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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김대중·노무현의 꿈은 이루어질까

등록 2019-12-08 13:56수정 2019-12-08 15:04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98

정기국회 막판 선거법 개정안 처리 관심
‘4+1’-자유한국당 정면충돌 가능성 고조
‘3~4일 쪼개기 임시회’로 법안 처리할 듯

연동형 비례대표제 놓고 치열한 명분싸움
김대중, 1998년 “독일식 정당명부제도 도입”
노무현,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최선”
문재인,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2007년 11월 27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회를 통과한 삼성비자금특검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2007년 11월 27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회를 통과한 삼성비자금특검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2월 6일 제안했던 절충안은 “올해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12월 1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고, 패스트 트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어 있는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등은 정기국회 이후로 미루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상당히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그 대신 199개 법안에 걸어 놓은 필리버스터를 풀어야 합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희상 의장의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새로 선출되는데 자신이 이런 합의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2월 9일과 10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과 민생법안, 그리고 패스트 트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어 있는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입니다.

첫째, ‘4+1’과 자유한국당의 전면전입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월 9일과 10일 본회의에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합의한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 법안을 통과시킨 뒤 선거법을 필두로 패스트 트랙 법안을 상정하는 것입니다. 예산안과 부수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지금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은 예산안 이후 첫 번째로 상정되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12월 10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필리버스터는 계속할 수 없습니다. 국회법 106조의 2(무제한토론의 실시 등) 8항은 “무제한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해당 회기가 끝나는 경우에는 무제한토론의 종결이 선포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바로 다음 날인 12월 11일에 열리는 임시회를 소집해 놓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12월 11일 본회의에서 선거법을 표결로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공수처 설치법을 상정합니다. 자유한국당이 또 필리버스터를 하겠지요.

여기서부터 중요한 것은 ‘회기’입니다. 국회법 7조(회기)는 “국회의 회기는 의결로 정하되, 의결로 연장할 수 있다. 국회의 회기는 집회 후 즉시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과 ‘4+1’ 마음대로 회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따라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계속해도 3~4일짜리 ‘쪼개기 임시회’를 계속 소집해 가면서 법안을 회기 당 하나씩 계속 통과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 ‘4+1’과 자유한국당의 막판 극적 타협입니다.

9일 오전 선출되는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대표가 곧바로 문희상 국회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문제는 시간입니다. 예산안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아무리 서둘러도 여야 합의에 2~3일 정도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 여야 합의가 이뤄져도 수정된 예산안의 내용을 정리하는 기획재정부의 ’시트 작업’에 24시간 정도가 필요합니다. 정기국회 회기 안에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예산안 처리가 임시회로 넘어가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것입니다. 임시회 기간을 둘러싸고 전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4+1’은 3~4일짜리 쪼개기 임시회를 추진할 것이고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임시회 기간을 가급적 길게 늘이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처리를 공언해 온 문희상 국회의장과 ‘4+1’이 자유한국당의 타협 제의를 과연 받아들일까요?

더구나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는 강석호 김선동 심재철 유기준 의원입니다. 예산안 및 선거법을 타협하겠다는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으로써는 강 대 강으로 충돌하는 첫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4+1’과 자유한국당의 정면충돌에서 승부처는 어디일까요? 물론 선거법 개정안입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이 통과되면 ‘4+1’이 이기는 것이고, 선거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자유한국당이 이기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선거법 개정의 명분을 둘러싸고 대논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자유한국당과 이른바 보수 기득권 세력에서는 현재 ‘4+1’에서 협상 중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극력 반대하고 있습니다. 좌파 장기 집권을 위한 선거제도라는 것이 이유입니다. 카카오톡 대화방이나 유튜브를 통해 엄청난 물량의 선동과 가짜뉴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른바 보수 기득권 세력이 선거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가 뭘까요?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가 자신들에게 훨씬 더 유리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유불리를 떠나서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4+1’에서는 이번에 선거법 개정안을 반드시 관철해야 합니다. ‘4+1’의 정체성은 ‘민주·개혁·진보 세력’입니다. ‘민주·개혁·진보 세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치개혁을 위해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천재일우의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현행 선거제도를 유지하는 한 증오를 부추기고 갈등과 분노를 조직화해서 정권을 잡는 극한 대결의 정치를 멈출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이 바로 정치개혁의 핵심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생전에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뜯어고쳐야 지역 갈등을 완화하고 정치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독일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 생각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2년 11월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박지원(왼쪽) 비서실장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김대중 대통령이 2002년 11월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박지원(왼쪽) 비서실장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김대중 대통령이 독일식 비례대표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선호했다는 것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입니다. 저도 최근 ‘한겨레 라이브’ 방송 준비를 위해 인터넷에서 대통령 기록관 자료를 뒤지다가 알게 됐습니다.

대통령 기록관 기록정보콘텐츠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1998년 6월 18일 일정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조세형 국민회의 총재 권한대행과 당 3역으로부터 주례보고를 받고 지역분할 구도를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 소선거구제와 지역별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독일식 정당명부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

안타깝게도 대통령의 발언이나 구체적인 지시 내용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이런 지시를 했는지 당시 정치 일정을 찾아보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6월 5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연말까지 고강도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그리고 정치개혁과 정계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6월 14일 귀국 기자회견에서도 5대 재벌그룹 구조조정과 사업교환(빅딜), 그리고 정치개혁 등 21세기를 지향하는 총체적 국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소선거구제와 지역별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독일식 정당명부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는 6월 18일의 지시는 21세기를 지향하는 총체적 국정개혁 가운데 정치개혁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던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이런 지시는 당시 강력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반대로 관철되지 못했습니다. 선거제도 개편에 실패한 김대중 대통령은 그 대신 여권발 정계개편을 추진했습니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했습니다. 하지만 새천년민주당은 이회창 총재가 이끈 한나라당에 패배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개혁, 특히 선거제도에 대해 오랫동안 성찰하고 연구한 전문가였습니다. 본래부터 “대의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정당 정치”이며 “개인이 아니라 정당이 집권하는 것”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도 어떻게 해야 지역 갈등을 완화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룰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공부했습니다. 정무를 담당했던 정태호, 소문상, 윤건영 비서관 등 참모들과 함께 ‘한국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일이 있습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청와대 대변인과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토론을 통해 선거법 공부를 누구보다도 많이 했습니다. 그 실력으로 지금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 협상을 이끌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 2003년 4월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이렇게 밝힌 일이 있습니다.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한다면 17대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게 내각의 구성 권한을 이양하겠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제안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권력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취임 직후라서 그랬는지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아무런 반향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개혁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사후 자서전 <운명이다>(2010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해가 바뀌어 2004년이 왔지만 총선 전망은 지극히 어두웠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는 고사하고 제1당이 될 가능성도 전혀 없었다. 커다란 위기였다. 나는 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탐색했다. 그것이 프랑스식 동거정부 또는 책임총리제였다. 다시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지면 총리를 국회의 다수연합이 추천하게 하고 내각을 지휘할 실질적 권한을 주는 것이다.

거저 주려는 것은 아니었다. 독일식 국회의원 선거제도 또는 중대선거구제로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을 조건으로 하려 했다. 이렇게 하면 우리 정치를 지역 구도가 아닌 정책 구도로 재편하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만약 이렇게만 된다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적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 문화는 덤으로 따라올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무엇이 잘못된 것이며 왜 독일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한 기록을 남겨 놓았습니다. 내용이 꽤 길고 저도 전에 여러 차례 인용한 적이 있지만 선거제도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 이보다 더 잘 정리한 글을 찾기 어렵습니다. 다시 한 번 원문 그대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선거제도는 모두 1987년 6월 항쟁 이후 ‘1노 3김’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졌다. 지금도 그때 만든 틀이 그대로다. 결선 투표가 없는 단순다수제 대통령 선거, 역시 결선 투표가 없는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와 빈약한 비례대표 의석, 그리고 영호남을 축으로 하는 지역 대결 구도, 이 모두가 그때 만들어진 것이다.

개선된 것이라고는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 지지율로 나누기 위해 도입한 1인2표제 하나뿐이다. 그것도 국회가 만든 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덕분에 겨우 도입할 수 있었다. 20년 넘게 우리의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 구조 속에서 경쟁하고 대립해 왔다.

선거의 승패도, 국회에서 벌어지는 정당 간의 대립도 모두 지역 대결 구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모든 전문가와 언론과 국민들이 이것을 질타하면서 정책 대결을 주문하지만 소용이 없다. 현행 제도를 고수하는 한 앞으로도 소용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1등만 살아남는 소선거구제가 이성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지역 대결 구도와 결합해 있는 한, 우리 정치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정치가 발전하지 않은 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한 예가 없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달린 과제이다.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는 모두 최종적으로는 정치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영남에서는 모든 인재와 자원이 한나라당으로 몰린다. 호남에서는 민주당으로 몰린다. 그 지역에서는 다른 정당을 통해서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반작용으로 충청도에서도 지역당이 끈질긴 생존력을 유지했다. 수도권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부모와 자신의 출신 지역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정책 개발보다는 다른 지역 정당과 지도자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선거운동 방법이 된다. 정책의 차이가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감정싸움은 몸싸움으로 전환된다. 모든 정당에서 강경파가 발언권을 장악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발붙이기 어렵다.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해도 소용이 없다. 이것이 내가 20년 동안 경험한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 문제였다.

성숙한 민주주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루려면 사람만이 아니라 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지역감정을 없애지는 못할지라도 모든 지역에서 정치적 경쟁이 이루어지고 소수파가 생존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인재와 자원의 독점이 풀리고 증오를 선동하지 않고도 정치를 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제일 좋겠지만, 대도시에서 한 선거구에 여러 명을 뽑고 작은 도시와 농촌에서는 지금처럼 하나만 뽑는 도농복합선거구제라도, 한나라당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차선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어떻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이처럼 집권 초기에 여소야대를 예상하고 프랑스식 동거정부나 책임총리제를 구상할 정도로 현실주의자였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해서도 독일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최선으로 생각하면서도 지역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선거제도 변경을 차선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꿈은 지금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승계한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대선 공약집 ‘정치·선거제도 개혁’ 두 번째는 “소외받는 국민이 없도록 공직선거제도를 개편하겠습니다”입니다. 내용은 “국회 구성의 비례성 강화 및 지역편중 완화”, “국회의원 선거에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입니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바로 독일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같은 것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대통령이 독일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최선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로 생각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독일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유권자들의 반정치주의,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이른바 보수 기득권 세력의 완강한 반대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어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도 관철해서 정치개혁의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모든 개혁이 그렇듯이 정치개혁도 한 번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1월 5일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국회 누리집
문희상 국회의장이 11월 5일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국회 누리집

1988년 국민이 만들어준 4당 체제를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김종필 총재는 1990년 3당 합당으로 뭉개버렸습니다. 3당 합당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학습할 소중한 기회를 일거에 날려버린 폭거입니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선거법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요?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어렵게 됩니다. 교섭단체가 4개 정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정당 구조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4당 체제가 되면 극단적인 대결의 정치 대신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 선진국으로 가는 첫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오래된 꿈을 향해 다가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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