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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전도사’ 황교안이 목숨 걸고 싸우는 ‘권력의 화신’ 되기까지

등록 2019-12-15 10:33수정 2019-12-16 08:02

성한용 선임기자의 막전막후 299
모범생 출신 황교안 대표의 ‘목숨을 건’ 투쟁
새벽에 ‘사생결단’ ‘결사항전’ 살벌한 글 올려
“정말 목숨을 걸고 막아내겠다” 극단적 표현
지난해 펴낸 책에는 사랑과 희망의 언어 가득
자유한국당 광화문집회 심재철 원내대표 연설
공수처·선거법 맹비난···막판 타협 가능성 증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철회와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무기한 농성을 시작하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동참한 한국당 의원들이 11일 저녁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철회와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무기한 농성을 시작하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동참한 한국당 의원들이 11일 저녁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이 광화문에서 장외 집회를 한 12월 14일 토요일 서울의 최저 기온은 영하 2도, 최고 기온은 영상 6도였습니다. 긴 외투를 입고, 외투에 달린 모자로 머리를 덮었지만, 한겨울 추위는 매서웠습니다.

전국에서 올라온 당원협의회 팻말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장외 집회에서 당원협의회 팻말은 집회 참가자 안내판이기도 하지만 집회 참가 인증 구실도 합니다.

참가자들은 “불법예산 날치기 문희상 사퇴!!”, “친문농단 국민농락”, “청와대도 공범이다”, “문 정권 공작선거 국정농단 중단하라” 등의 팻말을 들고 있었습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오후 1시로 예정된 집회는 30분이 지나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 참석 인원은 국민과 당원 포함하여 총 20만명 이상”이라는 자유한국당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10월 3일 개천절은 물론이고 다른 광화문집회 때와 비교해도 인원이 훨씬 적었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간격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이날 집회는 최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심재철 의원의 데뷔 무대였습니다. 저는 집회 전에 심재철 원내대표는 연설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예상했습니다. 연설을 해도 적절한 수위를 지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내대표로서 민생법안과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놓고 여당과 마지막 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임 나경원 원내대표가 여당과 강 대 강 충돌만 하다가 맥없이 물러났기 때문에 심재철 의원은 좀 다를 수도 있겠다고 봤습니다. 더구나 심재철 의원은 ‘연동률을 20%대로 낮추면 여당과 선거법을 타협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힌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심재철 의원은 공수처와 선거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3대 게이트 반드시 국민 여러분의 힘과 자유한국당이 힘을 합쳐서 반드시 밝혀내겠다 . 만일 공수처가 있다면 이 3대 게이트 절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 공수처는 ‘공포처 ’이다 . 모든 것을 마음대로 수사와 기소를 휘어잡고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

왜 , 왜 이 공수처를 만들겠는가 . 수사기관은 지금 검찰이 있다 . 그런데도 공수처를 만들겠다는 것은 ‘지금의 검찰 가지고는 내 뒷배가 걱정이 된다 . 그래서 지금의 검찰 꼼짝 못 하게 잡아야겠다 ’ 이렇게 해서 공수처를 만든 것이다 .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것은 경찰 , 검찰 , 판사 세 가지 집단이다 . 사건이 일어나면 수사를 어디에서 하는가 . 경찰에서 하고 , 검찰에서 한다 . 그러다 재판으로 가면 재판을 누가 하는가 . 판사이다 . 그래서 이 모든 집단을 완벽하게 통제해서 친문독재 , 좌파독재를 해나가는 막강한 칼로 쓰겠다는 것이다 .

공수처와 함께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 바로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이다 .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 딱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이것이다 . 지역구를 많이 당선시키면 연동형 비례 없다 . 지역구에서 당선이 안 되면 연동형 비례제를 받는다 . 다시 말해 자잘한 군소정당들은 이득을 보고 자유한국당은 손해를 보게 만든 것이 바로 연동형 비례제이다 .

이게 말이나 되는가 . 우리 국민은 내가 투표를 할 때 이 표가 어디로 갈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 그러나 이 연동형 비례제는 내 표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 나중에 계산해서야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배분을 해줘야 그때 알게 된다 . 잘못된 것이다 .

이 연동형 비례제를 하겠다고 짬짜미하고 있는 집단을 ‘4+1’이라고 하지만 아니다 . ‘1+4’이다 . 더불어민주당이 몸통 , 그다음에 누구인가 . 손학규 당권파의 바른미래당 , 박지원의 대안신당 , 정동영의 민평당 , 심상정의 정의당 , 이 같은 군소정당들이 모여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제도를 완전히 뒤집어엎고 자기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되겠다 . 국민 여러분이 도와주시라 . 저희들이 연동형 비례제 , 공수처법 막아내겠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화관 앞에서 열린 대규모 장외집회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화관 앞에서 열린 대규모 장외집회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만에 하나 12월 16일 오전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빅딜’ 타협이 이뤄진다면 선거법의 연동률은 자유한국당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낮추고 공수처 설치 정도는 자유한국당이 받아들이는 선에서 절충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원내 사령탑이 공수처를 좌파독재 기구로, 선거법 개정안을 민주주의를 완전히 뒤집어엎는 제도로 비난하고 있으니, 타협의 여지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식 이후 처음 장외 집회에 나선 황교안 대표는 이날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연설 전에 황교안 대표가 병원으로 실려 가는 영상이 상영됐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연설은 별로 특별한 내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대목이 귀에 거슬렸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저는 평생 싸움이라고는 안 해본 사람이다 . 이 정부 들어와서는 안 싸울 수가 없어서 제가 정치를 하게 되었고 당에 들어왔다 . 이거 정말 안타까운 현실 아닌가 . 나라를 막아내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싸우고 있다 .

얼마 전에는 목숨을 걸고 제가 단식을 했다 . 그래도 크게 바뀌지 않아서 우리 예산 그 날치기하는 것을 보고 이제 우리 당원들과 함께 무기한 , 정말 무기한 ‘이겨낼 때까지 우리 농성하자 ’ 그래서 지금 국회 본회의장을 우리가 가로막고 농성을 하고 있다 .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 . 나라 살리기 위해서 애쓰고 , 나라 세우기 위해서 노력해야 될 그런 시간에 이런 쓸데없는 일에 저와 우리 한국당이 나서게 만든 것 누구인가 .”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다 . 우리는 죽기를 각오할 것이다 . 그런데 세력이 안 될 수 있지 않은가 . 저희는 죽기를 각오할 텐데 여러분 어떻게 하시겠는가 . 도와주시겠는가 . 함께 해주시겠는가 . 이 공수처법이나 선거법 , 그 목표는 다 뭐냐 하면 좌파독재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

“좌파독재가 오면 우리가 제대로 살겠는가 . 우리 아들 , 딸들 그런 정부에 물려줄 수가 있는가 . 그러니까 제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수밖에 없다 . 이해가 되시는가 . 우리 반드시 이 정부의 폭정을 우리 세대에 막아내야 된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화관 앞에서 열린 대규모 장외집회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화관 앞에서 열린 대규모 장외집회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저는 황교안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고 그래서 정치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2016년 12월 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5개월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습니다. 이 시기에 5월 9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조심스럽게 검토했다가 접은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문재인 정부가 좌파독재를 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 자신이 정치를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쪽은 거짓일 것입니다. 아니면 혹시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과 좌파독재를 막는 것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어쨌든 참으로 신기한 일은 황교안 대표가 사용하는 언어가 날로 살벌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황교안 대표의 최근 페이스북 글도 점점 더 과격해지고 있습니다.

12월 15일

“왜 우리는 필사적으로 싸워야만 합니까?”

옥죄는 추위가 우리의 가는 길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어제 광화문집회 광장에서 수많은 애국시민과 함께하였습니다. 한파 속에서도, 최악의 정권 속에서도 애국의 목소리는 열정으로 넘실거렸고, 시민의 얼굴은 그래도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 되어 행진하였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잔악무도한 폭정을 막기 위한 우리의 광장 필리버스터는 결코 멈추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진행 중입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필사적으로 싸워야만 합니까?

지치지도 않고 변함없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힘의 원천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대한민국입니다. 이 위대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 아주 험난하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지리라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제 운명을 넘어, 소명으로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폭정과 싸워야 했지만, 또 싸우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했지만, 무도한 이 정권 앞에서는 싸울 수 있는 수단도, 방법도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여러분이 있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싸우면서 우리는 진정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언제나 하나가 되어,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 자유대한민국이 벼랑 끝에 있습니다. 발끝 하나 디딜 곳조차 없습니다. 저는 더 강해져야 합니다. 우리는 조금 더 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 그 무능함과 폭정의 시간을 깨기 위해 우리는 더 뭉쳐야 하고,

1+4, 그 독재 카르텔의 만행을 깨기 위해 우리는 더 굳세게 싸워야 합니다.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주십시오!

우리는 대한민국입니다. 위대한 자유대한민국을 지킵시다.

12월 13일 오전 6시 13분

“어떻게 해야 합니까 ?”

단식을 하였습니다 . 농성을 하고 , 장외 집회도 할 것입니다 .

죽기를 각오할 수밖에 없는 투쟁 ...그것을 멈출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참담합니다 . 문제 해결의 방법이 거의 투쟁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서글픕니다 .

여러분 , 문재인 정권을 보십시오 . 희대의 부정선거 , 공작선거를 저질러놓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습니까 ?

4+1, 이 권력의 불나방들을 보십시오 . 자유민주주의 틈새를 누비고 들어와서 자유민주주의를 뒤덮어 버릴려고 하는 잡초 같은 세력입니다 .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정상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 그리고 시간이 없습니다 . 곧 2대 악법 (공수처법 , 선거법 ) 쿠데타가 일어날 것입니다 .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됩니까 ?

좌파 세력에게 패배한다는 것은 곧 자유민주주의의 최후를 말합니다 .

우리 국민의 패배이고 자유 대한민국의 최후입니다 .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 죽느냐 사느냐 사생결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

청와대 +4+1, 이 난잡한 세력들과 싸워야 합니다 .

우리는 1, 오직 하나입니다 .

국회에서도 광장에서도 하나 되어 싸웁시다 .

내일 (14일 ) 오후 1시 , 광화문으로 모입시다 .

거기서 하나 되는 힘으로 싸우고 승리합시다 .

우리가 대한민국입니다 .

12월 12일 오전 7:09 ·

저는 지금 국회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좌파독재세력들의 폭거를 강하게 규탄하며 , 대한민국 헌정사를 지키기 위한 가열찬 투쟁을 선언합니다 .

문재인 정부에게 국민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

독재 연장에 눈먼 자들이 날치기로 국민 혈세를 도둑질하였습니다 .

부정선거를 덮기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하였습니다 .

자신들이 저지른 공작선거를 덮기 위해 헌정을 짓밟았습니다 .

4+1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

혐오스러운 결속이고 비열한 야합입니다 .

대한민국의 틈새에 끼여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횡포를 다하는 세력들입니다 .

좌파독재 완성을 위한 의회 쿠데타가 임박했습니다 . 4+1의 대국민 사기극은 이미 펼쳐지고 있습니다 .

여러분 , 여기가 국회 맞습니까 ?

여기가 대한민국 맞습니까 ?

우리 국민은 언제까지 저들에 의해 고통받아야 합니까 ?

대한민국이 벼랑 끝에 있습니다 .

좌파독재세력들의 횡포가 극에 달했습니다 .

결사항전으로 맞서 싸우겠습니다 .

지금 여기 국회에서 , 몸이 부서져라 맞서 싸우겠습니다 !

힘이 되어 주십시오 , 국민 여러분 !

‘투쟁’, ‘죽느냐 사느냐’, ‘사생결단’, ‘결사항전’ 등 섬뜩한 단어가 가득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단어는 극한투쟁을 하는 싸움꾼의 언어이지, 정치인의 언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특이한 것은 황교안 대표가 이런 글을 아침 일찍 올린다는 점입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교안 대표는 매일 새벽 기도를 할 정도로 신앙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황교안 대표가 새벽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이렇게 살벌한 계시를 받는 것일까요? 하나님이 그에게 좌파독재를 막기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했을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곧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처리된 뒤 11일 로텐더홀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좌파독재 완성을 위한 의회 쿠데타가 임박했다 . 대한민국을 무너뜨릴 좌파독재를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 저와 한국당은 결사항전의 각오로 맞서 싸워나가겠다 . 이 정권의 폭정에 정말 목숨을 걸고 결연히 싸워나가겠다 . 국민 여러분도 함께해 달라 .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저 오만한 정권을 심판해 달라 .”

“정말 목숨을 걸고”라는 표현이 심상치 않습니다. 11일 열린 긴급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목숨을 걸고 막아내야 될 일이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고,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징조다”라고 했습니다. 너무 살벌하지 않습니까?

황교안 대표가 본래 이렇게 살벌한 사람인지 궁금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해 출판한 <황교안의 답-황교안, 청년을 만나다>를 찾아보았습니다. 책은 청년과 가족, 이웃에 대한 사랑과 희망의 언어가 가득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청년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 그들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지요 . 제가 청년들과 함께한 지도 어느새 스무 해를 넘겼습니다 . 그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면서 저는 청년들이 무엇에 관심을 두고 , 어떻게 살고자 하는지 그리고 언제 기뻐하고 아파하는지 , 더 나아가 무엇이 그들을 성공과 실패로 이끄는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요새는 손주가 자식보다 예쁘다는 말이 더욱 실감이 난다 . 막상 아이들을 키울 땐 일에 쫓겨 정신이 없어 예쁜지 모르고 지냈지만 , 이제는 손주들의 손짓 하나 , 발짓 하나까지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 하루는 카카오톡에 채팅방을 만들어 놓고는 ‘예쁜 우리 꼬맹이들 사진 보내라 . 가끔 자주 ^^’라는 메시지를 농담 삼아 올렸더니 , 하루도 빠짐없이 보내 줘서 채팅방이 온통 손주들 사진으로 넘쳐 난다 .”

교회 다니고 학교 다닐 때 그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 교회의 주일학교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나를 바꾸었다 . ‘신앙생활도 공부도 모두 열심히 해야 한다 . 그래야 교회에서도 세상에서도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단다 .’ 이 말에 자극을 받는 나는 ‘아 , 신앙생활 뿐만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는구나 .’라고 여기게 되었고 , 그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도 힘쓰게 되었다 . 이것이 내 삶의 첫 번째 전환점이 되었다 .”

“고등학교 동창들 중에는 지금도 나를 학생회장으로도 학도호국단장으로도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 이는 2학년 때 학생회장이 되어 임기를 마칠 때쯤인 1975년 가을에 학도호국단이 생기면서 , 내가 학도호국단 연대장을 임시로 맡았기 때문이다 .”

197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때는 친한 친구들끼리 욕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게 친한 친구에 대한 애정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가 친구에게 했던 가장 심한 말은 “어허, 이거 말 못할 친구일세”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착한 모범생이었다는 것입니다.

참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성격이 온유하고 성실한 모범생이었습니다. 사법연수원 시절 신학 공부를 해서 전도자 자격을 가진 사람입니다. 전도사의 임무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입니다. 거의 30년 동안 검사를 하고,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지금처럼 “정말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살벌한 투사가 되었는지 신기한 일입니다.

도대체 황교안 대표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요? 그는 지금 무엇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것일까요?

다음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일까요, 그가 내세우는 대로 좌파독재 저지를 위해서일까요? 그는 권력의 화신일까요, 이른바 보수 기득권 세력의 허수아비일까요?

그가 내세우는 좌파독재 저지는 실상일까요, 이른바 보수 기득권 세력이 만들어낸 허상일까요? 좌파독재 저지는 과연 목숨을 걸고 싸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황교안 대표의 투쟁은 결실을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인간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변해가면서 정치를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 의문입니다. 그가 믿는 하나님이 지금 그의 살벌한 언어와 태도에 과연 기뻐하실지 그것도 의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뉴스룸톡(12월12일)

[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성한용의 일침(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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