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2월 26일 종로에서 방역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황교안 예비후보 선거캠프 제공
4·15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3년 시점에 치르는 선거입니다. 당연히 정권 심판 선거가 될 가능성이 컸습니다.
이른바 보수는 일찌감치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세력, 그리고 안철수 전 의원까지 끌어들이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계산했던 것 같습니다. 2017년 대선 결과를 보면 꽤 일리가 있는 생각입니다.
대선후보 득표율은 문재인 41.08%, 홍준표 24.03%, 안철수 21.41%, 유승민 6.76%, 심상정 6.17%였습니다. 홍준표-안철수-유승민 세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50%가 넘습니다.
이른바 보수는 우여곡절 끝에 황교안-유승민-안철수의 ‘반문재인 통합 및 연대’를 성사시켰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국내에 유입되어 퍼진 것은 때마침 보수통합이 진전을 보이던 1월과 2월이었습니다.
코로나 상륙 소식에 자유한국당 사람들의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보수통합과 우한폐렴으로 이번 선거는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이 1월 3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제1차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장기표 국민의 소리 창당준비위원장, 이언주 미래를 향한 전진4.0 대표, 황 대표,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 박 위원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월~2월 코로나 19 및 야당 동향
1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증 국내 첫 환자 발생
1월 27일 자유한국당 전문가 간담회(황교안 대표 참석)
1월 31일 혁신통합추진위원회 1차 국민보고대회
2월 5일 비례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창당대회
2월 10일 자유한국당 ‘우한 폐렴’ 대책 긴급 토론회(심재철 원내대표 참석)
2월 12일 정부, 세계보건기구 결정에 따라 ‘코로나 19’로 명명
2월 17일 신설 합당 미래통합당 출범
2월 18일 대구 31번째 확진자 발생
2월 19일 황교안 대표 ‘우한 폐렴’ 긴급 기자회견
2월 28일 안철수 대표, 반문재인 야권연대 선언
황교안 대표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최고위원회나 선거대책위원회 회의 때마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패를 비판했습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병명을 썼지만, 황교안 대표는 ‘우한 폐렴’이라는 병명을 사용했습니다.
2월 12일 세계보건기구의 결정 이후 우리 정부와 대부분의 언론이 ‘코로나 19’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황교안 대표는 지금까지 ‘우한 코로나’라는 명칭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문재인 정부를 ‘친중국’-‘반미’-‘종북’이라는 색깔론 프레임에 가둬놓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의 마스크 대책을 비판하며 “국민들 줄 세워 ‘북한식 배급제’까지!!”라는 자극적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미래통합당 누리집 3월 6일 카드뉴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2월 19일 ‘우한 폐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준열하게 꾸짖는 내용입니다. 회견 때의 당당한 표정을 보면 머릿속에 이번 총선은 물론이고 2년 뒤 대선 승리까지 어른거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한 폐렴 사태가 우려했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오늘 하루에만 15명이나 되는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현재까지 모두 46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우한 폐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감염 확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종잡을 수 없다고 하는 사실 때문에 국민적 불안과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하는 이런 발언, 정말 섣부른 오판일 뿐만 아니라 사태 대응을 더 느슨하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했다. 도대체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떻게 판단을 했길래 그런 성급한 발언이 나왔는지 국민 앞에 자세히 설명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그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입국 제한을 미룰 수 없다. 중국 전역 방문 외국인의 입국 제한 조치를 즉각 강화하시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한 제3국으로부터의 입국도 강력히 제한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바로 안일한 낙관론이다. 최근 대통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뚜렷한 근거도 없이 우한 폐렴에 따른 경제 침체만을 의식해서 조급한 태도를 보였다. 불안을 과도하게 확산시키는 이런 것도 부적절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주의 심리 자체를 떨어뜨리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
사태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그에 걸맞은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 사태를 과소평가하는 정부의 모습이 오히려 국민의 불신과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금이라도 초기 대응과 감염자 관리 실패를 되돌아보고 그리고 지역사회 단위의 세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사태는 황교안 대표와 미래통합당, 그리고 이른바 보수 세력이 희망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19는 3월로 넘어가면서 전 세계로 급속히 퍼졌고 유럽과 미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방역 정책에 비판적이던 여론은 중국 입국자를 일찌감치 차단했던 나라에서 코로나 19가 대규모로 확산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난 뒤에야 우리나라 방역 정책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됐습니다. 중국 입국자 전면 차단을 요구하며 정부 비판에만 지나치게 몰두했던 야당과 이른바 보수 언론의 의도가 무엇인지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3월 27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6%포인트 상승한 55%로, 부정 평가는 3%포인트 하락한 39%로 나타났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7%, 미래통합당 22%로 격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한국갤럽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갤럽 정당 지지도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민심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황교안 대표와 미래통합당은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주말인 3월 28일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징비록 2020을 만들겠습니다
우한 코로나의 불안과 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생활이 표준이 된 대한민국.
하지만 이 불안과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우리 국민들의 높은 시민 의식은 세계 시민 의식의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대구 봉쇄 조치가 무안할 정도로 대구 시민들 스스로 자발적 격리 운동을 하였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방침이 무색할 정도로 시민들이 스스로 모임 활동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종교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신도들이 이 선의의 시민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교계가 전혀 협조하지 않은 것처럼, 마치 교회에 집단 감염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신천지 여론을 악용해 종교를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입니다.
문제는 신천지입니다. 신천지와 교회는 다릅니다. 교회 내에서 감염이 발생된 사실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시민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진영 논리에 스스로 봉쇄된 정치꾼과 그 광신도뿐입니다. 그리고 안전보다 중국이 먼저를 외친 무능한 문재인 정권입니다. 이들은 대구 시민들을 폄훼하고 조롱하고 코로나로 야기된 사회적 분노를 이용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시민의 미소를 볼 수 있는 날. 우리 시민들은 이 정권의 무능과 야바위 정치꾼들을 기록하고 징비(懲毖)할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징비록 2020을 만들겠습니다.
신천지와 교회는 다르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한 코로나’라는 명칭을 고집하며 정부가 대구를 봉쇄했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교회 내 감염이 거의 없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닙니다. 누구나 당황하면 헛발질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 달 전 ‘우한폐렴 긴급 기자회견’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3월 26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정권은 지금 코로나 위기를 오히려 정치적으로 올라타서 과거 지난 3년의 실정을 숨기려 하고 있다. 되돌아보시라. 지난 3년간 우리 외교가 성공했는가, 안보가 성공했는가, 경제가 성공했는가, 민생이 좋아졌는가. 어느 것 하나 좋아진 것이 없다. 나라가 흔들렸다.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도 했다.
이 코로나 위기 이후에 더 큰 경제 위기가 닥친다고 세계 석학들이 다 경고를 하고 있다. 이 새로운 위기를 대응해서 정말 이 정권이 정신 못 차리고 과거 3년 동안 했던 그 정책을 계속한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더 나락에 빠질 수가 있다.
국민 여러분들께 호소드린다. 지난 3년의 실정 이대로 두고 보시겠는가. 절대 잊지 않으시기 바란다. 이번 총선이야말로 이 정권이 정신을 차리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기회라고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호소드린다.”
코로나 19로 더이상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할 수 없게 되자 다시 정권심판론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보수통합과 우한폐렴으로 이번 선거는 끝났다”고 득의만만하던 야당 사람들이 지금은 뭐라고 할지 참 궁금합니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국회의원 총선거의 역사는 역풍으로 인한 이변의 역사였습니다. 집권 세력의 정치 기획은 실패했습니다. 민심은 언제나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선거를 눈앞에 두고 국가적 현안이나 위기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했던 세력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실제 선거에서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습니다.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은 1980년 11월 정치풍토 쇄신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기존 정치인들의 정치 활동을 금지했습니다. 4년이 지난 뒤 자신감이 붙은 전두환 정권은 ‘3차 해금 조치’로 정치 활동을 금지했던 정치인들의 출마를 부분적으로 허용했습니다. 김영삼-김대중-김종필 씨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85년 2·12 12대 총선에서는 양 김 씨를 등에 업은 이민우 총재의 신민당이 ‘관제 야당’ 또는 ‘신군부 2중대’로 불리던 민한당을 밀어내고 제1야당으로 올라섰습니다. 전두환 정권의 정치 규제에 대한 역풍이 신민당 돌풍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1988년 4·26 13대 총선은 노태우 대통령의 민정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노태우 회고록>의 내용입니다.
“민정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총선에서도 압승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선거 기간 중 수시로 올라오는 관련 기관의 정보 보고서는 어김없이 3분의 2 내외의 압승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무리 못해도 과반수는 문제없다는 것이었다.
선거 결과는 너무나 의외였다. 지역구 총 224석 중 민정당 87석, 평민당 54석, 민주당 46석, 공화당 27석, 무소속 10석으로, 여당이 과반수에 훨씬 못 미치는 여소야대의 어려운 국면이 연출되고 말았다.
우리 쪽은 말할 것도 없고 일부 언론과 국민들조차도 의아해할 정도의 참패였다. 나는 ‘원인 없는 결과 없다’고, 여당 측이 너무 과신하고 교만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국민들은 그런 여당을 보면서 6공화국이 과거와 같은 체제로 회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진단은 정확했습니다.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났던 양 김 씨의 후보 단일화 실패와 노태우 대통령 당선에서 당시 국민은 전두환 정권으로의 회귀 가능성을 읽었습니다. 4개월 만에 강한 역풍이 불어닥친 이유입니다.
비슷한 일은 1992년 14대 총선에서도 벌어졌습니다. 1992년 3·24 14대 총선은 민자당 압승이 예상됐습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노태우-김영삼-김종필 세 사람이 손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여당이 개헌에 필요한 200석 이상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민자당 내부에서 “너무 많이 이기는 것도 곤란하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야당은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달라”고 읍소했습니다.
선거 결과는 민자당 149석으로 과반 미달이었습니다. 무리한 3당 합당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켰던 것입니다.
1996년 4·11 15대 총선을 앞두고는 반대로 야당이 이긴다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호남과 충청의 지역 바람을 타고 야당이 승리를 거뒀기 때문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당명을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바꾸고 개혁 공천으로 맞섰습니다. 결과는 여당의 승리였습니다. ‘오만한 야당’을 견제하는 역풍이었습니다.
2000년 4·13 16대 총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해 정치 지형의 근본적 변화를 꾀했습니다. 선거 사흘 전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전격 발표됐습니다. 여당은 선거 승리를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정부 여당이 국가 중대사를 선거 직전에 발표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했다고 의심한 유권자들이 결집해 오히려 여당을 견제한 것입니다.
2004년 4·15 17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3월 12일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를 결행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정치적으로 거세하려고 한 것입니다. 엄청난 역풍이 불어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참패했고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습니다.
지방선거에서도 역풍이 불어닥친 사례가 있습니다.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를 겨우 9일 앞둔 5월 24일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북한과의 교역과 교류 협력을 중단하는 대북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국가 안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실제 선거 결과도 여당인 한나라당의 패배로 나타났습니다.
한나라당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디도스 공격 사건, 박희태 국회의장 돈 봉투 사건 등으로 궁지에 몰렸습니다. 2012년 4·11 19대 총선을 앞두고 구원투수로 등장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명과 색깔, 정강·정책 등을 몽땅 뜯어고치는 승부수를 띄워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악재를 혁신의 기회로 활용해 오히려 승리한 경우입니다.
2016년 4·13 20대 총선을 앞두고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했습니다. 자신에 찬 박근혜 대통령은 친박 인사들을 내리꽂는 무리한 공천을 밀어붙였습니다. 새누리당은 2당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선거의 여왕’도 민심의 역풍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2020년 4·15 21대 총선이 17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 우리 눈앞에 벌어지는 장면은 코로나 19라는 국가적 위기를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정권심판론과 색깔론을 밀어붙이다가 역풍을 맞고 비틀거리는 황교안 대표와 미래통합당의 모습입니다.
선거는 이대로 끝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역대 선거에서 막판 돌발 변수는 1주일, 사흘, 심지어 바로 전날 밤에도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변수가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2002년 12월 19일 16대 대통령 선거 전날 밤 정몽준 후보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 선언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그 순간 선거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회창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민심의 분노는 다음 날 강한 역풍을 일으켰고 이회창 후보가 아니라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선거란 이런 것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올라가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정당 지지도 격차가 다시 벌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습니다. ‘지역구 130석’이 목표치가 아니라 ‘최소한으로 계산한 의석’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심해야 합니다. 최근 여권에 유리하게 나오는 여론조사 수치는 ‘한심한 야당’에 대한 일시적 반사이익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역대 선거에서 우리 유권자들은 막판에 고개를 쳐드는 정당과 후보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긴 경우가 많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론조사에서 승리하고 실제 선거는 패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바랍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