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TV 더정치 인터뷰
“개혁입법연대 구성해 협상하겠다
의원 늘리려면 국회 생산성 높여야
‘입법교착’ 국회선진화법 개정 필요
탄력근로제 확대, 경사노위 합의 기대
합의안 못 만들면 2월 임시국회 처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관련 법안을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하면 다른 야당들과 손잡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개혁입법연대’를 구성해 자유한국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당기겠다는 구상이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성한용 선임기자가 진행한 <한겨레티브이(TV)> ‘더정치 인터뷰’에서 “공수처, 수사권 조정, 국정원법은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법이고 촛불의 정신을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현행 국회법(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은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쟁점법안에 대해, 소관 상임위 또는 본회의 재적의원의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최장 330일 뒤 본회의에 자동상정 및 표결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330일 이전에라도 여야가 합의하는 수정안 제출이 가능해, 자유한국당의 협상 참여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게 홍 원내대표의 얘기다.
다만 홍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선거법 문제 등이 얽혀 있어 국회 상황이 복잡하다. 나중에 가서 (개혁입법을 위한) 최종적인 큰 빅딜이랄까, 그런 구상을 해야 하지 않나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선 “우리 실정에 맞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1단계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역구 의원수와 비례대표 의원수의 비율, 지역의 대표성 반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쟁점으로 떠오른 의원정수 확대와 관련해선 “우선 국회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법안 처리 등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먼저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국회의원 임금을 동결하고 보좌관 수를 줄여도, 의원정수 늘리는 문제에 국민 반대가 70%가 넘는다”며 “개혁입법 과제 해결을 병행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법 교착’ 해소를 위해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강조했다.
대우자동차 노동자대표를 거쳐 민주노총 준비위에서 활동한 노동운동가 출신인 홍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노사 양쪽에서 비판받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홍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최저임금을 인상했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쉬운 해고와 성과급 제도 없앴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했다”며 “무엇보다 과거 정권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인정하지 않고 노조를 탄압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정상화시켰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과거의 잘못된 정책과 단절하고 새로운 정책을 펼쳤는데 노동계에서는 그건 당연한 것이고 왜 그것밖에 못하냐는 비판이 많다. 경제계 입장에서는 노동계 편만 든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며 샌드위치처럼 양쪽에서 공격받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야정협의체에서 합의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3개월→6개월)는 2월 임시국회 처리를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홍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는) 여야정협의체에서 작년 연말까지 처리하기로 했는데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동계와 경제계가 함께 합의해서 안을 만들겠다고 제안해서 연말을 넘겼다”며 “경사노위에서 논의하고 합의안을 만들지 못하면 2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를 두고 야당이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선 “국가 정책에 대한 최종 판단과 결정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것은 압력이 아니라 소통”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향후 기획재정위원회를 열 때 ‘신재민 사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나쁘지 않은 ‘케미’를 보여줬던 홍 원내대표는 새 협상 파트너인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러워했다. 홍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는 (취임한 지) 한 달도 안됐다. 캐릭터는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분명하게 다른 것 같다. 잘 맞춰가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홍 원내대표는 “영업비밀에 해당돼서 얘기하면 안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다 장단점이 있고 나 원내대표도 굉장히 합리적인 분이니까 많은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는 독자·시청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해달라고 하자 “올해가 기해년이다. 한반도 평화 문제와 어려운 경제적 과제,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기’적적으로 ‘해’결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더정치 인터뷰 영상으로 보기