 질 영향 미친다” 과반 동의
중앙선관위 유권자 의식 조사 추가 분석
인물·능력·도덕성보다 정당 고려해 투표
정보 취득은 전통 매체 대신 디지털 매체
언론기관의 불공정한 보도에 불만 증가
“선거가 삶의 질 영향 미친다” 과반 동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의식 조사를 합니다. 이번에도 한국갤럽에 의뢰해서 3월 23일과 24일 이틀 동안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조사 기관이 달라도 조사 방식과 질문 내용은 항상 동일하다고 합니다.
4월 2일에 결과를 발표했는데 내용이 놀라웠습니다. ‘이번 선거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자가 4년 전 70.8%에 비해 10.4%포인트 높아진 81.2%로 나타났습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도 4년 전 63.9%보다 8.8%포인트 높아진 72.7%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 19와 비례 위성정당 소동 때문에 투표율이 떨어질 것 같다는 상식적 수준의 예측과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한겨레신문>은 4월 3일 치 1면에 “‘반드시 투표 73%’···진영대결 더 거세졌다”라는 제목으로 이번 유권자 의식 조사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가장 궁금한 것은 4년 전보다 선거에 관심을 보이는 유권자와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도대체 왜 많이 늘어났는지 그 이유였습니다. <한겨레신문> 기자들이 취재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이렇습니다. 읽어보셨겠지만 다시 한 번 소개하겠습니다.
매우 설득력이 높은 분석과 전망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자 의식 조사 자료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몇 가지 근거와 단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 ‘인물보다 정당’입니다.
지역구 투표 후보를 선택할 때 무엇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객관식 답변 항목을 제시했습니다. ‘인물·능력·도덕성’, ‘정책·공약’, ‘소속 정당’, ‘정치 경력’, ‘주위의 평가’, ‘출신 지역’, ‘학연 지연 등 개인적 연고’입니다.
놀라운 것은 ‘인물·능력·도덕성’ 항목은 4년 전 35.1%에서 이번에는 29.8%로 줄었고, ‘소속 정당’ 항목은 16.0%에서 29.0%로 많이 늘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인물은 필요 없고 정당만 보고 찍는 ‘묻지 마 투표’가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정책·공약’을 고려한다는 답변은 4년 전 27.3%에서 이번에도 29.7%로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둘째, ‘전통 미디어의 퇴조’입니다.
후보자를 선택할 때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얻느냐는 질문에 대해 ‘포털 홈페이지 등 인터넷’, ‘텔레비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주변 사람들’, ‘신문’, ‘라디오’ 등의 답변 항목을 제시했습니다.
‘포털 홈페이지 등 인터넷’이라는 답변이 4년 전 34.6%에서 이번에도 43.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도 7.5%에서 9.3%로 증가했습니다. 텔레비전은 30.5%에서 30.9%로 별 변화가 없었고, 신문은 8.5%에서 3.9%로 크게 줄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라는 대답도 8.7%에서 6.5%로 줄었습니다.
풀이하자면 유권자가 후보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는 통로는 디지털 매체가 급속히 늘어나고 전통 매체는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언론 불신입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깨끗하게 치러지고 있다는 답변은 49.8%, 깨끗하지 못하다는 답변은 32.3%였습니다. 문제는 깨끗하지 못하게 치러지고 있다고 답변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유’에 있었습니다.
‘언론 기관의 불공정한 보도’라는 답변이 4년 전 19.9%에서 이번에는 29.0%로 크게 늘었습니다. 언론의 불공정한 보도에 대해 유권자들의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정당·후보자의 상호비방·흑색선전’이라는 답변은 34.4%에서 27.2%로 줄었습니다.
넷째, 투표 효능감 상승입니다.
‘선거에서 내 한 표가 중요하다’, ‘선거가 국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선거가 일상생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세 개의 질문을 제시하고 동의 여부를 물었습니다.
이 부분은 4년 전 총선이 아니라, 2017년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했습니다.
‘선거에서 내 한 표가 중요하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2017년 대선 75.8%에서 2018년 지방선거 69.6%로 줄었다가 이번에는 74.7%로 다시 늘었습니다.
‘선거가 국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2017년 대선 64.9%에서 2018년 61.6%로 약간 줄었다가 이번에는 65.8%로 다시 늘었습니다.
‘선거가 일상생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2017년 44.6%에서 2018년 48.2%로 늘었고 이번에는 51.7%로 더 늘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 효능감이 대통령 선거만큼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더구나 국회의원 총선거가 ‘나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인물’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는 이유가 뭘까요?
사람들이 ‘전통 매체’가 아니라 ‘디지털 매체’를 통해 선거 관련 정보를 입수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러면서도 언론 기관의 불공정한 보도 때문에 선거가 깨끗하지 못하게 치러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치 불신의 시대인 줄 알았는데 투표의 효능감이 오히려 더 커지는 이유는 뭘까요?
<한겨레신문> 기사에 등장한 전문가 이외에 몇 사람에게 추가로 의견을 구했습니다. 투표 적극 의향 층이 늘어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양대 정당 지지층 결집 이외에 정의당을 비롯해 ‘제3의 다른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진 점을 언급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에 조금 다른 차원의 이유를 하나 추가하고 싶습니다. 확증편향 심화로 인한 증오와 배제의 확산입니다.
정보화 혁명 이후 사람들의 확증편향이 강해지면서 ‘나와 생각이 다른 세력을 섬멸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유권자의 투표 참여 의향이 늘어난다는 가설입니다. 분노와 증오, 공포와 배제를 선동하며 조직화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의 영향력 때문입니다.
미래통합당과 황교안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면 좌파 독재가 장기 집권할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과 이해찬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1당을 내주면 야당이 사사건건 문재인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탄핵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공포 마케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포 마케팅’의 장점은 확실한 ‘우리 편’뿐만 아니라 온건 성향의 지지층과 중도층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과 거리가 먼 가정을 실제 상황인 것처럼 과장하기 때문에 유권자의 분노, 증오, 불안 등 원초적 감성을 한껏 자극하는 폐해가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투표율은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편 가르기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진영대결 양상에 언론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증오와 배제의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재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자 의식 조사에서 ‘인물보다 정당’, 그리고 ‘투표 효능감 상승’ 현상과 함께 유권자가 전통 매체를 점점 더 외면하고 언론 보도를 불신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것은 별로 어려운 얘기가 아닙니다. ‘코로나 19’ 초기에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패를 비판하며 ‘문재인 정권 심판’을 주장하던 이른바 보수 신문들이 ‘코로나 19’가 전 세계에 창궐하며 문재인 대통령 직무 평가가 오히려 상승하자 최근 신경질적인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보수 신문들의 이런 칼럼과 사설을 읽으며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우호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글에 혐오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극우 성향의 독자들은 이런 글을 좋아하기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극우 확증편향이 강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믿음에 좀 더 확실히 부합하는 ‘뉴스’를 제공해 주는 ‘사이다 언론’ ‘해장국 언론’을 선호할 것입니다.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라거나,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등 그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가짜뉴스가 넘쳐납니다.
결국 보수 신문들의 정파적 칼럼이나 사설은 어느 쪽 독자들도 만족하게 하지 못하면서 공연히 언론의 신뢰만 추락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물론 전통 매체의 난감한 처지는 이른바 조중동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겨레>를 포함해서 신문, 방송, 인터넷 등 여러 매체가 언론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공정성’을 갈수록 의심받고 있습니다. 언론사와 언론 종사자들의 역량과 노력 부족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수용자들의 확증편향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른바 조중동의 최근 ‘반문재인’ 정치 편향성은 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모든 현안을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기-승-전-반문재인’입니다.
<한겨레>는 4월 4일 치 신문에 ‘검-언 유착 규명이 윤석열 때리기라는 조선·중앙’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습니다. <채널에이>와 검찰의 유착 의혹 사건을 다루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정파적 태도를 지적한 것입니다. 신문이 다른 신문의 기사를 사설로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두 신문의 보도가 얼마나 편파적이면 이런 사설까지 썼겠습니까.
마무리하겠습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적극적 투표의향을 밝히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정치, 선거, 투표에 대한 효능감이 높을수록 정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극 투표 의향 층이 늘어나는 이유가 확증편향이나 증오와 배제의 이데올로기 때문이라면 마냥 반길 수만도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총선에서 여당이 이긴다고 야당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이긴다고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거가 끝나면 여당과 야당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국정의 동반자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코로나 19로 일어나는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의 붕괴를 막고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당과 야당은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정치의 목적이 결국은 국민 통합임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코로나 19라는 재난 상황 속에서도 정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모든 세대에 걸쳐 적극 투표 의지가 높다는 건 각 진영의 적극 지지층에 더해 중도층까지 투표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이다.”(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
“정치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결과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벌어진 세 대결이 투표장의 표 대결로 옮겨갈 것 같다. 결국엔 세대별 투표율에서 이번 총선의 승패가 갈릴 것이다.”(신진욱 중앙대 교수)
“이번 총선은 민주당이 중도진보를, 미래통합당이 중도보수를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판날 것이다.”(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연령대별 투표의향 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율을 비교해보면 30~50대는 격차가 상당했다. 투표의향 수치보다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연령대는 30대였다,”(박종희 서울대 국제정치데이터센터장)
“4년 전과 비교해서 인물이나 정책보다 정당을 기준으로 선택하겠다는 비율이 늘었다. 정당별 지지자 결집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다른 데이터를 보면 정의당 투표 의향자도 늘고 있다. 기타 정당 투표 의향자도 합하면 5~6%가 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생각과 달리 열린민주당이 약진하고 있다. 의외의 선거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코로나 19로 인해 국가와 정치의 중요성이 평상시에 비해 크게 유권자들에게 다가왔을 것 같다. 어느 쪽을 찍든 일단 선거라는 것에 참여해야겠다는 의무감, 권리 의식이 높아졌을 것이다.
탄핵과 대선 이후 처음 치러지는 총선인 만큼 국회를 바꾸겠다는 의지(보수 심판)와 보수를 지켜야겠다는 의지(문재인 심판)가 각각 결집력이 강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준 연동형이라는 한계가 있고 위성정당 논란도 있지만 어쨌든 비례대표에서 다당제가 형성되면서 양당 체제에서 부동층이 될 유권자가 틈새에 있는 정당에 투표할 수 있는 선택지가 좀 넓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성난 얼굴로 투표하라’
“코로나는 언젠가 잦아들지만 선거로 뽑힌 바이러스는 우리 곁에 계속 머물 것이다. 시민들이 분노의 백신으로 나쁜 정치 바이러스를 막아내야 할 차례다.”(4월 4일 치 <조선일보> 칼럼)
‘소주성, 탈원전, 조국, 울산공작이 총선이 이긴다면’
“코로나 착시 덕 본다는데 이 정권이 운 좋으면 나라 운도 좋은가, 반대인가. 경제 실정, 정치 비리가 선거로 정당화되면 잘못 고칠 기회 잃는 것. 누구보다 정권의 불행.”(4월 2일 치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4·15 총선은 문재인 정부 국정 성과에 대한 중간 평가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 19에 묻혀 인물도, 정책 공약도 잘 보이지 않는 ‘깜깜이 선거’로 흘러가고 있다.”(4월 4일 치 <동아일보> 사설)
이슈4·15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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